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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뷰티 미용박람회 - 전시물품 통관

beautician 2014. 9. 25. 11:54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미용행사인 코스모뷰티 박람회가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코스모프로프나 광동페어에 비하면 매우 작은 규모이지만  총 200여개 업체가 참가하고 한국에서도 20여 업체가 참여합니다. 


매년 벌어지는 일이지만 3m x 3m 부츠 기준 전시회 3일간 임대료로만 한화 3백만원 이상을 지불하고서도 전시품 하나 없이 텅텅 빈 부츠가 몇개 보이곤 합니다. 어떤 곳은 전시제품이 턱없이 부족해보이기도 하고요. 이건 모두 자카르타 공항세관의 장난 때문입니다. 전시를 위한 제품들은 공식 조직위를 통해 사전에 해상운송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시기를 놓쳤거나 긴 해상운송 기간 동안 뜨거운 컨테이너 안에 넣어 둘 수 없는 전시물품들을 뒤늦게 개별 항공편으로 들여오는 것을 공항세관이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 물건들이 전시회기간 전 혹은 그 기간 중엔 꼭 통관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죠. 그 약점을 철저히 이용합니다.  


그들은 아주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 제품을 세관창고에 유치해 놓고 화주에게 제품가의 몇배 또는 몇십배에 이르는 통관료, 급행료, 벌금을 요구하는 거죠. 때로는 통관규정을 내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미용박람회의 특성상 보사부 FDA 규정을 들먹이기도 하며 심지어 인도네시아의 화주 또는 파트너 회사에 세무조사를 나가겠다며 위협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는 울며겨자먹기로 그돈을 내고 물건을 찾아 전시회를 치르기도 하고 또 어떤 회사는 이를 갈며 물건통관과 전시회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시기에 전시회와 관련없이 상업용 또는 쌤플용도로 화장품이나 미용기기 같은 유사제품들을 항공편으로 들여오는 일반 수입업체들도 똑같은 경우를 당합니다. 세관에선 그게 전시회용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능력도, 그럴 필요나 의지도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9월말-10월초가 되면 수많은 미용관련 업체들이 공항세관에서 고통을 겪습니다. 그들은 화주들을 절박함에 몰아넣고 줄을 세운 후 자신들이 통관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는 훌륭한 공무원인 듯 가장하고서 회유하고 협박하며 돈을 짜냅니다. 물론 그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과거 수하르토 정권 당시의 정부기관들은 철권으로 국민들을 겁박하고 특권층이 그 특권을 가감없이 휘두르며 공공연히 잇권에 개입했다면 자카르타 폭동 이후, 특히 유도요노 정권 후반부에 들어서서는 개인과 기업이 절박함에 못이겨 먼저 네고를 걸어오도록 만드는 사특함이 그 특징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다가 코스모뷰티 박람회가 끝나고 나면 세관은 아직도 물건이 계류된 업체들 어깨를 툭툭 치며 네고를 걸어 옵니다. 본국에 반송했다가 다시 들여오는 운송비 정도의 금액을 뒷돈으로 요구하는 거죠. 그 물건들을 현지에 유통시켜야 하고 이미 오더까지 받아놓은 일반기업들은 어차피 반송했다가 다른 경로로라도 꼭 들여와야 할 것이므로 최소한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도 더럽다고 침을 뱉어가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완전 빡친 꼴통기업들은 손해에도 불구하고 쉽백을 강행하죠. 물론 그건 자기만 손해입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청렴한 세관원들에겐 정말 미안한 얘기이지만 인도네시아의 세관이란 대개의 경우 너무 지나쳤다는 미안함이나 양심의 가책이란 걸 모르는 조직인 것이 사실입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코스모뷰티 미용박람회를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려는 본국 미용관련 기업들은 아무쪼록 이런 세관과의 문제를 현명하고 지혜롭게 피해 가시길 기원합니다.



2014.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