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무슬림 장례규범도 무너뜨린 코로나 사태 본문
매장
원래 무슬림 장례법은 고인이 사망한 당일 해가 지기 전에 매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무슬림 규례에 따라 광목천을 두르고 끈으로 묶어 뽀쫑(Pocong)이라는 형태로 염을 하고서 우리로 치면 간이 상여 역할인 끄란다(Keranda)에 고인을 넣은 관을 싣고 묘지로 옮겨가 관을 연 후 시신을 관 없이 무덤에 내려 매장합니다. 관 없이 매장하기 때문에 끄란다로 옮길 떄에도 관 없이 시신만 옮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때 뽀쫑을 묶은 딸리뽀쫑이라는 끈을 풀어주고 얼굴부분을 천을 열어 얼굴이 드러나게 한 후 그 위에 흙을 뿌려 매장합니다.
이 사진은 영화 포스터인데 이런 식으로 매장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요즘 코로나는 이런 무슬림 장례법까지 모두 바꾸었습니다.
요즘은 방호복을 입은 묘지 노동자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저렇게 시신을 꺼내지 않고 관 째로 매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관을 다시 플라스틱으로 밀폐해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하죠. 코로나 사망자는 신속하게 염을 하고 입관시켜 가능한한 빨리 매장하는데 시신이 의료폐기물처럼 취급되는 모습에 남겨진 가족들은 가슴아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7월초 같이 일하는 피오나의 아버지가 코로나로 사망했을 때 급히 병원으로 돌아간 피오나가 이미 병원 측에서 입관한 아버지 얼굴이라도 한번 보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결코 들어주지 않아 그대로 매장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매장 프로토콜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망자들은 별도의 묘역에 묻힙니다. 공식집계로는 지난 1년 반 사이 14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코로나로 사망했다고 되어 있지만 사망 당시까지 PCR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거나 아예 집에서 자가치료를 하는 등 각종 이유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망자들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30-40만 명은 족히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이들은 집계에 잡히지 않으면서도 운구와 매장 과정에서는 코로나 사망자로 분류되어 코로나 묘역에 묻혔습니다. 그래서 일부 민간단체들은 정부의 수치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죠. 실제로 코로나 사망자 묘역은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무슬림들 중에는 매장 과정에서 사람들이 뽀쫑을 묶은 끈을 풀어주는 것을 잊으면 그날 밤 뽀쫑이 무덤에서 일어나 끈을 풀어줄 사람을 찾아 밤거리를 배회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인의 혼이 뽀쫑 천 안에 갖혀 이승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죠. 관을 쓰지 않는 것도 어느 정도 그런 생각을 기반한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는 그런 금기들조차도 모두 깨버린 셈입니다.
그래서 코로나로 사망한 부모님 시신을 자녀들이 병원에서 탈취해 오는 사건도 종종 벌어지죠. 코로나 매장 프로토콜 대신 무슬림 장례 프로토콜을 따르기 위해서 말입니다.
종교조차 한 발 양보하지 않으면 안되는 전염병 시대의 끝이 이젠 좀 보이기 시작하는 건가요?
2021.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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