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두꾼이 <방법: 재차의>의 저주를 구현할 수 있을까? 본문
방법(謗法)
tvN에서 2020년 상반기에 방송되었던 <방법(謗法)>은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 또는 머리칼만 가지고 특정 상대에게 장거리에서 저주를 걸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주술을 재미있는 스토리에 실어 소개합니다. '방법'이란 건 일종의 저주술입니다.
그런 주술적 상식없이 보면 방법은 일종의 초능력과 같습니다. 하지만 주술은 기본적으로 '신'을 매개체로 쓰는 것이고 그 신이란 애니미즘, 힌두교, 불교, 샤머니즘이 온통 연결된 세계관 속의 이름있는 신이나 악마일 수도 있고 그저그런 잡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신들은 제사를 좋아하고 제물을 당연시하죠. 그래서 서양의 마녀들이나 인도네시아의 두꾼들은 짐승이든 사람이든 생명과 피를 제물로 요구하고 몸주를 모신 무당들은 천기를 누설하며 자기 명을 갉아먹는 겁니다.
저 <방법> 드리마는 아마 외주제작이어서 실제 제작시기는 훨씬 더 이전인 듯 합니다. 왜냐하면 2019년 연말쯤에 저 드라마 작가라는 사람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방법 후속편을 준비하는 중인데 내가 블로그에 올려놓은 인도네시아 두꾼들의 부적들을 극중에 사용해도 되겠냐고 묻는 내용이었어요. 어차피 그 부적들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니어서 내가 허락하고 말고 할 것은 아니었으므로 그런 상황을 설명해 주었더니 더 이상의 연락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전 그 후속편이란 <방법: 재차의>(謗法: 在此矣)가 개봉했습니다. '재차의'란 되살아난 시체를 뜻한다는데 인도네시아 두꾼이 등장해 자신의 목숨을 제물로 삼아 죽은 시체들에게 저주를 걸어 되살려내 한국에서 복수극을 펼친다는 내용입니다.
감상평은 '호러영화로 치부하기엔 오히려 스릴러에 가까운 액션활극이었다'라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시체를 다시 일으키는 인도네시아 주술은 생각나는 게 없었습니다.
인도네시아 귀신들 중 죽은 자의 원혼이라고 할 만한 건 '꾼띨아낙'이란 처녀귀신과 무슬림식 염을 한 시체의 형상인 뽀쫑(Pocong)이란 귀신인데 둘 다 되살아난 시체는 아닙니다.
일무끄발(Ilmu Kebal)이라는 주술은 신의 힘을 빌어 총칼에 흠집 하나 나지 않는 도검불침, 금강불괴의 몸을 갖게 만드는 것인데 거기서 파생한 모종의 주술들은 몸이 잘려도 나중엔 다시 붙어 되살아는 거의 불사신 좀비 뱀파이어급 흑마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이미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주술은 아닙니다.
오히려 귀신의 정수리 어딘가에 대못을 박아 넣어 존재를 실체화시켜 사람으로 재생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떄 사용하는 대못을 '빠꾸 꾼띨아낙'이라 하는데 번역하자면 '원귀의 대못' 정도가 됩니다. 자바의 어느 왕궁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후궁이 등에 구멍이 뚫린 순델볼롱(Sundel Bolong) 원귀가 되어 밤마다 출몰하자 영험한 이슬람 고위 성직자가 그 원귀의 정수리에 못을 박아 다시 후궁으로 실체화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록 육신은 아름다운 인간 여인이 되었지만 정신은 그대로 음습하고 원한에 가득찬 원귀인 상태였죠.
인도네시아에선 그 원귀의 대못을 소재로 한 영화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방법: 재차의>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구현시킬 만한 인도네시아의 주술,은 딱히 알려진 것이 없지만 이례적으로 인도네시아 산뗏(Santet) 저주술사가 등장하여 한국의 방법술사와 격돌하는 이 영화는 앞으로도 매우 희소성 높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2021.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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