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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사건
고급 아파트 열 동을 지으려는 건설시행사가 있습니다.
자카르타의 부자들이 입맛을 다실 만한 시설을 집어넣고 비싸게 팔려는 계획이죠.
그런데 정부가 올해 새로 법을 만들어서 그 열 동 중 두 동은 서민아파트로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시행사는 머리에 쥐가 나기 시작하죠. 부자들 사이에 빈민과 중산층 사이 어딘가쯤의 경제적 위상을 가진 사람들을 살게 하려면 일단 그들 구매력에 맞는 저가의 아파트를 만들어야 하고 주차문제, 관리비 문제 등등 갑자기 고려해야 할 일이 수만 가지가 생기기 떄문입니다. 우선 미리 해놓은 설계부터 모두 바꿔야 하는데 그 비용 만도 수억 원이 듭니다.
게다가 서민 아파트 두 동의 유닛 가격은 정부에서 정한답니다. 그러면서도 시행사가 판매이익을 추구해도 된다고 허용하죠. 하지만 만약 정부가 헐값을 매겨놓으면 어떻게 판매이익을 추구해요? 결국 열 동 중 두 동은 이익을 내지도 못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어줘야 하는 건물이 됩니다. 열 동을 다 지어서 팔아야 떼돈을 벌 텐데 이렇게 되면 이익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원래 계산이랑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런데 정부 측에선 화사한 미소를 띄면서 그거 꼭 지어야 하는 거 아니니 그냥 계획한 대로 고급아파트 열 동 짓고 그 대신 서민아파트 두 동 지을 거 돈으로 달라합니다. 그런데 그거 안주면 건축허가를 안내 주거나 나중에 준공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말은 아파트 분양해서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기도 전인, 투자 초창기에 쌩돈을, 그것도 무려 아파트 두 동을 지을 어마어마한 돈을 미리 내고 시작하라는 겁니다.
아파트 두 동 지으려면 얼마가 들까요? 스퀘어미터당 2천만 루피아 든다 치고, 30층 아파트에 층당 500 스퀘어 정도 잡은 다음 두 동 짓는 걸로 계산하면 6천억 루피아 , 즉 한화 500억원 정도입니다. 아무리 날림으로 짓는다 해도 300억원 정도는 들겠죠.
한국에서 큰 돈 들고 들어와 인도네시아 경제에 크게 이바지하는 셈인데도 일단 그거 하려면 최소 300억원 먼저 내고 시작하라는 겁니다. 별로 큰 돈 아니라면서요. 게다가 그 단계까지 가기 전에도 이런 저런 비용들이 엄청 들어갈 텐데 말입니다.
J 사장이 이번 주에 그런 상황에 처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분 하는 일은 진행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관련 법령은 PP13/2021 아파트 관리에 관한 2021년 정부령 13호입니다.
저런 조건으로 이제 누가 인도네시아에서 아파트를 지으려 하겠어요?
2021.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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