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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손상

beautician 2014. 8. 23. 22:33


별의 별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 인도네시아여서 여간 골치아픈 것이 아니지만 매일 새로운 일들이 터지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하루하루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번엔 주차장 천정에서 누수가 생겼습니다.

지난 화요일 밤늦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집에 올라갔었는데 아침에 출근하려고 차에 가 보니 천장에서 누수된 물이 낙수된 흔적이 차량에 역력히 남아 있었습니다.


 

원래 저 하얀 차는 저 우측 주차공간에 주차하던 것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그날 밤 다시 주차를 한 후 찍은 것인데 저 우측 공간 바닥에 고인 저 물이 밤새 내 차의 지붕위로 똑똑 떨어졌던 것입니다. 시멘트 바닥이라 어느 정도 흡수되기도 하고 대개는 증발해 버릴 텐데 처음 발견 후 거의 12시간이 지난 후에도 저렇게  물이 흥건히 고여 있다는 것은 누수되어 낙수되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제법 꾸준하게 떨어져 내렸다는 의미인 거죠.



저 천장 어디에선가 떨어져 내렸을 거라 생각하고 올려 보았는데 천장에 수많은 크랙이 나 있었고 보수한 흔적들이 거짓말 보태지 않고 근 100 여개가 보였습니다. 이제 지어진지 5년차에 들어선 이 아파트는 그동안에도 참 여러가지 문제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이런 일은 전에는 없었습니다. 내가 주차한 곳 바로 위층인 7층엔 수영장들이 설치되어있었지만 그건 바로 내 머리 위가 아니라 내 주차장소로부터 약 15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어요. 그러니 낙수된 물은 수영장 물이 아니었고 화공약품이 섞여 있었는지 차량 표면에 손상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요. 

잘 안보이신다고요? 

그럼 이렇게....




당연히 지워보려 애를 썼지만 이건 지워질 수 있는 흔적이 아니었어요. 칠이 녹아내려 벗겨져 있었고 주변은 끈적거렸습니다. 무리해서 닦아내려 한다면 도색이 엉망이되어버릴 판이었죠.



그런 흔적은 왼쪽 앞창문에도 나 있었습니다. 이것 역시 닦이지 않았습니다. 알콜을 사용했다가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백나무오일(민약 까유뿌띠)을 사용해 닦아 보았는데 끈적거림이 창문 전체로 번져버려 그 번진 부분들을 다시 원상복구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 창문의 흔적은 지붕 도색이 녹아서 떨어져 내리며 생긴 것 같진 않았고(왜냐하면 지붕에서 창문 사이에 연결되는 흔적이 없었거든요), 아마도 천장에서 별도에 장소에 맺쳐 다이렉트로 떨어진 낙수방울들이 만든 흔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수요일은 정신없이 바쁜 날이어서 정비소에 도색수정을 문의할 여유도 없었고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달려가 한바탕 난리를 죽일 시간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하필이면 차를 바꾼지 불과 4개월. 새 차에 흠이 생겨 하루 종일 잔뜩 속상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돌아온 그날 밤 난 차를 평소에 대던 자리에서 한 클릭 옆으로 대었으므로 원래의 내 자리는 이렇게 비어 있었습니다. 강아지가 오줌싸고 간 자리 같이 낙수물이 고인 흔적은 아직도 저런 상태였고요. 


그 다음날인 목요일은 15만 루피아씩 '점심값' 명목으로 받아 챙긴 쁘라보워 지지자들이 헌번재판소 주변을 비롯해 자카르타 주요지역에서 생난리를 치던 날입니다. 

가끔 인도네시아는 참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되기도 했는데 이 날이 특히 그랬어요. 대선에서 깨끗이 패배한 사람이 어떻게 좀 땡깡을 부리며 깽판을 치면 혹시 대통령 시켜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나라가 여기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민주주의 절차를 인정하지도 않고 그 결과에 승복하지도 않으며 민중을 사주해 현정권과 대통령 당선자를 압박하려 하는 사람이 만약 지난 선거에서 운이 좋아 대통령이 되었다면 쁘라보워는 동남아시아 패권국가의 수장으로서 온갖 땡깡을 부리며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에 막무가내로 전쟁을 걸어댈 지도 모르는 일이었죠. 비록 그는 투사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사실 2014년의 인도네시아 대선은 쁘라보워에게 있어 1998년 실패한 쿠테타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그 정도의 소요와 폭동은 어쩌면 예상된 것들이었죠.


