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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 시도(지정날자 이전)

beautician 2021. 8. 17. 12:06

시행착오

 

자카르타에서는 사회활동제한 4단계가 8월 13일까지 다시 일주일 연장되었지만 같은 4단계의 내용은 매주 달라집니다. 이번 주부터는 몰과 종교시설이 문을 열고 수용인원의 20%인가 25%를 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난 원래 9월 1일로 날짜가 박힌 백신 2차 접종을 오늘 받아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은 1차 접종일로부터 8-12주 사이인데 9월 1일은 그 12주를 꽉 채우는 날이지만 오늘로 일단 8주는 지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틀 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 놓고 오늘 접종장소인 따만앙그렉 몰에 갔습니다.

 

 

따만앙그렉 몰.

끌라빠가딩에서 50분 정도 걸리는 자카르타 남부의 고급 몰 중 하나.

금주 영업재개 예정이지만 아직 영업 전. 그래서 오직 주차장 6층의 엘레베이터를 통해서만 몰로 진입할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거기 잔뜩 몰려 있었습니다. 입장 절차가 까다로왔기 떄문입니다.

 

우선 보건부에서 만든 뻐둘리린둥이(PeduliLindungi)라는 앱을 깔아야 합니다. '관심과 보호'라는 이름인데 정말 관심과 보호가 필요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우선 따만앙그렉 주차건물은 인터넷 신호 안좋기로 악명 높은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운로드 받아 설치, 등록하는 데 에러 만발. 어떤 시퀀스에서는 같은 구간을 무한 반복.  그 문제를 극복하는 게  한 시간 가량 걸렸습니다.  

 

그런 다음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는데 우리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NIK 번호라는 게, 체류비자를 만들 때 나오는 여러가지 서류들 중 SKTT라는 거주지 증명서류에 적혀 있습니다. 그걸 입력하면 당연히 다음 페이지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아무리 올바른 번호를 넣어도 에러가 뜹니다. 그런 번호가 없다는 거에요. 나중에 거길 갔던 다른 사람들의 후기도 밴드에 떴는데 다들 같은 애로사항을 겪었습니다. 그게 등록이 안되면 들어가지 못합니다. 내 잘못은 절대 아니고 앱의 에러이거나 보건부 데이터의 문제일 텐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이 내가 져야 하는 구조입니다.

 

몰에 입장하기 위해 거기 QR 코드를 찍으면 내 핸드폰에 내 QR 코드가 뜨는데 그 테두리가 녹색이면 입장 가능, 황색이면 확인요망, 주황색은 입장 불가입니다. 내 건 NIK 번호가 입력 안되니 QR 코드가 당연히 주황색 테두리가 쳐졌습니다. 

 

하지만 주황색이든 녹색이든 일단 그게 체크인된 것이니 입장하진 못해도 앱 어딘가의 버튼을 누르면  'checked-in'이란 표시가 뜹니다. 그래서 주황색 QR코드 페이지를  살짝 내리고 'checked-in'되었다는 팝업을 보여주고서 몰 진입 성공. 따만앙그렉 주차장에 도착한지 한시간 반 만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백신접종에는 실패했습니다.

현장 관리자의 설명은 내 2차 접종 예정일이 9월 1일이면 그 이전엔 보건부 데이터베이스에 내 파일이 잠겨 있어서 접종장 들어가서 등록할 때 등록자체가 안된다는 거에요. 알고 하는 얘기인지 대충 하는 얘기인지 잘 모르지만 정말 그런 거라면 예정된 날짜 이전에 가서는 2차 접종이 불가능하다는 게 납득되었습니다. 

 

물론 한국이라면 그래도 그런 상황 오버라이드 하는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이고 정말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는 예약단계에서 그런 안내가 나왔을 것 같습니다 예약할 때 1차 접종일이 언제인지 입력하는 칸이 있었거든요.

 

결국 그렇게 돌아나오면서도 어쨋든 저 복잡한 절차와 관련된 문제점들, 해법 등을 대충 파악했으니 아주 손해를 본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은 아직 인터넷과 전화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나라이고 현장에서 부딪히는 실제상황은 정부 발표나 언론 기사에 나온 것과는 전혀 다른 경우가 왕왕 있으니까요. 오늘 가보지 않았다면 9월 1일에 오늘과 똑같은 일을 겪으며 전전긍긍했을 겁니다.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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