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생명은 하늘에 달린 것

beautician 2021. 7. 31. 12:45

도랑에 빠진 고양이

 

 

고양이 밥을 주면 생난리가 납니다.

가끔 손가락도 물고 손과 팔에 여기저기 생채기도 내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고양이들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죠.

 

 

 

그런데 차차가 어제 주택단지 안의 도랑에 빠진 새끼고양이를 한 마리 데리고 왔습니다. 살겠다고 노력했던 모양이지만 상당히 오래동안 도랑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오늘 가보니 손바닥 만한 고양이가 고개도 가누지 못하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습니다. 고양이 전용 우유에 고양이들이 사족을 못쓰는 추르를 사다 주었지만 입도 대지 않는 것이 새끼고양이에게 죽음이 짙게 드리워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끼고양이를 살려보려는 차차와 마르셀의 노력이 눈물겨운데 거기 괜히 초치고 싶지 않습니다.

 

"내일까지도 기운차리지 못하면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자."

 

아이들은 내키지 않는 표정입니다. 그 전에도 고양이들이 아파 동물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은 적 있지만 병원에 다녀온 다음 날 모두 약속이라도 한듯 죽고 말았거든요. 아이들은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면 반드시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많이 아파 보이다가도 거짓말처럼 회복하는 고양이들, 정성을 다해 돌보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는 고양이들과 요즘 코로나 상황에 너무 쉽게 세상을 등지는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고령, 기저질환을 가진 코로나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이든 짐승이든 그 생명은 사람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2021.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