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무너진 최후의 보루 본문
2월 10일자 조선일보에 '[속보] 24일부터 내국인 입국자도 코로나 음성확인서 내야'라는 제목의 기사에 이런 내용이 실렸다.
방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8일부터 모든 외국인 입국자에게 PCR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한 데 이어 오는 24일부터는 모든 내국인 입국자도 PCR 음성 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앞으로 입국자는 내외국인 구분없이 출국 전 1번, 입국 직후 1번, 격리 해제 전 1번 등 총 3번의 진단 검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들고 오라는 거다.
이 당연해 보이는 규정에 마음이 무너지는 교민들은 비단 인도네시아 교민들 뿐만은 아닐 듯 하다.
그간의 관행(?)은 자신이 코로나에 걸렸을 것으로 확신이 드는 사람은 급히 당일 비행기를 부킹해 해열제 잔뜩 먹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 한국에서 확진되어 한국에서 치료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게 불가능해 진 것이다. 말하자면 코로나와 관련한 재외국민들 최후의 보루가 무너진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아무리 코로나가 창궐해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모범적인 방역활동을 하는 본국을 본받을 것만 같았던 현지 한인사회에 코로나가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이미 작년 8월부터의 일이고 작년 연말이 다가오면서 사망자도 다섯 명이나 나왔다. 그 중 한 명은 1억원 넘는 비용을 들여 전세기로 한국에 들어가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는 보도가 현지 한인사회의 연말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PCR 검사를 받아 양성이 나오면 현지 방역당국에 통지가 가니 바로 당국 관리를 받아야 하고, 어차피 티케팅 카운터를 통과할 수도 없으니 한국 가서 치료받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어쩌면 그게 순리이고 맞는 정책이겠지만 재외국민들은 외국에 버려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아직 외국인 백신접종에 대한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고 (아마 그런 계획이 없을 것이다), 한국의 방역당국은 한국에 시간 맞춰 오면 백신접종 해주겠다는 것이니 인도네시아에 발이 묶인 교민들은 앞으로 당분간 백신도, 당국의 암묵적 보호도 없이 팬데믹 상황을 버텨내야만 한다.
뭐, 애당초 누가 날 보호해 주길 기대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나마 2월 10일 발표된 이 정책을 2월 24일부터 시행한다는 것은 그렇게 2주 정도의 시간을 준다는 것이니 필요하다면 그 안에 한국에 들어가면 될 일이다. 어찌 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배려일 수 있다..
2021. 2. 12.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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