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태국산 야자 제품 본문
야자의 진화
한국엔 이미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생긴 야자를 처음 먹어 보았습니다.
저 위에 동그란 것이 원래 튀어나와 있는데 손가락으로 콕 누르면 빨대가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원래 좀 밍밍한 맛이 나는 야자액에 설탕이 들어간 듯 꽤 단 맛이 나더군요.
세상 편해졌다는 생각도 들고 또 한 편으로는 과하다는 생각도 드는 제품입니다.
원래 야자는 안의 물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음료 중 하나고 그 안 벽면의 하얀 막은 숫가락으로 긁어서 먹어도 되고 말려 가루를 내서 인도네시아에서 만드는 수많은 음식의 재료로도 쓰입니다. 야자 껍데기에서는 섬유를 추출해 이불이나 베개의 충전제로 쓰고 그래도 남는 것은 땔감으로 쓰기 때문에 원래 야자열매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천연 재활용 제품입니다.
그런데 저 제품은 저 상태로 안의 물만 빨아먹고 버리도록 디자인 되었으니 과하단 생각이 드는 겁니다.
훗날 세상이 멸망하고 수천만 년 지난 후 다른 지성체가 지구상의 흔적들을 뒤져보게 되면 인간들을 '쓰레기 생산자'로 이름지을지 모르고 인간들이 생산한 대표물질은 플라스틱이라고 할지 모릅니다. 수천만년 진화를 통해 어느 정도 고도의 지성상태에 이르러 지구와 우주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불과 100년 좀 넘는 기간 동안 플라스틱을 양산하다가 플라스틱에 묻혀 멸종해 버린, 그런 생명체로 기억될지도요.
야자 하나 먹으면서 별 생각을 다 합니다.
2021.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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