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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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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은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
그에 걸맞게 오늘 모든 신문들이 76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정치인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관련 연설을 담았습니다
그에 못지 않게 8월 23일까지 연장된, 그러나 실제 내용은 여러 부분 상당히 완화된 코로나 관련 사회활동제한조치(PPKM) 소식, 그리고 어제 개회한 인도네시아 상원격인 MPR 국회 연례회기 개최 소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걸 다 합친 정도의 기사량을 보인 것인 아프가니스탄 카불 함락소식이었습니다. 예전 911사태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인도네시아인들도 자체적으로 청년들을 모아 군사훈련을 시키고 그 일부를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에 보내 탈레반 편에서 미군과 싸우게 했었죠. 거기서 돌아온 아프간 전사 출신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이 지하드 전사가 되어 2002년과 2005년 발리에서 폭탄테러를 일으켜 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여담이지만 당시만 해도 포르노엔 기겁을 해서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선정적인 장면들을 잘라먹던 인도네시아 영상검열당국이 의외로 폭력장면에는 관대해서 2002년 테러 당시 폭탄이 터지면서 잘려나간 테러범들의 머리통을 증거품들과 함께 진열해 놓은 장면이 TV 뉴스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제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이 함락되었으니 2001년 911테러 이후 20년을 끌어온 아프간 전쟁이 마침내 끝난 날입니다. 8월 16일은 앞으로 탈레반에겐 전승기념일이 되겠죠. 미국에만 의지하던 카불 정권이 간단하게 무너지는 걸 보면서 한미동맹 없으면 나라 망할 것처럼, 전시 작전권 환수하면 당장이라도 전쟁에 질 것처럼 미국을 떠받들며 숭배하던 우리 사회와 정치권 일부 꼴통들이 얼마나 위험한 인간들인지를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외세에 의지하다가 스스로의 힘을 키우지 못하면 여지없이 망하는 건데 말입니다.
어제 아시아투데이 기자/통신원 단톡방에 올라왔던 카불공항의 이 장면도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1975년 베트남 통일과 오늘날 아프간 상황은 전혀 결이 다른 일이라지만 저 사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당시 베트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앞다투어 베트남을 탈출하던 사람들의 물결, 대통령궁에서 엄청난 금괴를 싣고 떠올랐다가 얼마 가지 못해 추락하고 만 남베트남 대통령의 헬리콥터, 그 이후 수 년동안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던 베트남 보트피플들 말입니다.
2014-2015년 사이 베트남에 머물면서 거의 모든 박물관들을 섭렵했는데 현재 통일궁 박물관이 되어있는 호치민의 대통령궁에, 당시 대통령궁 철문을 밀고 들어오던 북베트남군 탱크 두 대의 사진이 감명 깊었고 그 탱크들이 현재 통일궁 앞마당에 전시되어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이 떠나야만 어떻게든 매듭이 지어지고 평화가 돌아오는데 아프가니스탄의 오랜 고통도 이제 끝나고 베트남처럼 번영하는 젊은 나라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202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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