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그건 뭐 내 알 바 아니고 본문
생난리
오늘은 인도네시아 사회활동제한조치 기간을 연장할 지 완화할 지\ 결정하는 날이었는데 결국 8월 9일까지 일주일 연장되었습니다. 하지만 규제내용은 장관들이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내일쯤 조금 더 완화될 거라 생각합니다.
주말 신규확진자들이 4만-3만 명 대로 줄더니 오늘은 2만 명 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방역에 성공해서가 아니라 검사량을 줄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줄어든 신규확진자 숫자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좀더 사회적 규제를 완화하는 빌미가 될 것입니다. 인니 정부는 현실을 왜곡해서라도 결국 완화를 풀고 사회활동을 재개시켜 과연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요?
오늘은 줌미팅도 있었습니다. 줌미팅을 하는데 만나서 하자는 그 분이 오늘도 강권하셔서 오늘도 먼 길을 운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오늘의 관건은 아침 저녁으로 일어난 교민사회의 두 가지 사건입니다.
하나는 코로나 확진자들이 중증으로 악화되기 전에 한국에 가려고 수천 만원씩 들여 함께 전세가를 빌리려는 시도가 이번엔 이례적으로 무산된 사건입니다. 한국 국내 확진자들이 크게 늘면서 남는 병상이 줄어들자 인도네시아에서 날아오는 10-20명 단위의 중증 이전의 환자들을 태운 전세기는 거절하고 중증환자 2인 이하를 실은 에어앰뷸런스만 받겠다는 것이 한국 측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그게 질병청 입장이었는지 공항 입장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에어앰뷸런스를 혼자 대절하려면 1억 2500만원 정도 든다는 거고, 그게 지난 5-6월의 가격이었으니 지금은 더 올랐을지도 모릅니다. 고백하건데 난 현지에서 산소통을 구하려 백방으로 뛰어다니다가 결국 호흡곤란으로 죽을지언정 그렇게 에어앰뷸런스를 탈 경제적 여력이 없습니다. 크게 입장이 다르지 않았을 전세기 예약한 교민 확진자들이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그렇게 해서 결국 출발하지 못한 그분들 중 사망자라도 나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 걸까요?
물론 인도네시아는 전세계 220여개국 중 하나일 뿐이니 본국 정부로서는 예외를 만들기 어려웠겠죠. 맞고 틀린 문제가 아닙니다. 목숨이 걸린 문제를 누군가가 주장해 무산시킨다면 최소한 거기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에게 뭐든 대안을 제시해 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뭐, 그렇다면 알아서 살 길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 체류 중인 인도네시아 교민들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접종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Jtbc뉴스를 통해 방송이 된 사건입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간 학부모들은 휴가 중에 청천벽력같은 통지를 받았었죠. 인니 정부가 갑작스럽게 새로운 규정을 세워, 12세 이상 외국인들에게 오직 접종완료자(2회 접종자)에게만 입국을 허가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자신이 급히 한국에서 2회 접종을 마쳐야만 이미 사놓은 비행기표로 인도네시아 돌아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12세-18세 청소년 학생들은 한국에선 접종대상 자체가 아니어서 접종완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고 인니정부는 예외를 만들어 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은 당분간 인도네시아에 돌아올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 예외를 본국에서 만들어줘 이례적으로 인니교민들에 한해 12-18세 청소년 백신접종을 검토해주기로 했습니다.
그게 문제가 된 것은 그런 사실 자체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라 한인교민들이나 잔여백신이라도 맞으려고 며칠 씩 노력하는 본국 국민들에 비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터라 가능하면 보안을 지켜달라고 한 한인회장의 당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몰래 뒤에서 협잡을 한 듯한 뉘앙스를 준 겁니다.
이에 대해 Jtbc는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며 '상황은 이해하지만 숨긴 건 잘못'이란 결론을 냈는데 이해하지 못할 것은 그 내용이 보도된 것이 마치 어떤 내부 고발자가 몰래 해당 내용을 매체에 알리고 포상금을 받았을 거란 일부 교민들의 으르렁 거리는 반응이었습니다.
애당초 숨겨야 할 일이라면 하지 말았어야 하지만 교민들의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본국을 설득한 한인회와 한인회장은 오히려 칭송받아 마땅합니다. 숨길 일이 아니었던 거죠. 다른 나라의 한국교민들이 같은 요청을 해서 업무에 혼선이 생긴다면 본국 방역당국은 늘 하던데로 있는대로 공표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지침을 세워 순서를 정하면 되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본국 방역당국도 궁지에 몰린 교민들의 간절한 필요를 해소시켜 주는 것인데 절대 욕먹을 일이 아닙니다.
그걸 야합, 협잡으로 보는 뉴스의 시각. 고발자를 찾겠다며 눈을 불을 켜고 험한 말을 시작하는 일부 교민들. 우리는 오히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라 하지 않고 손을 잡아준 본국 당국에 고마움을 표해야 하고 교민들을 모두 다 아는데 본국에선 절대 모르고 있을 거라는 불가능한 기대를 품는 대신 이 사안의 불가피성에 대해 교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기준과 순서를 정하면 되는 일이고 욕하고 깽판치는 건 그게 안될 때 하는 겁니다
이런 사건들이 오늘 하루를 뒤흔들었습니다.
2021.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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