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오른쪽 가슴엔 인성 표시 마크를 본문
스펙이 뭐라고
예전에 아들이 Habitat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던 게 기억납니다.
호주에서 대학다니던 시절 방학을 맞아 잠시 자카르타에 온 건데 그 시간을 이용해 땅그랑 어딘가에 Habitat이 집짓는 곳에 가서 일주일 쯤 일해주고 온 겁니다. 그걸 인건비를 받은 것도 아니고 돈을 주고 했습니다.
별로 진심도 들어가지도 않고 자기 전공이 뒷받침 해주지도 않는 그런 일에 Habitat이란 유명한 NGO의 로고와 서명이 들어간 증서를 한 장 받을 목적으로 가서 일한다는 게 못내 한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게 스펙을 쌓는 일이라는데 할 말이 없었어요.
누군가의 어깨 위, 모자에 달린 소령, 준위, 상사의 계급장을 볼 때 그게 그냥 조직에서 위상의 높낮이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계급을 받기까지 지내온 노력과 고통과 시간을 읽을 수 있어야만 그 군인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군인들은 계급장 말고도 왼쪽 가슴 위에 표시(색색가지 가로막대형태 - 군생활 이력을 표시하는 '약장'이라 부릅니다)과 양쪽 가슴에 다양한 날개 마크(일반 낙하, 고공 낙하 모두 표시가 다릅니다)들이 달려 있는 겁니다.
물론 그런 것들조차 그 사람을 모두 설명하진 못하죠.
난 스펙을 쫒는 요즘 세태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살아보니 제일 중요한 건 인성임을 알게 되었는데 자기가 대기업 전무라며, 장군이라며, 정치인이라며 거들먹거리는 인간들을 볼 때마다 왼쪽가슴 기본훈장처럼 누구나 다 오른쪽 가슴엔 인성표시마크를 달아놔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2021.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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