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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이민국의 막무가내 공무원

beautician 2016. 9. 28. 10:00


자카르타 북부 이민국에서 막무가내 공무원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Kitas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이민국 담당공무원이 뜬금없이 소환장을 날리고 나타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거라 엄포를 놓는 사건이 몇 년 전에 벌어졌습니다. 그 친구는 이틀 전쯤 우리 사무실 실사를 나왔다는데 우린 마케팅 전문회사라 오전 11시 이후엔 사무실엔 직원이 남아 있지 않아서 허탕을 친 거죠. 그 친구는 내 Kitas 연장신청 내용이 허위라고 거품을 물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일찍 이민국에 가서 계속 시간을 끌고 헛소리를 하는 그 친구를 데리고 우리 사무실에 데려 갔습니다. 물론 우리 영업직원들을 모두 사무실에 잡아 둔 상태로요. 그런데 사무실을 둘러 본 그 이민국직원이 하는 말이 가관입니다. 

" 연기자들 불러 놓고 이렇게 꾸며 놓느라 고생하셨소." 

뭐라고? 
그 친구는 내 사무실의 존재 자체, 우리 직원들이 실제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개무시했습니다. 

"난 이 사무실이 정말 운영되고 있는 곳이라는 증거를 찾을 수 없어요. 당신이 보여준 그 서류들이나 직원 급여명세 같은 거 누구나 위조할 수 있는 거라구. 당신 제대로 걸린 거야. 난 당신 kitas 내줄 수 없어." 

이딴 소리를 하고 이민국으로 돌아가 버렸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겁니다. 
어쩔 수 없이 다음날도 아침 일찍 이민국에 가서 상황을 정리하고 이 골때리는 사건을 수습하려 하는데 어제의 그 이민국직원은 오전 내내 나를 생까더니 점심시간도 훌쩍 지난 오후 2시쯤에 자기 상관이 날 보자고 한다며 한국으로 치면 부장쯤, 아니면 사무관쯤 되는 사람 방으로 날 불렀습니다.  그 상관이라는 사람이 날 보자마자 능글스럽게 웃으며 대뜸 한다는 말이 이거였어요. 

"지금까지 이민국에 기부금 내신 적이 한번도 없으신 모양이에요?" 

그 자리에서 5백만 루피아를 뜯겼어요. 
이런 일은 내가 뭔가 주장한다 해서, 제대로 된 서류를 들이민다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해결이야 되겠지만 내 Kitas는 일정 기한 내에 나와야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난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일단 인도네시아에서 출국해야만 하는 것이니까요. 이민국이 그에 대한 보상을 해줄리는 만무하고 오히려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고 핑계를 대면서 그 모든 것을 내 잘못으로 돌릴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늘 똑같은 사건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비슷한 일들을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근 20년간 당하고 있습니다.



2014.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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