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코로나 백신접종 초읽기 본문
아스트라제네카 맞아야 한국에서 좀 알아줄까?
지난 1월 인도네시아가 중국산 시노백 백신으로 코로나 백신접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현지 외국인들에 대한 분명한 접종계획은 나와 있는 게 없었습니다. 한국 교민들은 본국 정부에서도 특별히 재외동포에 대한 현지 접종 지원계획이 발표된 것이 없어 마치 해외에 내동댕이쳐진 듯한 소외감 느꼈던 사람들 적지 않았습니다. 나도 그랬고요. 당시엔 결국 시간 맞춰 한국 돌아가 백신을 맞아야겠다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한국에서 14일 자가격리, 인도네시아 돌아와 5일 호텔 격리하는 걸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인도네시아 당국이 현지에서 끼따스(ITAS) 비자 이상을 가지고 체류 중인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차별없이 접종기회를 주기로 해, 일단 의료진, 공무원 등 직군별 우선 접종하면서 연령별 고위험군에 대해서도 신청을 받아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60세 이상 접종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교민들 중 어르신들은 대부분 맞은 모양입니다. 사실 자기 사업을 하거나 현지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 말고는 60세 이상 한국인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50대 접종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백신접종 신청 정보를 듣고 해당 웹사이트에 들어가 몇 번 예약신청을 해보았는데 늘 이미 예약이 만료되어 있곤 했습니다. 순서가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마 아스트라제네카를 인도네시아인들이 맞지 않으려 하는 움직임이 있어 해당 백신이 좀 남아돌게 된 게 아닌가 싶은 상황이 벌어졌어요.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기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인데 인도네시아의 이슬람대위원회 (MUI)가 자체 조사한 바 백신 제조과정에서 돼지 췌장에서 추출한 트립신 효소라는 걸 촉매로 사용해 백신 자체가 종교적으로 불결하다며 하람(haram) 판정을 내려 공표한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MUI 측에서 다시 성명을 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해당 백신을 맞아도 이슬람 율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한 발 물러섰지만 현지 무슬림들이 어차피 중국산 시노팜이 대세인 상황에서 굳이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지 않으려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래서 현지 수입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일부 남아도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같은 웹사이트에서 비어있던 가장 빠른 날을 잡아 신청했다는 지인은 6월 14일 접종인데 난 6월 4일 해당 벡신접종신청 사이트가 다시 열렸다는 정보를 듣고 같은 사이트에서 신청한 날자가 6월 9일(화)였어요. 백신 물량이 추가로 풀린 거죠.
한국 본건 당국이 외국에서 맞은 백신접종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보도를 본 것 같은데 아마 백신여권/비자를 위조하는 등의 문제들을 예상하기 때문일 듯합니다. 또는 중국산 백신의 효과를 인정하지 못하거나요. 그래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맞게 된다면 그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 맞는 백신들 중 대세인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고 가면 그래도 인정해 주소 자가격리를 면제해 줄 가능성이 좀 더 클 것 같아서요.
아무튼 그래서 며칠 후면 백신 1차 접종을 하게 됩니다.
잠입취재하러 가는 기분이네요.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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