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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천국을 위해 본문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고양이들의 천국을 위해

beautician 2021. 8. 13. 12:29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경우

 

 

어제는 검정색 고양이가 죽었습니다.

 

차차네 엄마가 어제 저녁 보내온 사진과 동영상에서 죽어가던 그 검정고양이는 자기 형제들보다 조금 더 크고 사람을 잘 따르며 윤기 흐르는 털을 가진 놈이었습니다. 식탐이 많아 음식을 주던 내 손가락을 몇 번이나 물고 발톱으로 할퀴어 피를 냈던 놈이죠. 내가 가면 늘 내 주변을 맴돌던 그 놈을, 상황이 된다면 집에 데려다 키우려 전부터 마음먹고 있었으므로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미가 죽은 후 차차가 우유를 먹여 키웠고 조금 큰 후엔 마르셀이 이런저런 고양이 뒤치닥거리를 했으니 아이들이 펑펑 운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마르셀이 목놓아 울다가 결국 메이네 회사운전사를 도와 동네 화단에 묻어주는 일도 끝까지 같이 했다고 합니다.

 

"마르셀, 고양이들이 정말 안전하길 바라면 집밖에 함부로 내놓아서는 안돼. 동네 쓰레기통에서 뭘 뒤져 먹을지 모르잖아"

 

검정고양이는 치명적인 썩은 음식을 먹은 것 같습니다. 쥐를 잡았을 리는 없어요. 여기 쥐들은 고양이만큼 크거든요. 와츠앱으로 그렇게 쓰면서 이제 저 많은 고양이들을 계속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아닌가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장 오렌지색 고양이 한 마리가 검정고양이만큼 심하진 않지만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오렌지색 다른 한 마리는 전날 밤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여섯 마리가 죽고 두 마리가 돌아오지 않은 겁니다.

 

몇 번 피치못해 응해주었더니 요즘은 당연하다는 듯 한 시간 반 거리의 자기 집으로 뻑하면 불러대는 J사장을 보러 BSD로 가던 길에 빵을 한아름 사서 아이들 집에 들렀는데 아이들은 그럭저럭 어제 저녁의 침울함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습니다. 아직 온라인 수업이 끝나지 않은 마르셀은 놔두고 차차를 앞에 앉혀놓고 얘기를 해 보았습니다.

 

"너희들 요즘은 밤마다 고양이들을 다 밖에 내놓고 자는 모양인데 그럼 재들은 길고양이들이나 다름없이 온동네를 돌아다닐 거 아냐? 그럼 쟤들이 어디가서 뭘 뒤져 먹는지 너희들이 관리할 수 없잖아? 그럼 검정이처럼 뭘 잘못 먹고 죽는 애들이 또 나올 수 있어."

 

 "너희들이 재들을 사랑해서 데리고 지내려는 거 잘 알지만 정말 잘 키우려면 한 두 마리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른 곳에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예뻐하면서 안전하게 잘 키워줄 수 있는 사람들한테? 그래야 너희들도 남은 고양이들을 집안에서 잘 관리하면서 키울 수 있을 거야."

 

"사람들이 젖을 뗀 새끼고양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건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야. 고양이를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 잘 돌봐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보한 마리씩 보내는 게 고양이가 더 잘 지낼 수 있으니까."

 

차차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사랑하기때문에 헤어지는 경우가 있는 겁니다.

 

아마 아이들은 이미 오래동안 정이 든 나머지 고양이들을 보내려 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현지인 서민-빈민지역에 사는 친인척, 지인들에게 보내 봐야 현재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고요. 

 

하지만 저놈들이 또 새끼를 낳는 상황이 되면 고양이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이 불필요하게 반복적으로 슬픈 일을 겪지 않도록 이번엔 분양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21.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