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차차의 사춘기 본문
청춘
오늘은 이슬람 새해입니다.
당연히 인도네시아는 휴무입니다.
아침에 차차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아이들 얘깁니다.
마르셀이 오늘 휴일이라는 사실에 한탄하고 있다는 거에요.
예쁘게 생긴 마르셀은 유치원도 다니기 전부터 여자애들이 줄을 서서 따라 다녔는데 2년쯤 전부터 살이 찌기 시작하고 팬데믹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동안 점점 더 사각형이 되어 갔습니다.
학교 간지가 이미 1년 반도 전의 일이 되었는데 줌으로 하는 수업에서 본 '펠리시아'라는 여학생에게 마음을 뺏긴 모양입니다. 얼마 전엔 펠리시아가 뽀뽀해 주는 꿈까지 꾸었다고 한 걸 차차 엄마가 살짝 귀띔해 주더군요
학교엔 못가더라도 줌으로 펠리시아를 만나야 하는데 하필 오늘 왜 휴일이냐며 한숨을 쉬더랍니다. 초등학교 6학년 마르셀에게 사춘기가 찾아온 걸까요? 성공적인 청춘을 맞으려면 우선 5킬로쯤 빼야 할 텐데 말이죠.
차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가 구토를 하더랍니다.
최근 그 집에 고양이들이 연속해서 죽어 여러모로 불길한 상황에서 차차가 아침부터 구토를 하니 온집안이 발칵 뒤집혀졌습니다.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차차 엄마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데 차차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꿈 속에서 어떤 남자애가 입을 맞췄는데 싫어하던 아이가 억지로 한 키스여서 잠에서 화들짝 깨면서 구토가 쏠렸다는 겁니다. 고등학생이 막된 16살 차차의 청춘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2021. 8. 11.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차장 기둥 번호를 사진찍는 심리 (0) | 2021.08.20 |
---|---|
마음 부담을 하나 줄이는 일 (0) | 2021.08.19 |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 시도(지정날자 이전) (0) | 2021.08.17 |
안들리는 척 (0) | 2021.08.16 |
태국산 야자 제품 (0) | 2021.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