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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민속과 주술

먼티코 버르뚜아 - 톰과 제리의 기원

beautician 2022. 5. 13. 20:56

[아쩨 민화] 먼티코 버르뚜아(Mentiko Betuah)

 

옛날에 한 부유한 왕이 살았습니다. 그는 백성들로 인해 즐거워했고 늘 관대한 마음으로 지혜로운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왕과 왕비는 아직 아기를 갖지 못해 부부생활을 쓸쓸하고 적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왕실의 자문관 중 한 명이 강 상류의 신령한 장소가 있으니 그곳으로 올라가 기도를 올려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여 왕은 왕비와 함께 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갔습니다. 그곳은 왕국에서 아주 먼 곳이었습니다. 그들은 강을 건너고 산을 오르내리며 끝도 없는 정글을 헤치고 나가는 여정을 지났습니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왕의 일행은 곧바로 아기를 갖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들이 천신만고 끝에 다시 궁전에 돌아온 후 강의 수원지에서 드린 기도에 응답을 기다렸습니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그들이 기도한 바가 이루어졌습니다. 왕비가 회임한 것입니다. 왕과 왕비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고 마침내 남자아이를 낳아 로힙(Rohib)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너무나 오래 기다리던 아들이었던 탓에 왕과 왕비는 아이의 모든 원하는 바를 들어주며 응석받이로 키웠습니다.

 

어느덧 세월은 화살처럼 지나가 로힙은 어느 새 청년을 자라났습니다. 어느 날 왕은 사랑하는 아들을 궁전 밖으로 보내 공부를 시키려 했습니다. 아들을 너무 오냐오냐 키운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를 떠나 엄한 선생들 밑에서 공부하며 일정한 수준까지 성취를 이루게 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출발하기 전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 엄한 당부의 말을 했습니다.

 

“언젠가 너는 이 왕국을 물려받아 다스려야 할 테니 학업에 충실해 많은 지식을 쌓도록 하여라. 하지만 학문의 성취를 얻지 못한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야!”

 

하지만 로힙은 이후 여러 해를 공부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부모 밑에서 너무 응석받이로 커서 자제력이나 결단력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어느날 로힙은 학업을 마저 끝내지 못한 채 궁전으로 돌아오자 아버지는 그간 로힙이 학업 정규과정도 끝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크게 화를 냈습니다.

 

 “로힙아, 밖에서 무엇을 배워왔느냐? 도대체 어떤 성과가 있었냔 말이다. 넌 정말 형편없는 인간으로 자라났구나. 공부하라고 보냈더니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돌아오다니. 경비! 왕자를 묶어 매달고 죽을 때까지 음식을 주지 마라!”

 

왕은 화가 나 이성을 잃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죽음의 형벌을 내린 것입니다. 하지만 왕비가 극구 말려 왕의 처형명령을 거두도록 했습니다. 그 대신 얼마간의 돈을 쥐어주고 궁 밖으로 내쫓아 장사를 해서 먹고 살도록 하자고 말했습니다. 왕은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왕비의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어렵게 얻은 아들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이었지 그런 일로 정말 처형할 마음은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로힙은 결국 부모에게 하직인사를 하고 궁전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왕비는 이제 왕자의 신분을 잃고 궁 밖에서 홀로 살아가야 할 아들이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로힙은 궁을 나와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로힙은 일단의 아이들이 쥐, 고양이, 개, 새 같은 짐승들을 새총으로 쏘며 괴롭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로힙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동물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딴청을 피우며 계속 가학적인 행동을 했습니다. 로힙은 아이들이 동물학대를 멈춘다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은 그제서야 동물들에게 하던 새총질을 멈췄습니다. 그가 아이들에게 준 돈은 부모가 장사를 하라고 준 돈의 나머지 전부였습니다. 로힙은 이렇게 저렇게 그 돈을 다 써버렸던 것입니다. 그는 이제 돈이 없어 배를 곯으며 길을 가야 했고 결국 숲속에서 지쳐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쉬면서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잠시 후 눈을 뜬 그는 눈 앞에 거대한 뱀이 한 마리 다가와 있어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로힙은 무서워 달아나려 했는데 의외로 뱀은 아무런 적대감 없이 다정하게 다가왔습니다.