그래서 혼란한 정국에 출근하지 말라, 어느 도로, 어느 지역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SMS가 내 핸드폰에 빗발쳐 들어오면서 좀 천천히 출근하기로 했던 그날 아침, 쁘라보워의 시위대가 도심 길목을 가로막고 있던 것처럼 내 원래의 주차 공간을 이런 놈이 가로 막고 있었습니다. 




어제 밤까지도 없었던 건데 말이죠.




저런 팻말이 세워지고 고인 물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보면 관리실이 뭔가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 분명했어요. 저기 차를 세우면 도장이 파손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팻말을 세워 주차를 막은 것이고 저 천장 위, 아니면 그 윗층에서 뭔가 조치를 취했으니 낙수물이 현저히 줄어든 것일테니까요. 난 아직 관리실에 보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아파트 측에서 기특하게도 스스로 알아 조치를 취했던 것일까요? 


난 시내에서 쁘라보워 시위대와 맞서 출근투쟁을 벌이기보다는 관리사무실에서 민원투쟁을 벌이기로 했어요.


"자, 이게 현재 벌어진 상황이에요. 혹시라도 입주자가 로비 유리창을 깨든가 아파트 설비를 고장내는 경우가 생기면 아파트 측에서 반드시 손해배상을 별도로 구하거나 해당 비용을 관리비에 얹어서 주민들이 십시일반 나눠 내도록 청구하죠? 자, 반대로 아파트의 과실로 입주자가 크건 작건 재산상의 피해를 입게 되면 아파트가 그 손실을 배상해 줘야 할 거 아니에요? 내 손실은 이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으니 도장과 창문청소(또는 교환) 실비를 보상해 주는 게 맞겠죠? 공문으로 요청드려야 할까?"


민원담당 군뚜르(Guntur)라는 젊은 직원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어요. 

난 사실 이 친구가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내가 관리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아직 근무시간이었음에도 이 친구는 자리를 비워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거든요. 그런 다음 해당 사진들을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 간단히 와쎕(Whatsapp)어플로 보내려 하자 이 친구는 자긴 핸드폰 번호를 자꾸 잘못 가르쳐 주는 거였어요. 그 이유가 자주 핸드폰 번호를 바꾸기 때문이라 했는데 젋은 현지인 남자들 중 번호를 자주 바꾸는 이유는 책임지지 않고 차버린 여자친구나, 떼먹은 빌린 돈이나 오토바이 할부금을 독촉하는 콜렉터들을 피할 목적인 경우가 십중팔구였으니 난 이 친구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거에요.


내가 밀어붙이자 이 친구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마도 자기 상관인 모양이었어요.


"네, 그 주차장 문제 말인데요."


그 주차장 문제...? 이미 그 문제를 상관도 알고 있단 말인가요?

그런데 그 다음 말이 가관입니다.


"그 문제를 겪은 차량이 한 대 더 있어요...ㅠㅠ"


난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쾌재를  불렀습니다. YES!!!

그러니까 전날 밤 내가 옆 주차공간에 차를 대고 올라간 후 누군가 그 빈자리에 밤새 주차를 했던 모양입니다. 난 내가 밤늦게 돌아올 때마다 내 자리임을 뻔히 알면서도 얌체처럼 그 자리를 차지하던 흰색 알파드를 떠올렸습니다.  만약 내가 유일한 피해자라면 난 좀 어려운 싸움을 외롭게 해야 하는 거였는데 만약 알파드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면 이젠 외로운 투쟁이 아닌 겁니다. 게다가 아침부터 관리사무실을 홀랑 뒤집어놓아 부리나케 주차공간에 팻말을 세우게 하고 누수를 줄이는 조치를 하게 할  만한 목소리 큰 화교동지가 내 뒤에 서 있는 셈이 된 것입니다.


또 하루가 지난 금요일 경비원들을 주차장에서 만났습니다. 관리사무실에서 지시를 받아 현장실사보고를 작성하러 온 친구들이었어요. 알파드는 이 친구들과 이미 목요일에 만나 서류를 만든 모양이었어요.  



"이 아파트 관리비 비싸기로 유명한데 여기 입주자들 민원이 제대로 처리된 게 뭐 있어요? 그런 와중에 이런 문제까지 생기면 만약 당신이 내 입장이라면 그 관리비가 무지 아깝지 않겠어요?"


