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기사번역의 기준 본문
기사를 번역하는 이유는 그게 영화나 출판에 대한 거라면 나중에 영진위, 출판진흥원 보고서에 넣기 위한 기초자료 처리라는 측면이 강하고 일반 기사들일 경우는 주로 아시아투데이에 보낼 만한 내용이라 판단한 것들이다. 그러기 위해 정밀하게 번역한 후 원고지 7매 전후로 대폭 다듬어 줄이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사람에 따라 굳이 번역하지 않고도 내용을 발췌해 바로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 같다.
꼭 그렇게 어딘가에 사용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나면 흥미로운 기사들은 그 내용을 분명히 알기 위해 제대로 번역해보기도 하는데 그 결과물은 노력한 게 아까우니 내용을 파악한 걸로 그치지 않고 블로그에 올리거나 자카르타 경제신문 밴드에 출처를 포함해 올려 놓곤 한다. 내가 알게 된 것을 다같이 알자는 취지다. 자경에선 그걸 다시 본문 지면으로 올겨다 놓기도 하는데 그간 여러차례 번역용역을 받아 몇 주간 기사번역본을 제공한 바 있고 기본적으로 교민 언론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어 '연대를 위한 봉사' 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카르타경제신문 말고도 현지 교민언론을 말하자면 한인포스트, 데일리인도네시아도 있고 넓게 보자면 한인 포털 역할을 하는 인도웹도 있다. 하지만 굳이 자경에만 글을 올리는 이유는 교민언론들 대부분을 동시에 가입해 구독하고 있을 교민들에게 내가 번역한 기고문이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나오는 게 분명 즐거운 장면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를 써서 여기저기 온갖 밴드에 올리는 사람도 있는데 왜 그 사람 시를 내가 가입한 여러 밴드에서 굳이 봐야 하느냐 하는 일말의 불쾌감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결국 난 한 군데에만 기사번역을 올리기로 했다.
번역하는 기사의 기준은 나름대로 세 가지 정도 원칙을 정했다.
1. 교민들, 또는 본국 한국인들이 관심 가질만한 사안 - 그래야 아시아투데이나 오피니언뉴스에 보내 한국인들이 읽을만한 내용이 될 것이다.
2. 속보가 아닌 기사 - 어차피 중대한 사건사고나 속보를 요하는 기사들은 현지에 나온 연합뉴스, 한국일보 특파원들이 소화하고 있으니 내가 굳이 거기 뛰어들 필요는 없다. 그래서 내가 주목하는 기사들은 아주 오래된 것들은 좀 곤란하지만 최근 기사들 중 시의성이 있고 신문에 내일 실어도, 내주에 실어도 늦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호흡이 긴 기사'들이다.
3. 그리고 내용이 충실하고 긴 기사 - 대개 특파원들이 현지인들을 고용해 기사번역을 하는 식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현지인 알바가 긴 기사를 번역하고 싶어할 리 없다. 그래서 보석같은 좋은 기사들, 깊이 있는 취재기사, 문화기사들이 교민들이나 한국에 소개될 기회가 적다는 데에 착안해 난 좀 긴 기사들을 주로 다루기로 했다. 번역하고 나면 A4 용지 4~5장 이상 되는 것들. 일반 속보기사들이 A4 용지 반 장 많아야 한 장 정도임에 비춰 꽤 많은 양이지만 오히려 이런 기사들이 인도네시아를 깊이 아는 데에 도움이 된다.
특히 3번에 내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가 되어 한국에서 신문에 실리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길고 충실한 기사의 번역을 마치고 스스로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면 오늘 인도네시아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2021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