“로힙, 무서워 하지 말거라. 난 널 잡아먹으러 온 게 아냐. 나는 이 숲을 다스리는 대왕뱀이란다. 넌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거니?”

대왕뱀의 질문에 로힙은 그 사이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동물들을 괴롭히던 아이들을 말리려고 남은 돈을 모두 줘버렸다는 것까지요.

 

“로힙, 넌 정말 착한 일을 했구나. 내가 그 대가로 이걸 선물로 주마.”

대왕뱀은 입 안에서 커다란 다이아몬드 같은 것을 꺼내 로힙 앞에 뱉었습니다.

“이게 뭔가요?”

로힙의 질문에 대왕뱀은 친절하게 답했습니다.

“이건 멘티코 버르뚜아(Mentiko Bertuah)라는 것이란다. 네가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어 주는 마법의 보석이지.”

로힙은 그 말을 듣고 기쁜 마음에 몇 번이나 대왕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곧 먼티코 버르뚜아에게 많은 돈을 달라고 말하자 금방 그 요구한 내용이 실현되었습니다. 땅에서 엄청난 금화들이 솟아난 것입니다. 로힙은 그 모든 금화를 몇 개의 부대자루에 담아 곧바로 궁전으로 돌아가 부왕에게 바쳤습니다. 왕은 아들이 더 이상 응석받이가 아니라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내대장부가 되어 돌아온 것에 무척 기뻐했습니다.

 

로힙은 금세공장에게 먼티코 버르뚜아를 가져가 잘 깎아 반지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냥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는 먼티코 버르뚜아를 잃어버리게 될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먼티고 버르뚜아의 가치를 알아본 금세공장이 반지를 완성하고는 그것을 로힙에게 돌려주기는커녕 밤을 타 그 반지를 가지고 달아나 버린 것입니다. 로힙은 금세공장을 잡으러 어디로 가야할지 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친구들, 즉 쥐와 고양이, 개들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개는 금세공장의 냄새를 맡고 그 뒤를 쫓아 자고 있던 금세공장을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쥐가 들어가 먼티코 버르뚜아를 어디에 숨기고 있는지를 찾았습니다. 먼티코 버르뚜아를 가공한 반지는 금세공장의 품 속 주머니에 들어 있어 누구든 그걸 꺼내려면 금세공장이 알아채고 잠에서 깰 터였습니다. 그러자 고양이가 다가가 꼬리로 금세공장의 코를 간지럽혔고 그가 재채기를 하는 틈에 쥐가 순식간에 그의 품속에서 반지를 가지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세 마리의 동물이 합을 맞춰 완벽한 작전을 수행한 것입니다.

 

그런데 장난기 많은 쥐는 반지를 로힙에게 가져다주기 전 먼티코 버르뚜아를 강물에 빠뜨려 잃어버렸다고 말해 개와 고양이를 속였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큰일 났다며 어쩔 줄 몰라 강에 뛰어들어 강바닥을 뒤지며 반지를 찾으려 애썼습니다.

 

그 사이 쥐는 혼자 로힙에게 달려가 반지를 건냈습니다. 로힙은 쥐에게 감사를 표하며 반지를 찾는 데에 쥐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맙다, 쥐야. 네가 먼티코 버르뚜아를 되찾는 데에 가장 큰 일을 했구나. 다시 한번 쥐, 너에게 감사를 표하마.”

개와 고양이가 로힙에게 돌아왔을 때 그들은 반지가 이미 로힙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둘은 쥐가 장난을 쳤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공을 혼자 가로챈 쥐에게 이를 갈았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사이가 좋았던 세 마리의 동물들 중 고양이와 개가 쥐에게 크게 화를 내게 되었고 많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쥐가 나타나면 개와 고양이가 쥐를 잡으려 달려들게 된 것입니다.

 

로힙의 응석버릇을 고치는 이야기가 톰과 제리 흑역사의 기원으로 방향을 틀어 전개된 것이 어딘가 좀 석연치 않지만 아무튼 이야기 자체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끝)

 

 

먼티코 버르뚜아 아트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