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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KITAS 비자발급 대행료 덤핑사태

beautician 2016. 9. 25. 10:00





KITAS 연장을 위한 싱가폴에서의 비자대행료를 어떤 분은 USD270 정도가 적절하다 하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잠정적으로 USD230 정도로 향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하던데 그런 논란이 벌어지고 며칠이 지나서도 정작 누가 어디에 어떤 가격으로 덤핑광고를 냈다는 것인지 제가 눈이 어두워서인지 오리무중입니다. 아무튼 현재의 상황은 10여년 전 USD100여불 대에서 최근 2-3년 전부터 USD300까지 치솟았던 싱가폴 비자대행료에 최근 가격파괴가 발생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http://www.kemlu.go.id/singapore/Pages/AboutUs.aspx?IDP=61&l=id 에 게재되어 있는 바와 같이 1년짜리 KITAS 연장을 위해 싱가폴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지불하는 실제금액은 일인당 싱달러(SGD)140,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대략 USD110 정도이니 대행료로 USD200 이상만 받아도 근 두 배 장사는 하는 셈입니다. 원가가 정말 USD170 정도 된다면 그분도 중간에 브로커를 사용하거나 급행료를 심하게 주고 있는 거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이 하는 장사에 200불이면 이문이 너무 박하다느니 300불이면 정말 폭리라느니 얘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팩트가 그렇다는 겁니다.

 

실제로 싱가폴엔 한국여행사들 말고도 KITAS를 취급하는 다양한 국적의 업체들이 존재하고 서초동 법원골목이나 자카르타 공항 화물터미널처럼 싱가폴의 인도네시아 대사관 주변에도 KITAS 브로커들이 존재합니다. 대부분 인도네시아 사람들이죠. 그들을 통하면 일인당 싱달러로 SGD200~250 정도이니 환산하면 USD160-200 정도입니다. 물론 공항픽업이나 점심식사, 도시관광 등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당일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거나 실수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그러니 이들을 사용한다면 그 차액으로 스스로 실컷 택시도 타고 식사도 하고 관광도 할 수 있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 차액을 고스란히 절약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사실 싱가폴 KITAS 비자대행료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 개인이 직접 신청할 경우 당일 발급을 받지 못하게 된 시점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부지런을 떨어 가족들 모두 새벽 비행기를 타고 싱가폴에 날아가 아침 일찍 대사관에 여권과 KITAS 케이블 사본, 신청서와 해당 비용(앞서 언급한 지금의 싱달러 140)을 접수시키고 오차드 거리와 센토사 아일랜드를 종횡무진 누비다가 오후 4시쯤 다시 대사관으로 가서 KITAS 비자가 발급된 여권을 찾아 저녁비행기로 돌아오면 되는 거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게 불가능하게 되었어요. 개인이 신청하면 3 working days가 소요되는 것으로 규정이 변경되었던 것입니다. 목요일에 신청하면 잘해야 그 다음 주 월요일에야 비로소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거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점점 더 나빠진다는 것은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물론 인도네시아에서 10년 이상 살다 보면 그게 별로 놀랄만한 일도 아닌 게 되어버리긴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웃긴 것은 그 KITAS 비자수속 기간 3일이란 규정이 개인에게만 적용되고 여행사가 브로커들에게는 여전히 당일 발급이 된다는 거였어요. 도대체 왜 이런 불공평한 일이 발생한 걸까요? 영사과 접수창구 직원들이 개인신청자들을 응대하는 것이 번거로워 개인들이 불편하든 말든 무조건 창구를 간소화하겠다는 인니 특유의 행정편의주의적 만행이었을까요? 아니면 거기에 여행사들과 브로커들의 담합과 야료도 영향을 끼쳤던 것일까요? 아니면 여행사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대신 정상가격 이상의 급행료를 뒤로 챙기려는 뒷거래가 있었던 것일까요?

