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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사람들 성향이 달라 어려운 게 아닙니다.

beautician 2021. 4. 18. 23:52

그 성향이 어떤 종류인가, 그게 문제죠

 

상대방 입장을 감안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나 성소수자들에게 대해 연민과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스스로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말하긴 좀 이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 수락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개를 아무리 좋아해도 나를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개까지 좋아할 수 없는 것처럼요.

 

누군가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곤란하거나 힘들게 여겼던 적은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사람들이 얼마간 서로 다른 성향을 갖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성향의 종류가 간혹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건 사실입니다. 자기가 대장이 되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향처럼요. 2019년 한인사 편찬위원회가 구성되었을 때 교민사회에서도 그런 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자신이 지난 몇 년 간 한인 100주년을 줄곧 이야기하고 다녔으니 자신에게 기득권이 있다고 믿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프로포절도 내지 않고 편찬위를 조직할 때에도 뒷전에 물러서 있다가 편찬위가 정식 출범하게 되자 자신이 편찬위원장으로 초빙되어야 한다며 기염을 토했습니다. 자료수집위원장을 제안했지만 자긴 한인회장 당연직인 편찬위원장 아니면 안한다며 끝내 편찬위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편찬위에 참여하긴 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편찬회의에 몇 개월씩 불참하며 자긴 총의에 따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는데 어느 날 처음 회의에 나와 이미 협의되었던 내용들을 모두 갈아엎고 자기 식으로 개편할 것을 요구하다가 여의치 않자 박차고 나간 전업작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인사 편찬을 방해한 이가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출판기념회에 온 것을 보고 작가로 살려면 저 정도로 얼굴가죽이 두꺼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편찬회의한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편찬위를 좌지우지하려 하며 물의를 빚고 자기보다 어리고 만만한 다른 편찬위원들에게 함부로 대하면서도 잊지 않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던 사람, 자신이 책임진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오히려 사기꾼 같은 출판사를 끌고 들어와 한인회에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히고서도 출판기념회에선 자기 혼자 노력해 책을 다 만든 것처럼 생색을 떨던 시인, 교정교열과 윤문의 주체가 되어야 하지만 집필자들과 연락을 끊어버리고 한인회에 돈만 요구하던 출판사.

 

성향이 달라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 성향이 안하무인, 막무가내, 적반하장, 이 셋 중 하나일 경우에 대책이 없을 뿐입니다.

 

2021.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