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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우 민화] 말하는 바위 바뚜 바땅꿉(Batu Batangkup)

beautician 2022. 5. 14. 11:25

말하는 바위 바뚜 바땅꿉(Batu Batangkup)

 

바뚜 바땅꿉 아트 모음

 

지금의 리아우주 힐리르의 인드라기리 지역에 있는 한 마을에 막미나(Mak Minah-미나 아주머니)라는 과부가 살았습니다. 그녀에겐 두 아들과 딸 하나가 있었는데 첫째와 둘째 아들은 우뚜(Utuh)와 우찐(Ucin)이란 이름이었고 막내딸은 디앙(Diang)이었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막미나 혼자 세 아이를 키웠는데 이미 나이가 많았음에도 열심히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았습니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와 빨래를 마치면 밥을 지어 놓은 후 숲속으로 들어가 땔감용 나무를 해와 시장에 팔았습니다. 막미나와 아이들은 나무 판 돈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미나의 아직 어린 세 아이들은 말을 잘 듣지 않는 게으름쟁이들이었습니다. 막미나는 늙어가며 몸도 아프기 시작했지만 아이들은 어머니를 도울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어머니 말을 무시하거나 거역하여 막미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어느날 저녁 세 아이들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놀고 있었는데 어머니 막미나가 그들을 찾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뚜, 우찐, 디앙~, 날이 저물었어. 어서 돌아오거라!” 그러나 아이들은 못들은 척하고 계속 놀기에 바빴습니다.

 

그러자 막미나가 그들을 찾은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습니다. “얘들아, 어서 돌아오거라. 오늘 엄마 몸이 별로 좋지 않으니 너희들이 저녁밥을 지어야 해.” 그러게 목청을 높였지만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자 막미나는 기침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 몸을 눕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들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막미나는 아픈 몸을 일으켜 저녁밥을 짓기 위해 부엌으로 갔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어렵사리 저녁밥을 준비한 막미나는 다시 아이들을 부르러 나갔습니다. “얘들아, 저녁밥이 다 준비되었다. 어서 돌아오거라!” 아이들은 그 소리를 듣고서야 노는 걸 멈추고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부엌으로 들어가 어머니가 준비해 놓은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먹을 것을 남기지도 않고 차려놓은 것을 모두 다 먹어 치워버렸습니다.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은 어머니를 도와 설거지를 하거나 상을 치우지도 않고 곧바로 다시 나가 놀기 시작했습니다.

 

밤이 깊으면서 막미나는 하루 종일 몸을 혹사한 피로가 몰려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온몸이 아파와 아이들에게 몸을 좀 주물러 달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못들은 척하며 밤늦도록 자기들끼리 노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막미나는 아이들을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탄식만 할 뿐이었습니다.

“하나님, 저를 좀 도와주세요. 아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힘없는 어미를 돌볼 마음을 갖게 해주세요.”

그는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다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막미나는 일어나자마자 아이들을 위해 밥과 반찬을 충분히 준비해 놓고 아이들 모르게 그들이 사는 오두막 뒷편 강변에 갔습니다. 그곳에는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다고 알려진 바위가 있었습니다. 그 바위는 조개처럼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할 수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바위를 바뚜 바땅꿉(Batu Batangkup)이라 불렀습니다.

 

 

막미나는 바뚜 바땅꿉 앞에 앉아 머리를 조아리고 부탁했습니다.

“바뚜 바땅꿉아, 내 말을 듣고 날 삼켜 주렴. 난 더 이상 내 말을 듣지 않는 저 세 아이들과 함께 살 힘이 없단다.”

“정말 그래도 후회가 없겠소? 막미나? 그럼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바뚜 바땅꿉이 그렇게 물었습니다. 막미나는 깜짝 놀랐지만 이미 각오하던 바였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없이도 잘 살 거야. 그 아이들은 더 이상 엄마가 아프든 죽든 상관하지 않아.”

“그렇다면 원하는 바대로 해드리죠.”

바뚜 바땅꿉은 그렇게 대답하고서는 막미나를 단번에 삼켜버리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입밖으로 막미나의 긴 머리칼만이 삐져 나와 있었습니다.

