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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저주로 돌이 된 불효녀 이야기 본문

인니 민속과 주술

어머니의 저주로 돌이 된 불효녀 이야기

beautician 2022. 3. 13. 11:43

눈물 짓는 석상 (Batu Menangis)

 

옛날 옛적 서부 깔리만탄에 사람들이 많이 사는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작은 언덕에 가난한 과부가 딸과 함께 살았습니다.

 

소녀는 보는 사람의 넋을 빼앗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에 걸맞은 인성까지 지니지는 못했습니다. 그녀는 자기처럼 예쁜 여자아이가 산골짝에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 너무나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며 늘 불만에 차 있었고 어머니가 하는 밭일은 물론 집안일도 전혀 돕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하는 일이라고는 하루 종일 머리를 빗고 손톱을 다듬으며 자신을 치장하는 것뿐이었어요.

 

행동 역시 철이 없고 오만방자해 자기가 원하는 일은 어머니가 꼭 들어주지 않으면 난리가 나곤 했습니다. 그녀는 좋은 옷과 멋진 구두를 요구했고 어머니가 자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머니를 괴롭히고 가재도구를 망가뜨리곤 했습니다. 가난한 형편에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뼈가 으스러져라 매일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어쨌든 딸을 너무나 사랑했던 것입니다.

 

어느 날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마을에 일용품을 사러 나왔습니다. 장이 열린 곳은 아직 멀었고 두 사람은 마차도 타지 않고 걸어가야 했으므로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길가 남자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내심 즐거웠습니다. 아이는 예쁜 옷과 구두를 신고 있어 보는 사람들마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흘렸습니다. 그녀는 누구나 꿈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저세상 미모를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한편 어머니는 누더기를 입은 채 장바구니를 들고 그 뒤를 따라 걸었습니다. 그들이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살았으므로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모녀 사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마을에 들어서자 젊은이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에 놀라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 걸어가는 누더기 여인과 너무 대비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예쁜 아가씨, 뒤에 따라오는 분은 어머니신가?”

“그럴 리가요. 그 사람은 내 하녀에요.”

소녀가 냉정하게 부인하자 어머니는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가지 못해 또 다른 젊은이가 다가왔습니다.

“이봐, 예쁜이. 어머니랑 어딜 같이 가는 거야?”

“아니라니까요. 저 사람은 내 종이에요!”

그녀는 뒤따라오는 어머니에 대해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그가 어머니가 아니라 하녀나 노예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어머니도 처음엔 딸이 그렇게 대답하는 것을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대답이 자꾸 반복되자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 왔습니다. 어머니는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되자 마음 속으로 기도를 올렸습니다.

 

“신이시여! 이 모욕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내가 배 아파 낳은 딸이 나한테 저렇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신이시여, 저 아이를 벌해 주세요. 신의 정의를 보여 주세요.”

 

그러자 딸의 몸이 돌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다리가 돌이 되더니 엉덩이와 배도 돌로 변하자 아이는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용서해 달라며 어머니에게 빌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게 늦고 말았습니다. 소녀의 온몸이 돌로 변하고 만 것입니다. 돌로 변한 소녀의 눈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돌로 변한 소녀는 ‘우는 바위’(Batu Menangis)란 이름이 붙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눈물짓는 석상 아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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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불순종하여 천벌을 받아 돌로 변한 딸의 이야기는 그 전개의 구도와 내포한 교훈이 빠당의 말린 꾼당 전설과 유사합니다. 어머니를 부인하고 불효한 아들이 어머니의 저주로 배가 난파하고 빠당 해변에 밀려와 돌이 되어버렸다는 전설 말입니다.

 

수마트라에서도, 깔리만탄에서도 부모에게 불순종하고 불효하면 돌이 되는 저주를 받게 된다는 민화가 존재하는 것은 그만큼 효(孝)의 가치가 당시 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었겠죠.

 

다른 나라에도 돌로 변한 사람들의 전설이나 민화가 없지 않지만 그 변화 이유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주로 ‘불효’라는 것이 눈에 띕니다.

 

참조:

https://histori.id/legenda-batu-menangis-kalimantan-bar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