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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자바 민화] 투계왕 찐덜라라스(Cindelaras)

beautician 2022. 5. 11. 12:05

 

[동화] 찐덜라라스(Cindelaras)

 

젱갈라 왕국

 

옛날옛절 까후리빤 왕국에서 갈라져 나온 두 나라 중 하나인 젱갈라 왕국(Kerajaan Jenggala)을 라덴 뿌트라 국왕이 다스리던 시절의 일입니다. 그는 착한 왕비와 아름다운 후궁을 거느리고 화려한 궁전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궁의 아름다운 미모 속에 숨겨진 악독한 마음이 문제였습니다. 후궁은 왕비를 질투하며 그 자리를 빼앗고 싶어 안달했습니다. 그녀는 어의와 음모를 꾸몄습니다.

 

어느날 후궁이 꾀병을 부려 병석에 눕자 국왕은 즉시 어의를 불러 후궁을 진맥하도록 했습니다.

“전하, 누군가 후궁마마 음료에 독을 탄 것 같습니다.”

어의의 보고에 왕은 크게 놀랐습니다.

“누가 감히 내가 총애하는 후궁에게 독을 먹였단 말이냐?”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독을 쓴 이는 왕비마마입니다. 왕비마마께서 전하의 총애를 뺏기지 않으려고 후궁마마를 죽이려 한 것으로 아옵니다. 이 나라의 권력을 왕비마마의 손 안에 쥐려고 말입니다.”

용한 의원이 진맥을 하면 그런 것까지 알게 되는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들은 국왕은 크게 노해 왕비를 정글로 끌고 가 처형하라고 명했습니다. 당시 왕비는 임신 중이었어요. 이에 재상이 즉시 왕비를 벨란타라 숲(Hutan Belntara)으로 압송했지만 그것이 후궁의 모략이란 것을 간파하고 있던 재상은 왕비를 죽이는 대신 토끼를 잡아 그 피를 칼에 묻혔습니다.

“왕비마마, 전하와 후궁마마께 왕비마마를 처형했다고 보고해야 합니다. 이 토끼 피를 마마의 슬렌당에 묻혀 가져가야 하니 통촉하여 주옵소서”

왕비는 기꺼이 슬렌당을 내주며 재상의 세심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재상은 왕비를 숲 속에 홀로 두고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거듭 사과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물러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숲 속에 홀로 살게 된 왕비는 몇 개월 후 남자아기를 낳아 찐덜라라스(Cindelaras)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영리한 찐덜라라스는 어릴 때부터 숲속 동물들과 소통하며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어느날 찐덜라라스가 숲에서 놀고 있을 때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알 한 개를 찐덜라라스 옆에 떨구가 갔습니다. 찐덜라라스는 그 알을 주워 부화하도록 보살폈습니다. 3주 후 알에서는 귀여운 병아리가 나왔습니다. 찐덜라라스는 지극정성으로 병아리를 키웠습니다.

 

’병아리는 곧 닭으로 성장했는데 몸은 건장하고 부리는 마치 독수리 부리처럼 단단했습니다. 다른 닭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힘센 수탉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특이한 건 울음소리였습니다. 그 닭은 이런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꼬끼요~ 내 주인 찐덜라라스의 집은 벨란타라 숲 속에 있는데 지붕은 야자 잎으로 덮였고 아버지는 젱갈라 왕국 라덴 뿌트라 라자라지”

닭이 머리가 무척 좋은지 홰를 칠 때마다 이 긴 대사를 다 외웠다는 겁니다. 닭의 탈을 뒤집어쓴 앵무새 아니었을까요?

 

찐덜라라스와 그 어머니는 닭이 홰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동안 옛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지만 닭이 그런 소리를 내는 것을 들은 후 결국 찐덜라라스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들이 왜 숲 속에 살게 되었는지를 모두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찐덜라라스는 궁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찐덜라라스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는 간신히 어머니의 승락을 얻어낸 후 수탉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투계 (Adu Ayam)

 

가던 길에 투계꾼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찐덜라라스가 수탉을 데리고 가는 것을 보고 닭싸움에 끼어 보라고 유혹했습니다.

