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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들이 자카르타 시내 톨 가운데 차선으로 달리는 이유 본문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트럭들이 자카르타 시내 톨 가운데 차선으로 달리는 이유

beautician 2021. 10. 9. 12:35

중간차선의 용도

버스 매연

 

인도네시아 와서 운전하던 처음 몇 년 간 가장 적응이 안되던 건 이런 거였습니다.

 

1. 신호등이 안보인다 – 없는 게 아니고 있긴 한데 한국 신호등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 그것도 조금 아래쪽에 달려 있어서 익숙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2. 차간거리가 좁다 – 앞뒤 차간거리가 좁은 건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인도네시아는 좌우 차간거리가 좁았어요. 그래서 내 차의 폭이 얼마인지 금방 익히게 되었고 딱 보기에 차가 못지나갈 것 같은 공간으로 얼마든지 지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3. 버스의 검은 매연 – 거의 대부분의 버스들이 시커먼 매연을 뿜고 다녔는데 지난 세기에는 거의 단속을 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부터 공공차량들 배기가스 검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이젠 거의 사라졌지만 요즘도 가물에 콩 나듯 가끔 보입니다.

 

4. 차 뒤에 붙어서 비키라고 상향등 켜는 차량들 – 그런데 이런 놈들은 한국에도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5. 톨에서 저속차선을 지키지 않는 화물차와 컨테이너 차량들 – 대형버스들은 1차선까지 들락날락거리고 트럭들은 저속차선 두 개를 잡아먹는데 3차선 도로의 경우 오히려 저속차선을 비우고 한 가운데 차선을 달리는 게 보통입니다. 그래서 승용차들을 트럭들을 좌우차선으로 추월하는데 그러다 보면 왼쪽 저속차선에도 트럭이 달리는 경우가 있어 소형차들을 1차선 한군데로 몰리고, 그게 출퇴근 시간 지독한 정체의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6. 카도에 정차하는 버스들 – 회전하려는 카도마다 버스들이 차람들을 테우고 내려 다른 차량들이 매우 가파른 각도로 회전을 해야 했습니다. 이후 버스 정류장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회전차선이 있는 사거리마다 늘어선 버스들 때문에 정체가 말도 못했습니다.

 

7. 스피드건이나 음주측정기가 없다. – 그런 고가의 장비는 반드시 누군가 팔아먹을 테니까.

 

8. 보험 든 차량들이 드물다 – 특히 서민-중산층 차량들은 보험이 없다고 보는 게 맞고 벤츠 같은 차량들도 정작 사고가 나면 대개 운전사를 쓰는 경우가 많아 차주가 운전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운전사는 배상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거나 저거나 마찬가지였죠.

 

이것 말고도 열거하자면 수십 가지도 더 있겠지만 우선 이 정도입니다.

이중에서 지금도 여전히 가장 신경쓰이는 건 톨 한 가운데 차선으로 달리는 대형트럭과 컨테이너 로리들입니다.  지금도 시내에 나가려면 그런 대형 트럭들을 수십 대쯤은 추월해야 하는데 때로는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는 부분이고 오히려 예전처럼 1차선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요즘엔 그리 많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고 여겨야 합니다. 이 부분을 교통경찰이나 교통부가 바로잡지 않는 건 그럴 필요가 없어서인지, 그럴 수 없어서인지 가끔 궁금해지곤 합니다.

 

 

 

 

 

2021.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