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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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버릇
오늘은 출판진흥원 7월 원고 마감일입니다.
늘 한번도 늦지 않았고 이번에도 시간 널널한 편이었는데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했습니다. 의외로 관련 자료를 모으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6월부터 코로나의 나락으로 깊숙이 걸어들어간 인도네시아에서 내 월간 보고서를 체워 줄 출판관련 이슈가 특별히 나온 게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죠.
관련 검색어를 쳐보면 나오는 관련 이슈는 오직 불법복제도서 문제뿐이지만 그게 지난 달 보고서의 메인 주제였으므로 후속보도도 아니고 두달 계속 같은 내용을 쓸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당일 아침이 되었을 때 굳이 세부적인 시간표를 짤 수밖에 없었습니다. 늘 그렇지만 오늘 꼭 마쳐야 하는 일을 아침부터 시작하면 하루 종일 그 일에 매달리게 되니 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되죠. 그러니 오늘 해야 할 일을 모두 열거해 놓고 빨리 끝낼 수 있는 순으로 우선 순위를 세워 순서대로 해야 하는 겁니다.
우선은 코로나 걸린 두 집안 상황을 챙겨야 합니다. 피오나는 아버지를 위한 병실을 얻으려 뛰어다니고 있는데 아직 입원실을 얻지 못했지만 좀 더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다른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는 소식입니다. 이 친구는 함께 일할 때 가성비가 높아 아버지 일이 잘 해결되어야 빠른 업무복귀가 가능합니다. 일단 병원비를 좀 보태기 위해 아침 일찍 송금버튼을 눌렀습나다.
차차와 마르셀은 증상이 나아져 오늘은 쌩쌩하다 하는데 걔네들 엄마 메이의 PCR 검사결과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답니다. 회사에서는 코로나 걸린 것 같지 않다 하고 검사지는 안나오면서 나한텐 집 뒷방에서 자가격리 중이라 하고.....아무래도 사기치는 것 같지만 일단은 넘어가 줍니다.
우선은 자카르타경제신문에 매일 보내주는 번역기사를 위해 후보들을 뽑고 저쪽 편집장이랑 그중 기사 하나를 뽑습니다. 돈받고 하는 일인데 허접하면 곤란하니 만약을 위해 기사를 하나 더 뽑아 둡니다. 선정한 기사번역본이 별로 임팩트가 없으면 따로 빼놓은 기사를 하나 더 번역하는 거죠. 아침엔 일단 기사 선정부터 하고 점심시간 전후해서 두 건 번역을 후다닥 끝내 하나는 카톡 첨부파일로, 또 하나는 자경 밴드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럼 일단 오늘분 계약은 이행완료.
하지만 자경 기사번역 전에 해야 할 일이 두 가지쯤 있었습니다.
하나는 데일리에 2주마다 보내는 귀신 이야기죠. 지난 주 시간이 남아 미리 몇 편을 써놓았는데 보내기 전에 한번 더 마지막 퇴고, 수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송고.
또 하나는 데일리가 연결해준 한국전략개발연구소(군사연구소인줄 알았음) 조사용역에 대한 답변서를 쓰는 일입니다. 생계용 포트폴리오 다시 짜야 하는 판에 두달 기간의 유료 조사용역을 수락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게다가 조사범위가 손에 닿을 수 있는 반경 안에 있고 앞서 얘기한 피오나를 끌어들여 팀을 짜고 한 명 쯤 현지인 조사원을 더 들이면 나름 함량있는 보고서를 만들 수 있는 조직이 준비됩니다. 수락서를 데일리 통해 연구소에 보낸 얼마 후 중간에서 소개역 해주신 전임 대사님 문자 메시지 받아 인사하고 곧이어 발주처와 이메일로 수인사...... 일단 원만히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런 다음 보수 절반으로 줄여달라는 J사장 요구에 대한 카운터 프로포절 준비. 내일 답변할 예정이지만 오늘 일단 대략의 방향과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피오나와 협의하고 동의도 구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결국은 데미지 컨트롤이 되겠지만 일단 방향은 잡고 방법도 세웠습니다.
이제 비로소 출판진흥원 원고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다른 것들을 먼저 끝냈으니까요. 벌써 저녁 5시. 그런데 인증글 쓰기가 남았습니다. 그러면 곧 저녁시간.
결국 출판진흥원 원고는 저녁 7시쯤 되어야 다시 쓰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정말 고질적인 나쁜 버릇입니다.
가장 급한 원고를 가장 늦게 시작하는 버릇 말입니다.
2021.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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