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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함에 대하여
인질범은 넓은 의미에서 협박범의 한 부류입니다.
협박을 하려면 상대방의 정보나 소유물, 유류품을 손에 넣어 상대방에게 위해를 입힐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러지 않는 대가로 내가 원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인질범은 내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상대방의 정보나 물건이 아니라 상대방의 가족이나 연인, 친구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사람 목숨을 담보로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것, 남의 목숨 뒤에 숨어 자신의 생명과 목숨을 지키려는 파렴치하고 보다 파괴적, 비인간적인 속성 때문에 인질범이 협박범보다 더 나쁜 놈인 것입니다. 모름지기 남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놈들은 상호주의에 입각해 그의 목숨 역시 가볍게 여겨줘야 할 것입니다.
인질범이 인질 목에 칼을 들이대고 그 뒤에 숨는 것은 날 잡으려고 상대가 움직이면 반드시 인질부터 상할 것이란 제스처입니다. 물리적으로 맞닥뜨린 공권력이 철퇴를 들고 달려들 때 협박범이 상대방 비밀과 약점이 들어있는 랩톱이나 수첩을 들고서 그 가격을 막아내진 못합니다. 하지만 인질범은 인질을 총알받이로 앞세워 자신을 보호하죠. 인질범과 협박범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날 공격하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다칠 것이다. 인질범들은 정말 야비한 놈들입니다.
날 공격하면 네가 사랑하는 ‘가치’가 다칠 것이라며 협박과 방종을 일삼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인질로 삼는 가치란 우리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숭고한 것들이지만 그들 손에서 변질되고 맙니다. 숭고한 가치가 쓰레기들 손에 들렸으니 시들지 않을 리 없습니다.
태극기가 그렇습니다.
소위 태*기부대라 불리는 이들은 교활하게 태극기를 선점하여 그 뒤에서 자기들을 공격하는 건 태극기를 모독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합니다. 유래가 없을 정도로 냄새나는 정치조직들이 최고의 가치들을 선점해 몸에 두른 것인데 시궁창을 뒹굴고 있는 돼지들이 비단옷을 탐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죠. 그들의 특징은 그렇게 덧입은 가치와 전혀 상반되는 속성을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지를 덧입는 것은 그 가치를 인질로 삼는다는 의미입니다.
종교도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이들이 하나님의 뜻을 받든다며 혹세무민하는 것이 오늘날 개신교의 민낯입니다. 전*훈 목사, 김홍* 목사, 조*기 목사를 보세요. 각 교회에 장로, 안수집사라는 이들의 면면을 보시고요. 물론 그런 부류가 아님에도 목사, 장로, 안수집사 타이틀을 달고 있는 분들에겐 미안한 얘기가 됩니다. 똥파리 날리는 쓰레기장에 너무 고결한 분들이 내려오신 겁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까요? 그 옛날 예수님이 바로 그런 세상에 내려오신 거니까요. 카톨릭이나 불교는 좀 나을까요?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치를 인질삼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FPI로 대변되는 이슬람 양아치들이 그렇습니다. 양아치들이 이슬람의 가치를 둘러쓴 것이죠. 그래서 정치가도, 시민들도 그들을 대놓고 욕하진 못합니다. 자칫 이슬람을 비난하는 것으로 비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전 자카르타 주지자 아혹도 FPI와 반목한 끝에 말 꼬투리를 잡혀 무려 ‘신성모독’이란 허울을 쓰고 옥살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 FPI가 지난해 말 불법단체로 규정되어 해산명령을 받았으니 인도네시아에서는 응분의 정의가 실현된 셈입니다. 한국에선 언제가 되어야 이런 정의가 실현될까요?
가치를 인질삼는 인간들은 가장 고상하게 스스로를 치장하지만 사실은 저열한 부류입니다.
그들이 더러운 손을 대지 않았다면 궁극의 가치로 찬란했을 태극기와, 자유, 반공, 국방, 군복, 국가, 종교, 신에게 자기 욕심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물을 끼얹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더렵혀진 가치들을 내세우며 ‘날 건드리는 건 이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거야’라고 위협하는 형국이니 가증스럽지 않을 리 없습니다.
지난 4.17 인도네시아 대선에서도 쁘라보워 측에 서서 기염을 토하던 리직 시합 등 FPI인사들을 보면서 가장 평화롭고 정의로운 시절에 헌법수호, 독재타도 구호를 외치고 5.18 유공자들을 괴물집단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종북분자로 몰며 통일과 평화를 반대하는 본국의 극우 양아치들을 떠올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나님 나한테 죽어!를 시전하면서도 자신이 목사라고 자신하는 전목사 같은 부류들처럼 조국과 민족의 옆구리에 칼을 박아 넣고서 나는 애국자라 외치는 인간들.... 그런 이들이 바로 '이미지 인질범'들이죠.
태극기를 두르고 극우집회에 나서는 양아치들, 군복을 입고 설치는 노인들, 자유와 국가, 종교 같은 전통의 가치를 뒤에 숨어 당리당략과 사욕을 채우려는 이들은 인질범에 준하는 벌로 다스려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 죄질의 저열함이 전혀 다를 바 없으니 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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