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애당초 일을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beautician 2021. 4. 19. 12:05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여러 번 내 사업을 해보다가 결국 실패하거나 접고난 후 절실히 느낀 건 역시 난 보스 타입이 아니라 참모 타입이란 것이었고 그것도 보스 가까이의 측근보다는 좀 멀리 떨어진 곳, 군으로 치면 전초기지나 GP 장 같은 곳을 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고백하건데 난 들이받는 타입입니다.

그리고 예전엔 백번 동의했지만 이젠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는 같은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같은 지향점을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에요.

모두 같은 곳을 보면 결국 사고날 뿐입니다. 왼쪽 오른쪽도 보고 가끔은 뒤도 봐야 해요.

각각 보는 곳이 다르고 생각과 능력이 다들 달라야 회사나 조직이 돌아가는 것이죠.

 

훌륭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놀라운 실력을 보인 매니져를 스카우트 해와서 그 능력만 잘 이용하면 될 것을 조직에 싱크로시키다 보니 사고가 나고 뛰쳐나가는 사람이 생기고 하는 거라 봐요. 예전 ROTC 막 입단할 당시 첫날 AT 교육받을 때 일곱 명이 침뱉고 나가버린 사건처럼요. 그걸 깨닫지 못하고 직원들 또는 부하들에게 우린 같은 색깔이어야 하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헛소리를 해댔던 거에요.

이번 팬데믹으로 이런저런 프로젝트로 온라인/비대면으로 사람들 모아 팀을 짤 때 거기서 만난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 사람들이 최대출력을 낼 수 있도록 내가 맞춰주고 지원하다 보니 원래 일을 이런 식으로 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효율성 짱이거든요. 군대도 아닌데 사람들을 한군데 모아 놓고 같은 유니폼 입히고 같은 마음가짐 같은 시선 같은 시각으로 일하게 하려 했으니 효율이 바닥이고 사고나고 망하고 그랬던 거 같습니다.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른, 스스로의 특징과 장단점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당신 자신,

그게 바로 자기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2021.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