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핵인싸들의 세계 본문
고기자 대사관저 만찬에 묻어 가기
인도네시아에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후 석 달 쯤 되었을 때 어떤 기회가 있어 대사관 류영사에게 한인 교민사회 규모가 얼마쯤 될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사이 모든 이들의 사업이 부침을 겪으며 직격을 당한 사람들을 필두도 많이들 본국에 돌아간 상황이었습니다. 인니에 적을 두고 사는 사람들 중에서도 어딘가 믿음 안가는 인니 방역상황이 불안해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한국에 가 있기로 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당시 류영사 답변은 25,000~27,000명 쯤일 거란 답변이었습니다. 한때 5만 명 가까이 간 적 있었으니 많이 줄어든 거였죠.
지난 6월 4일 목요일에도 같은 질문을 대사관 인사들에게 물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류영사에게 질문한 지 1년 만의 일이었어요. 그간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 건설 시작해 관련 한국인들 100여명이 들어온 것을 비롯해 일부 유입요소들이 있었지만 귀국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을 피부로 느끼던 터라 대략 2만 명 쯤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던 터였습니다.
박태성 대사님은 인도네시아 이민국이 파악하는 한국인 숫자가 16000명 쯤이라고 하시더군요. 그게 ITAS 비자를 받은 사람들 중심으로 한 수치겠죠. 국경이 사실상 막힌 상태여서 출장자나 관광객들은 거의 없는 상태이니 그외에 KITAP 비자나 현지 국적을 받은 사람들 모두 포함하면 역시 예상대로 대략 2만 명 전후가 현재 한인교민사회 수치라는 게 대사관 측 추정치였습니다. 의외로 내 예측과 너무 비슷해 스스로 좀 놀랐습니다.
그날은 한국일보 특파원 고기자를 초청한 대사관저 만찬이 있었는데 고기자나 나랑 플릿츠 코라(Pleasts Kora) 홍대표를 동석자로 불러 함께 조청을 받았습니다. 연합신문 성특파원도 함께 불러 '특파원들 만찬' 같은 것이리라 생각했는데 고기자 단독초청이어서 좀 의외였고 내가 고기자 알고 지내는 게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몇 년 전 처음 만나던 날 술이 떡이 된 고기자가 부리는 주사를 겪으며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라는 게 첫인상이었는데 이후 늘 깍듯이 대하고 기사도 보내주며 교류하면서 멀쩡한 사람 맞는 걸 넘어서 센스 있고 발 빠르고 인간관계 좋은 진짜 기자라는 걸 새삼 느끼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대사관에서도 단독 만찬초청을 받는 핵인싸였던 겁니다. 그걸 그날 메뉴 인쇄물을 보고 더욱 새삼 느꼈습니다.
전임 김창범 대사님 시절에도 두 번 대사관저에 초청받은 적 있었는데 두 번 다 한인100년사 편찬 관련이었습니다. 2019년 중반 경엔 편찬위원회 집필위원들이 초청받았고 그해 말 가까이엔 1920년 처음 인도네시아에 온 첫 교민 장윤원 선생의 후손들과 함께 한인사 편찬위원으로 한 번 더 초청받았어죠.
박태성 대사님은 코로나 와중에 부임해 와 교민사회와는 부득이 접촉면이 넓지 않았고 내가 그분 처음 본 것도 2020년 12월 한인100년사 출판기념회가 열린 대사관 강당에서였지만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부임 몇 개월 후 성 킴 주인니 미국대사와 함께 조코 위도도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을 당시 그 행사에 한복을 입고 나선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찬 당시 홍대표도 그 기억을 꺼내더군요.
그 자리엔 신임 이공사님과 귀국이 임박한 김참사관도 함께 했습니다. 이공사님은 진중하시고 김참사관은 유쾌하고 박학다식하셔서 자리가 무척 즐거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복제품처럼 무게감 넘치고 사려깊은 전임 김창범 대사님과 비교해(사실 굳이 비교하는 게 실례일 것 같지만) 박대성 대사님은 대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드시고 일견 장난기도 넘치는 듯해 친근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만찬테이블에 오른 대화 테마와 사안들에 대해 유려하게 반응하고 답변하며 대화의 방향을 잡아 이끌어 가는 것을 보면서 '노련한 고위 외교관'의 경험과 스킬이 피부에 와닿는 듯했습니다. 김창범 대사, 박태성 대사님 보면서 역시 대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닐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전에 몇몇 행사에서 만난 조태영 대사님과는 따로 대화 나눠본 적이 없었고 그 이전엔 대사님이나 대사관 직원들과 거의 접촉한 적이 없어 전혀 비교할 수 없었고요.
난 내가 그간 현지사회와의 연결점 역할을 해오던 가룻군 양칠성로 설치 프로젝트 상황과 추이를 설명하고 디포네고로 왕자와 인도네시아 근대사의 권위자로 현지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영국인 피터 캐리 교수같은 현지 한국인 학자/전문가의 양성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홍대표가 한 얘기 중 여기서 중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후 현지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검토요청한 것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사실 인도네시아 한인사회 입장에서는 이곳에서 대학공부를 하고 여기서 취업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앞으로 한인사회의 중추적 인물로 커갈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인데 한국이나 외국의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들에 비해 뭔가 한 수 떨어지거나 모자라는 사람처럼 취급을 받고 취업에서도 한국에서 취업해 인니 파견받는 주재원에 비해 '현지채용'이라 불리며 불이익을 받는 것이 분명한 사회구조적 모순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전 대사관 만찬은 식사 후 곧 마무리 되었는데 이날 만찬은 거의 밤 10시 가까이 되어 끝났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말이 좀 많았던 것 같은데 대사님 이하 모두 그걸 끝까지 잘 들어주셨네요.
동포사회 핵인싸가 되려면 고기자랑 더 가깝게 지내야 되겠다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2021.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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