 

한편 아이들은 엄마가 어디 갔는지도 모르고 그날도 하루 종일 놀다가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엄마가 준비해 놓은 음식이 아직 남아 그것을 마저 먹었지만 엄마가 보이지 않아 그들은 조금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막미나가 그날 아침 준비해 놓은 음식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아이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엄마가 어디 갔는지 신경쓰지도 않았습니다.

 

둘째 날이 되자 결국 준비해 놓은 음식도 동이 났습니다. 하지만 막미나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아이들은 배가 고파왔고 그제서야 어머니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그제서야 자기들 잘못을 뉘우치며 어디 있는지도 모를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결국 밤이 깊도록 돌아다니다가 엄마를 찾지 못한 아이들은 지치고 허기진 채로 울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도 아이들은 어머니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바뚜 바땅꿉의 입이 닫혀 있고 그 사이에 어머니의 머리칼이 삐져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뚜 바땅꿉아! 네가 우리 엄마를 삼켰구나. 엄마를 돌려보내 줘. 우린 엄마가 필요해!”

아이들을 바뚱 바땅꿉을 손으로 때리면서 이렇게 졸랐지만 바뚜 바땅꿉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세 아이들은 계속 울면서 어머니를 돌려달라고 빌었습니다.

“안돼! 너희들은 배고플 때만 어머니가 필요하구나! 너희들은 어머니를 돕지도 않고 어머니 말씀을 듣지도 않았잖아!”

바뚜 바땅꿉이 아이들을 꾸짖자 아이들은 더욱 거세게 울며 매달렸습니다.  

“바뚜 바땅꿉아, 엄마 말씀 잘 듣고 엄마 일을 도울 거라고 약속할게.” 우뚜, 우찐, 디앙은 차례로 이렇게 맹세했습니다.

“좋아, 그렇게 맹세했으니 너희 어머니를 돌려주지. 하지만 만약 약속을 어기면 너희 어머니를 내가 다시 삼켜버릴 거야.”

바뚜 바땅꿉은 그렇게 아이들에게 한 번 더 맹세하도록 한 후 막미나를 뱉어냈습니다. 아이들은 바위 속에서 돌아온 어머니를 다 함께 껴안았습니다.

“미안해요 엄마, 우릴 용서해 주세요.”

아이들이 용서를 빌며 매달리자 막미나는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래, 얘들아. 모두 용서하마.”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고 아이들은 당장 그날부터 약속한 대로 열심히 막미나의 일을 도왔습니다. 우뚜와 우찐은 땔감나무를 숲에서 가져와 시장에 파는 일을 도왔고 디앙은 어머니와 오빠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막미나는 완전히 변한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불과 며칠도 가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다시 게을러지고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고 어머니 일을 돕던 것도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막미나는 아이들이 예전 버릇으로 돌아간 것을 보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어느날 밤 더 이상 그 상황을 견딜 수 없게 된 막미나는 다시 많은 음식을 준비한 후 아이들이 아직 잠든 사이 바뚜 바땅꿉에게 찾아갔습니다. 집을 떠나기 직전 막미나는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런 후 바뚜 바땅꿉 앞에 선 막미나는 다시 자신을 삼켜 달라고 부탁했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바뚜 바땅굽은 순식간에 그녀를 삼켜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난 아이들은 또 다시 하루 종일 놀고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막미나가 사라진 지 이틀이 지나는 동안 어머니를 찾지 않다가 먹을 것이 떨어지자 다시 어머니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들은 어디로 가서 어머니를 찾아야 할 지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맹세를 어기면 어머니를 다시 삼켜버리겠다던 바뚜 바땅꿉의 말은 까맣게 잊고 있었죠.

 

“바뚜 바땅꿉아, 우리 엄마를 돌려줘.”

아이들은 바뚜 바땅꿉 앞에서 울면서 그렇게 요청했습니다.

“못된 녀석들! 이번엔 절대 너희들을 용서해 줄 수 없어!”

바뚜 바땅꿉은 크게 화를 내며 이렇게 소리쳤고 아이들이 놀라 어쩔 줄 모르는 사이 세 아이들도 모조리 삼켜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후 바뚜 바땅꿉은 땅 속으로 꺼져버렸고 이후 지금까지 다시는 땅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https://histori.id/legenda-batu-batangk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