이런 얘기를 경비원들에게 해봐야 사실 아무 소용없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 아파트는 많은 문제가 있었어요. 지금은 여러 개의 동들이 다 완성되었지만 달랑 타워 한 개만 세워졌던  수년전에  입주했던 우린 많은 불편함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아파트의 주민들이 나중에 완성된 모이(Mall of Indonesia)로 몰려드는 방문객들과 섞여서 그 단지를 출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입주자들을 위한 통행로가 따로 나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실 바로 뒷쪽에 아르타가딩 몰이 있고 그 앞에 톨로 빠지는 길이 있어 우리 가딩스퀘어 단지의 뒷쪽 아파트 단지 앞을 가로지르는 도로의 직선상에 통로를 하나 내면 입주자들은 몰 방문객들과 함께 휩쓸려 다닐 필요가 없는 안락함이 확보되는 것인데 그 길이 개통된 것은 우리가 입주한 지 4년이 훌쩍 넘은 후에야 이루어졌고 그나마 아파트 주민들의 전용통로가 아니라 몰의 뒷문같은 성격이 되었으므로 바로 톨로 빠져나갈 수는 있지만 여전히 몰 방문객들과 함께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은 변한 게 없었죠.


그리고 그 다음으로 가장 큰 문제는 엘리베이터였어요. 카고용 엘리베이터 2개를 포함해 총 10개의 엘리베이터 중에 제대로 가동되는 것은 그간에도 60-70% 선을 넘지 못했는데 최근엔 그중 3-4개만 운행되는 상태여서 마치 홍콩 침사추이의 낡은 싸구려 호텔들처럼 주민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장기간 기다리며 줄을 서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아파트 당국에서 무슨 이유때문인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현대 측에 A/S를 맡기지 않고 다른 로컬업체를 쓰면서 점점 더 불편하고 심지어 위험한 엘리베이터 환경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죠. 난 지난 5년간 우리 아파트에서 세번쯤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봤습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관리실 미팅을 하면서 엘리베이터 문제는 곧 현대를 불러 들여 다시 A/S 맡기기로 결정을 내렸어요."


경비원들 중 좀 직책이 높아 보이는 사람이 묻지도 않은 부분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그동안 민원이 빗발쳤던 모양이죠. 7월에 어떤 일이 있어 관리사무실에 갔다가 나도 엘리베이터 문제를 물어봤을 때 거기 직원은 10월에 완전히 수리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는 대답을 했었습니다. 결국 4개월동안 방치하겠다는 계획이었던 모양인데 주민들 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니 아파트 당국에서도 방침을 수정한 모양입니다.




사실 내가 겪고 있는 누수로 인한 차량손상 문제는 아파트 당국이 정말 만족할 만한 조치를 취해줄 것인지, 아니면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대충 성의를 보이는 척 하다가 흐지부지 뭉개버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런 일을 경험하면서 오늘날의 인도네시아가 대충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고 생각하며 그 처리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의 문제이긴 하지만 과연 이 친구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처리하여 종결할 것인지 사뭇 귀추가 주목됩니다.

게다가 내 뒤엔 알파드가 있으니....ㅎㅎ.




2014.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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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천정누수로 차량 지붕이 오염된 이 사건은 비록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약 2개월 후인 10월 13일(월) 아파트 관리시를 다시 방문하여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자 그 다음날인 10월 14일(화) MOI내 씨티홈 (Cityhome) 블록 지하 1층의 Salon Mobil (기본적으로 차량 왁싱하는 곳)에서 French Walk 아파트가 지급보증하는 것으로 하고 해당 오염을 제거하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 아파트 측에서 꼼수를 부리느라 시간도 지연되었고 해당 오염이 손쉽게 지워지는지 몰래 확인하려 했는지 문질러 닦은 부분은 철솔로 문지른 듯 생채기가 생기는 등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아무튼 아파트 측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고 행동에 옮겼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물론 아파트의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죠.

내가 이렇게 조치한지 약 8시간 후인 오후 6시가 좀 넘어 아파트관리사무소가 있는 에비앙 타워의 8층에선 가스통이 폭발하는 사고가 벌어져 부상자가 발생했던 모양이더군요.


뭔가 매우 아슬아슬 합니다.


201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