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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자르씨 문제 결국 경찰조사-아동보호법 위반? 본문
간자르씨는 만족할 줄을 몰라 (정말루?)
2020년 초부터 시작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인도네시아 코디네이터 2년차에 접어들었다. 말하자면 통신원이다. 2016년부터는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 통신원을 시작했다가 작년부터는 국제교류팀 주재원도 겸임하기 시작했다. 말이 주재원이지 원고료가 조금 더 센 통신원에 다름아니다. 몇 개월 전 한국콘텐츠진흥원 인도네시아 센터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모든 문화분야를 아우르는 콘진원이 유독 취급하지 않는 두 가지 분야가 영화와 출판이란다. 그러니 그날은 퍼즐 조각들이 완전히 들어맞아 문화분야 전체가 미팅 테이블 위에 오른 매우 진기한 날이었다.
이상의 두 문체부 산하 단체 말고도 가끔 기사를 보내는 신문사들도 있어 매일 모니터에 자카르타포스트, 꼼빠스, 더틱닷컴, 안타라뉴스, CNN인도네시아 다섯 개 매체들 홈페이지를 올려놓고 흥미로운 기사들을 검색해 번역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보고서 위주다 보니 영진위 보고서 마감이 뒷덜미를 당겨 대기 시작하면 로컬 영화 흥행순위와 지역 영화제 기사들을 찾게 되고 출판진흥원 마감이 다가오면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나 교육문화부(Kemendikbud) 사이트들을 중점적으로 뒤지게 된다. 그 마감이 이제 이틀 뒤여서 칼날이 목덜미 깊숙이 들어온 상태다.
그래서 열심히 뒤져보는 출판시장 기사들을 보면 예상 외로 출판업계도 사건사고가 많은데 특히 올해는 교과서 관련 사고가 많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포르노만화 사이트가 링크되어 있는가 하면 끄디리(Kediri) 지역에선 공립초등학교 도서관용 도서 조달비리가 생겨 당국에서 조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중 유독 눈길을 끌고 보도량도 많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이슬람 종교와 인성’ 교과서에 실린 연습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9번 문제: 간자르씨(pak Ganjar)는 운수대통 했으면서도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 그는 무슬림이면서도 숄랏 기도를 하지 않는다. 간자르씨는………..(한) 사람이다.
A. 운좋은
b. 독실한
c. 폭망한
d. 손해를 본
맞는 답변이 없어서 문제가 된 것 같은데 사실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 문항의 간자르씨가 중부자바 간자르 쁘라노워 (Ganjar Pranowo) 주지사를 지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교과서는 2020년 판이었고 2020년 말에 코로나 와중에도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 지방선거가 진행되었다. 교과서를 통해 주요 후보를 비방하는 불법 선거운동이 공공연히 자행되었다는 지적이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하지만 출판사 측은 해당 문항이 이 교과서에 처음 실린 건 2020년이 아니라 2009년의 일이고 당시엔 간자르 주지사가 정계 주요인사가 되기도 전이었으므로 그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반적인 연습문제 문항일 뿐이라고 해명했고 간자르 주지사 자신도 저 문항의 취지가 종교적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고 간자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모양새였다. 그게 교묘한 비난이었단 한들 그는 어쨌든 주지사를 연임 중이고 어차피 그의 직은 작년말 지방선거 대상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그런 말을 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해당 교과서에 대한 경찰수사가 시작되었다는 보도가 떴다.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또는 자명하기 이를 데 없는 이런 것조차 기어이 문제삼아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반증인데 그게 저 자상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간자르 주지사는 아니겠지 믿고 싶다.
더욱 웃긴 것은 경찰은 이 사건에 ‘아동보호법’ 위반혐의를 걸었다는 부분이다.
이런 웃기고 자빠라지는 일들이 인도네시아에서도 뻔뻔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새삼스럽다.
설마 간자르씨는 정말 만족할 줄을 모르는 걸까?
2021.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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