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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아잔(Azan)을 즐기는 법

beautician 2021. 10. 2. 12:05

확성기 신앙

 

옛날 동네 교회에서 예배시간이면 종을 치기도 하고 새벽기도 시간이나 저녁예배 시간에 찬송가를 확성기로 내보내기도 했던 걸 기억합니다. 내가 대학시절까지 다녔던 동국대 후문 쪽 서울침례교회에도 종탑이 있어 예배시간이면 사찰집사님이 종탑에서 줄을 당겨 교회당 맨 꼭대기에 매달린 종을 울렸습니다. 우리들의 신앙심은 그게 누군가에겐 소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것인데 그거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놈들은 모두 사탄의 자식들이라 생각했죠.

 

그게 인도네시아에 와서는 조금 더 진화한 양상을 보입니다.

우선 한국 기독교인들은 전체인구의 30% 정도지만 인도네시아 무슬림은 80% 이상, 그것도 일부 지역에서는 90%를 훌쩍 넘습니다. 그래서 무슬림들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이 하루에 몇 번씩이나 울려 퍼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아잔은 고음과 긴 호흡, 그리고 미성을 가진 남성이 필요해서 이슬람 기숙하교 쁘산트렌이나 각 지역 머스짓에서 청소년이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시키고 잘 하는 사람을 선발해 사원에 따라 기도시간 마다 아잔 녹음을 내보내는 게 아니라 실제 사람이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소리를 견디지 못하는 민감한 비무슬림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입니다.

 

인니 인구의 비무슬림 20%란 약 5천만 명 넘는 인구를 뜻합니다. 한국인들 중에서도 민감한 분들은 아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아파트를 구하려 합니다. 금식월이 되면 새벽 4시쯤에 기도를 드리기 때문에 3시쯤에 일어나 그날 마지막 식사를 하고 종일, 해가 떠있는 동안 금식을 하죠. 그래서 금식월의 아잔은 새벽 3시경부터 울려 퍼집니다. 무슬림들에겐 기도시간에 맞춰 깨워주는 알람이지만 무슬림이 아닌 이들에겐 새벽을 방해하는 소음이기 쉽습니다.

 

난 끌라빠가딩에서 오래 살았는데 그동안 아잔이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없습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가까이에 머스짓(masjid)이라 부르는 이슬람 사원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있었다 해도 굳이 스피커를 걸어 놓고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방송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에도 아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건 작년쯤부터입니다. 근처에 새로 새워진 사원들도 없는데 뜬금없이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인가 의아해했습니다.

 

최근 저녁 때마다 아파트 7층 둘레길을 돌면서 그 아잔의 출처가 어딘지 알게 되었습니다.

 

 

콤플렉스 안에 위치한 몰 주차장에서 우리 아파트를 바라보는 쪽으로 확성기가 설치된 것입니다. 여기서 기도시간마다 아잔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한국의 교회들이 주민들 항의에 굴복해 종소리와 찬송가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것처럼 인도네시아에서도 아잔을 고출력 확성기로 내보내는 관습이 사라지게 될까요? 아니면 더욱 큰 소리로 무슬림들의 신앙심을 북돋을까요?

 

아잔 소음을 극복하는 길은 머스짓 없는 지역으로 이사하거나(대개의 경우 인도네시아를 떠나야 함) 또는 스스로 이슬람에 입교하는 방법 밖에 없어 보입니다.

 

잘 들어보면 마그립을 알리는 아잔은 사실 매우 아름다운 선율이어서 노래하는 사람이 미성이라면 언제든 다시 듣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2021.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