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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르베익호의 침몰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데일리인도네시아 책소개

beautician 2022. 2. 13. 12:21

[신간]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함카 작, 배동선 역

기사입력 2022.02.09 10:43
 

20세기 인도네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언론인, 성직자, 사상가…

‘인도네시아 국가 영웅’ 반열에 오른 함카의 최고 역작!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은 인도네시아 국가 영웅 반열에 오른 작가 함카(Hamka)의 대표작으로, 젊은 연인의 삶을 통해 미낭카바우 지역의 부조리한 전통과 관례를 고발하고 민족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로 출간된 인도네시아 소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원제 Tenggelamnya Kapal Van Der Wijck,1939)은 이슬람 단체인 무함마디야의 중책을 맡았던 함카의 종교적 관념과 사상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미낭카바우(Minangkabau) 지역의 부조리한 전통과 관례를 비판하는 동시에 네덜란드에 강점당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차별 철폐와 민족의 단합을 촉구하고자 집필됐다. 

 

성직자의 시선에서 모계상속 시스템을 고수하는 미낭카바우의 사회 구조적 문제, 전통과 현대 사회 속 갈등과 고민, 그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연인의 삶을 통해 정교하고 흥미롭게 표현했다. 세밀하게 묘사된 시대적 상황과, 상징적 등장인물을 통해 당시 인도네시아의 풍경과 민중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동남아시아문학총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호평받은 근현대문학 명작을 선별해 우리말로 번역한 도서로,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공통의 정서를 담고 있다.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는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지난해 국내 최초로 시작한 동남아시아 근현대문학 출판 사업이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은 1938년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 메단 소재 《민중의 나침반》 잡지를 통해 연재되었다가, 이듬해 책으로 정식 출간됐다. 

잡지에 연재될 당시 소설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한 독자들이 잡지를 빨리 받아 보기 위해 잡지가 배송되어 오는 역에서 줄지어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일부 보수적인 무슬림들은 울라마인 저자 함카가 로맨스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비난했지만 훗날 문학평론가 바크리 시레가르가 《판데르베익호의 침몰》을 함카의 최고 작품으로 꼽을 만큼 문단의 호평을 받았다. 

 

1963년에는 말레이어로 번역되었으며, 이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학생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약 9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중쇄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2013년에는 영화화되기도 했다.

 

필명 함카로 잘 알려진 압둘 말릭 카림 암룰라(Abdul Malik Karim Amrullah)는 1908년 2월 17일 서부 수마트라 숭아이바탕(Sungai Batang)의 독실한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나 1981년 7월 24일 세상을 떠났다. 유년시절 타왈립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16세 때 메카에서 7개월간 지내면서 아랍어와 이슬람 역사를 깊이 공부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델리의 종교학교 교사로도 일했다.

 

배동선 작가는 자카르타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전문 번역가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했으며,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를 집필했고, 1860년 네덜란드에서 출간된 식민지의 사정을 폭로한 고발 소설 《막스 하벨라르》 완역본을 한국외국어대학교 양승윤 명예교수와 공역했다. 이외에 청비스튜디오와 협업한 ‘인도네시아 호러 만화(Komik Horer Nusantara)’시리즈를 인도네시아에 소개했다.

 

한유주 작가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우리는 빠르게 전통과 단절하고 소위 근대라는 시간을 맞아들여야 했던 많은 나라들에서 이런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며 "이 소설은 독자가 세계의 일반 법칙을 바꿔보려고 분투하는 인물들에 공감하게 하는 한편, 그 시절 인도네시아의 고유한 풍습과 풍경을 보여준다"고 썼다. 이어 "네덜란드와 일본, 자카르타와 경성, 구습과 모던, 그리고 삼각관계. 이 키워드들만으로도 이 작품을 읽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인도네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