 “이봐, 너! 네가 데리고 가는 닭과 내 수탉을 싸움 붙여 볼래?”

 “그러시든가.”

찐덜라라스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닭싸움에 참가한 찐덜라라스의 닭은 싸우는 족족 상대방을 이겼고 아무도 그를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닭싸움에서 승승장구하는 찐덜라라스의 수탉 이야기는 급기야 국왕의 귀에도 들렸습니다. 국왕도 닭싸움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광팬이었어요. 그는 곧바로 신하를 시켜 찐덜라라스를 궁전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닭싸움을 누구보다도 좋아한 라덴 뿌트라 왕은 왕궁 안에 싸움닭을 여러 마리 키우고 있었습니다.

 

“전하를 뵈옵니다.”

찐덜라라스가 수탉과 함께 국왕에서 절을 올렸습니다. 그 우아한 동작과 절도있는 목소리에 국왕은 이 잘생기고 영리한 청년이 필시 일반 평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찐덜라라스의 수탉과 국왕이 키우는 싸움닭 사이에 닭싸움이 벌어지게 되었는데 왕은 시합을 앞두고 찐덜라라스에게 내기를 걸었습니다. 만약 찐덜라라스가 진다면 수탉의 목을 치고 만약 국왕이 진다면 왕실이 재산 반을 찐덜라라스에게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감정으로 보면 이기면 왕이 갑질을 하는 거고 지면 왕이 국가 이익에 반하는 배임을 저지르는 셈인데 옛날이고 전설이니 이 내기가 가능해집니다.

 

시합이 사작되자 두 마리의 수탉이 치열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분만에 승기를 잡은 찐덜라라스의 수탉이 국왕의 싸움닭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구경꾼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를 올리며 찐덜라라스를 축하해 주었습니다.

 “좋아 패배를 인정하지. 이제 왕실의 반은 찐덜라라스 너의 것이다. 하지만 자기 소개가 늦었군. 그대는 어느 가문의 누구인가?”

찐덜라라스는 왕에게 다가가 몸을 숙이며 왕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습니다. 왕의 안색이 변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찐덜라라스의 닭이 홰를 치면서 예의 이상한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꼬끼요~ 내 주인 찐덜라라스의 집은 벨란타라 숲 속에 있는데 지붕은 야자 잎으로 덮였고 아버지는 젱갈라 왕국 라덴 뿌트라 라자라지”

수탉은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그렇게 울었습니다. 라덴 뿌트라 국왕과 신료들은 그 닭 울음소리에 혼비백산하며 놀랐습니다.

“그게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전하. 저 찐덜라라스는 왕비마마의 아들입니다.”

찐덜라라스가 딱부러지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자 궁전은 아연 숙연한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라덴 뿌트라 국왕은 재상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고 재상은 왕에게 사실대로 고했습니다.

“내가 잘못 판단하여 아무 잘못도 없는 왕비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구나. 왕비를 음해한 후궁이야말로 극형을 당해 마땅하도다!”

왕은 그렇게 외치며 과거의 잘못을 후회했습니다.

 

라덴 뿌트라는 찐덜라라스를 껴안고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고 이후 왕은 재상, 신하들과 함께 숲으로 가서 유폐된 왕비를 모셔왔습니다. 후궁과 당시의 어의가 처형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이제 라덴 뿌트라 국왕과 왕비, 그리고 찐덜라라스는 모두 함께 궁전에서 행복하게 살았고 라덴 뿌트라 국왕이 서거한 후 찐덜라라스가 아버지가 물려준 왕위에 앉아 왕국을 공정하고 지혜롭게 다스렸습니다.

 

 

찐덜라라스 아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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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이 민화 제목 ‘Cinderlaras’를 보고 신데랄라….? , 신데렐라! 이러면서 인도네시아 민화라 해도 제목이 신데렐라니 내용도 똑같겠지 생각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출처

https://dongengceritarakyat.com/dongeng-cerita-rakyat-indonesia-cindelar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