 

아무튼 그렇게 규정이 바뀐 이후 개인적으로 비자연장을 하려는 사람들은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고 누구나 브로커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안모곳의 운전면허시험장에서도 짤로(calo)들을 몰아내려는 나름대로의 노력이 엿보이던 시점에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KITAS 소지자들에게 100% 브로커를 사용하도록 종용하는 형국이었고 그건 마치 모 은행 직원이 달러입금고객에게 인근환전소에 가서 깨끗한 지폐로 바꿔오라고 요구하는 레벨의 어이상실스러운 조치였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싱가폴의 KITAS 브로커들에겐 개인이나 회사를 막론하고 황금시대가 마구마구 펼쳐지기 시작했던 것 아닐까요?

 

그런데 지금 어떤 나쁜 놈이 나타나 그 블루오션에 짱돌을 던진 모양이죠.

 

어떤 분은 싸구려 상품’, ‘덤핑행위’, ‘수준높은 고객을 운운하며 가격을 인하한 업체를 공격했고 또 다른 분은 어려운 교민’, ‘형편이 어려우신 분’, ‘상도덕’, ‘악의적 의도’, ‘존폐의 영향’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행위등 보다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렇게 표현하는 것도, 한껏 기염을 토한 후 이젠 다시 원문을 삭제해 달라는 것도, 그런 기존업체들을 격려하는 것도, 그 짱돌 던진 놈한테 박수를 보내는 것도 각자 고유의 자유이고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치찌개 한 그릇도 청기와 58천 루피아, 황금밥상 6만 루피아, 명가면옥 8만 루피아로 천차만별이지만 고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서로 싸우는 모습 보지 못했습니다. 설령 장터식당 같은 데에서 점심특선메뉴로 3만 루피아 짜리 김치찌개를 내놓는다 해도 시장을 파괴하려는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매도하는 인근식당들은 없을 것 같아요. 정말 중요한 건 가격에 합당한 내용이죠. 8만 루피아 짜리 김치찌개가 청기와 김치찌개만도 못하면 누가 다시 사먹겠어요? 3만원 점심특선 김치찌개에 정작 김치는 들어있지 않다면 누가 다시 사먹으러 오겠어요?

 

나는 아직 그 덤핑업체라는 곳이 왜 업계에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고객들 돈을 갖고 튄 것도 아닌 모양이고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물의를 빚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단지 기존 업체들의 사전양해도 받지 않고 파격적인 서비스가격으로 광고를 때렸던 게 문제가 되는 건가요? 그게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면 몇 달 못버티고 문닫을 게 뻔한 일인데 말이죠. 아니면 일인당 100불씩 남겨 월 5천불 경비를 충당해야 하는 현실이 정작 문제가 되는 건가요?

 

상황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말이 많다고 욕하신다면 달게 욕먹겠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 변치 않는 팩트는 현재 싱가폴에서의 KITAS 비자발급규정은 여전히 대행사나 브로커들에게 철저히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이며 그 원가는 싱달러 140, USD110 수준인데 덤핑친 나쁜 놈 때문에 떨어졌다는 가격이 일인당 USD230-270 선이라는 거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블루오션에 짱돌 던진 그 나쁜 놈…., 정말 사랑합니다.

 

 

2014.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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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4년 초 싱가폴과 자카르타를 뒤흔들었던 싱기폴 비자피 덤핑사건이 벌어졌을 때 쓴 글입니다.

싱가폴 대사관에 지불하는 실제 비자피는 2016년 8월 현재 SGD160입니다.

당시 우린 싱가폴 한인여행사들간 획기적인 가격인하를 기대했지만 이 사건은 결국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마다 당시 두당 USD300 씩 하던 싱가폴 비자진행 브로커피가 USD270으로 조정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 이 사건이 남긴 가장 긍정적 결과였습니다.

물론 싱가폴의 한인 여행사들은 매우 불만스러운 부분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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