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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행
여행을 떠나는 게 간단치 않습니다. 코로나가 세상에 들어온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고 많은 변화를 보인 게 관광과 여객운송 쪽인 듯 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비행기나 열차를 타기위한 규제와 조건이 많이 바뀌어 왔는데 작년 11월 데일리인도네시아가 양도해 준 발리-라부안바조 팸트립을 갔을 때와도 또 뭔가 잔뜩 바뀌어서 래피드테스트와 보건부 eHac 앱을 가동시키는 데에도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데스크의 공항직원은 그것도 모르냐는 못마땅한 표정이고요.
내가 정말 여행이란 이름으로 어딘가를 다녀온 적이 있었나 잠깐 생각해 봤습니다. 인도네시아에 막 부임했던 1995년에 당시 아직 개발 전이던 롬복에 잠시 다녀왔었고 이듬해엔 족자를 갔었죠. 이후 일 때문에 인도네시아 곳곳을 다녔지만 여행이라 할 만한 것은 작년의 팸투어 뿐이었고 그나마 가족이랑 같이 간 걸 진정한 여행이라 친다면 그런 경우는 한 손에 꼽을 정도도 되지 않았습니다.
반둥엔 매월 세 차례 정도 7-8년을 다녔고 때로는 그보다 더 자주 다니기도 했으니 500번은 족히 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게 그게 다 마케팅과 수금을 다닌 것이었으니 시간에 쫒겨 반둥의 관광지들은 거의 가보지 못했습니다. 기껏 몇번 가본 곳은 시내에 있눈 뇨만이란 예술가의 Nu Art 갤러리라는 금속소재 조형 조각물 전시장 뿐이었습니다.
릴리의 남편 루벤은 태국 휴양지에 가면 해변에서 며칠간 책만 읽는다고 릴리가 불평하는 걸 자주 들었는데 처음엔 기껏 외국 갔는데 돌아다니지 않고 한군데에서 며칠씩 움직이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젠 그게 이해됩니다. 쉬러 간 여행이란 본질상 어딘가를 찍고 오는 것이 아니니 말이죠.
그 릴리를 모든 소송과 사업상 문제들에서 구하기 위해 술라웨시로 가는 두시간 반 비행을 포함한 여정 역시 여행이라 하긴 어렵겠네요. 대화를 시작했지만 30분 얘기 들어주고 비로소 내가 말을 시작하려 하면 1분도 못참고 말을 끊고서 반박을 하니 이번 짧은 여행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할 듯 합니다. 비지니스는 늘 대내외적인 조율을 계속하며 진행하는 것일 텐데 저렇게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하니 최근 사건사고가 빈발하는 게 당연 합니다. 자기가 잘못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전혀 생각지도 않는 사람은 참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귀를 비틀어서라도 말을 듣게 만들어야죠.
언젠가 일과 관련된 여행 말고 아내를 데리고 파리와 모스크바를 가보고 싶고 그 전에 싱가폴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호치민에 모여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끈다리에 복잡한 일로 여행 와서 애써 아름다운 상상을 해봅니다.
202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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