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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이스라엘 건국 정당화를 위한 영화

beautician 2021. 10. 14. 11:38

엑소더스

 

<엑소더스> 포스터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사의 전설적인 1960년작 영화 <엑소더스(Exodus)>(오토 프레밍거 감독)는 당시 한국엔 <영광의 탈출>이란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폴 뉴먼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OST가 인상적입니다. 이 음악은 MBC ‘주말의 명화’ 오프닝 곡으로도 쓰여서 지금 50-60대들은 대부분 기억하고 있을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7eWSxdkHWU

 

2차 대전 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아랍국가들 사이에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이스라엘이 건국된 것이 1948년이었으니 이 영화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불과 12년 후의 일입니다. 어찌 보면 12년은 2천년 넘게 세계에 흩어졌던 유태 민족들이 하나님의 약속에 따라 가나안에 자기들의 나라를 재건하는 거대한 서사시, 또는 2차세계대전을 이기기 위해 중동국가들과 민족들에게 온갖 약속을 남발한 끝에 결국 수많은 사람들을 불행과 죽음으로 내몬 초유의 국제 사기극 전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영상으로 녹여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에겐 재앙이나 다름없었고 7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자지구라는 지구상 가장 거대한 감옥을 조성해 하나님이 선택한 민족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옛날 엑소더스 시대에 모세의 유대민족이 블레셋에게 품었던 똑 같은 악의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미안해서라도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없겠지만 당시 1948년과 1952년 이미 1, 2차 중동전쟁을 치른 유태인들로서는 이스라엘 건국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 할리우드 자본으로 세 시간짜리 대작 <엑소더스>를 제작해 세상에 뿌린 것이죠. 하지만 몇 년 후인 1964년 흔히 6일 전쟁이라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이 또 다시 발발하게 되죠.

 

우리들에겐 MBC 주말의 영화 덕에 영화보다 OST가 더 유명해졌고 이후 많은 편곡이 있었는데 2012년 이 곡에 ‘This Land is Mine’이라는 제목과 가사가 붙여진 애니메이션이 유튜브에 공개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투쟁과 갈등의 역사를 그린 이 영상의 잔혹함은 아름다운 선율, 앤디 윌리엄스의 감미로운 미성과 극적인 대비를 이룹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vIyrrjTTY

 

 

이스라엘이 사실 건국과정과 존립방식 자체가 별로 본받을 만하지 못하다는 걸 안다면 한국 태극기부대 할아버지들이 반정부 시위를 하더라도 최소한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이스라엘 건국과 그 이후 중동상황을 그때 알았다면 이 영화 OST가 그토록 감명 깊진 않았응까요? 위험한 것일수록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21.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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