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땅그랑에 등장한 풍자 벽화의 운명 본문
예술의 한계와 대통령 연임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얼굴을 그린 거리의 화가를 경찰이 뒤쫒고 있다는 CNN인도네시아의 8월 13일 기사를 번역하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허용가능한 예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전엔 초상권 침해를 피하기 위해 저런 식으로 눈을 가렸습니다. 물론 검정 사각형을 사용하는 게 보통이었고 그렇게 인물 특정을 피할 수 있었는데 경찰은 저게 조코위 대통령 초상이라고 확신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눈 위에 씌여진 '404: Not found'라는 문구는 입력한 URL 주소의 웹사이트를 찾을 수 없을 때 화면에 뜨는 에러 메시지인데 그걸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였던 거죠.
자카르타 인근 땅그랑시의 한 작은 교량 밑 통로 벽면의 이 벽화는 결국 인물 얼굴만 검정 페인트로 덧씌워 지워졌습니다.
인도네시아 사회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일말의 풍자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뻣뻣한 극보수 사회로 변해가는 듯합니다. 국가원수 모독인지 점잖은 풍자인지 너무나도 명백한 저런 벽화를 지우고 그린 사람을 수배해 끝내 검거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경찰들 모습을 보면서 최고존엄의 심기를 지키려던 일련의 사건과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내 뜻과 다른 생각을 반드시 지워야 하고, 내 욕한 사람을 반드시 벌하겠다는 생각.
저 화가는 정말 죽을 죄라도 지은 걸까요?
국민적 각광을 받으며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던 조코위 대통령이 지난 몇 개월간 코로나 감염폭발 국면에서 자신과 측근들이 여러차례 헛발질을 하면서 추락조짐을 보이는데 벽화를 지우고서 당연히 할 일을 했다는 듯 자랑스러워 하는 저 사람들은 정권을 도운 걸까요? 아니면 팬데믹과 각종 규제로 생계의 벼랑까지 몰려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을 한낱 개돼지로 보는 보수 꼴통들일까요?
5년 연임 대통령제는 너무 긴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기 시작합니다.
2021.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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