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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부과하는 가짜 디지털세 본문

일반 칼럼

인도네시아가 부과하는 가짜 디지털세

beautician 2021. 1. 9. 11:15

 

 

인도네시아는 2020년 8월 1일부터 국제 디지털기반 기업들에게 부가세를 과세하기 시작했고 2020년 12월 23일까지 6,160억 루피아, 한화 약 475억원의 전인미답의 세수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같이 인도네시아 내에 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인도네시아 인터넷 네트워크 상에서 거래되는 전자상품과 용역에 대해 10%의 부가세를 부과한 것이다. 처음 8개 업체였던 이들 기업들은 2020년 12월말 총 51개 업체로 늘어났고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세무당국은 입이 귀에 걸렸다.

 

하지만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이렇게 부가세를 냄으로써 해당 기업들은 자국으로 가져가는 이익금 중 일부를 인도네시아에 떨구고 가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넷플릭스는 이와같은 부가세 부과방침이 밝혀지자 8월 1일부터 부가세 만큼 소비자들이 지불할 사용료를 인상했다. 

 

팩키지

예전 요율

2020년 8월 1일 이후 부가세 포함 가격

핸드폰 (Ponsel)

Rp 49.000 (3,990)

Rp 54.000 (4,400)

기본 (Dasar)

Rp 109.000(8,880)

Rp 120.000 (9,970)

표준 (Standar)

Rp 139.000 (11,320)

Rp 153.000 (12,460)

프리미엄 (Premium)

Rp 169.000 (13,770)

Rp 186.000 (15,150)

 

이렇게 된 것이다.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에 지불하는 넥플릭스의 부가세는 100% 오롯이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추가로 낸 돈으로 충당된다. 

그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곳들도 그렇게 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니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외 디지털 공룡기업들로부터 다른 나라들이 감히 청구하지 못하는 디지털세를 부과해 징세하고 있다며 크게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국 국민들의 주머니를 더 쥐어짜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가짜 디지털세를 부과하여 실제로는 자국민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다.

 

실제 디지털세란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 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현지에 고정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본국에만 내던 세금을 수익을 거둔 여러 나라에 나눠 낸다는 개념이다. (한겨레 2020년 10월 13일자 기사 '디지털세 구글-페북에 더 물린다'에서 발췌)

 

그러니 실질적인 디지털세 부과란 해당 기업들에 대한 법인소득세 징세를 말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이를 걷지 못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이를 위한 보완입법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로 넷플릭스나 구글에 법인소득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법인소득세란 기업이 일년 간 사업하여 벌어들이 소득 또는 이익에서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이다. 그러니 인도네시아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비례한 법인소득세를 인도네시아 세무당국에 납부하면 그만큼 본국으로 가져가는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고 비로소 자국민의 추가부담없이 과세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분명한 해법을 나와있지 않고 무엇보다도 넷플릭스 등 당사자 기업들이 당연히 동의하지 않고 있다.

 

또 하나 거론되고 있는 것은 인터넷 네트워크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특히 동영상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이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 용량 대부분을 잡아먹고 있으니 네트워크 인프라 확충을 위한 비용을 해당 디지털 제품과 용역 공급자에게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각 ISP 즉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자신들이 구축한 인터넷망의 사용료를 각 가입자들에게 청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집이나 사업장의 인터넷 설치와 유지를 위해 내는 비용, 각자의 핸드폰 데이터 패키지를 내는 비용 같은 것이 당초 인터넷망 사용료다. 말하자면 인터넷 사용자들은 꿀벌 같은 존재여서 네트워크 상의 향기나는 꽃들을 찾아가 꿀을 빨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 내는 통행료가 바로 인터넷 사용료다. 

 

그리고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곳은 그 네트워크를 통해 닿을 수 있는 화려한 화원같은 곳이다. 그런 곳이 있으니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진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 ISP들은 이들 꽃들의 도움을 크게 받는 것이고 보통의 경우라면 그들에게 사용료를 받는 게 아니라 계속 있어 달라고 돈을 줘야 할 판이다. 마치 클럽같은 곳에서 물관리한다며 젊은 여성들은 무료로 입장시켜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문제는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 디즈니 플러스 같은 곳이 영화 스트리밍을 하면서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장난이 아니라는 점이며 그래서 인도네시아처럼 초고속 광케이블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네트워크 속도 자체를 잡아먹는 문제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문제는 과연 넷플릭스 등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까? 그렇게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해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터넷 사용자가 낸 '인터넷 사용료'를 받는 ISP가 마땅히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애당초 넷플릭스의 트래픽은 사용자 또는 가입자의 클릭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이니 과다 트래픽 때문에 돈을 더 내야 한다면 그건 해당 사용자/가입자가 내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면 애당초 겨우 그 정도의 인터넷 인프라를 만들어놓은 ISP가 궁극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 아닌가?

 

말하자면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이 너무 유명해 서울에서 하루에도 수 만대의 차량이 출발해 부산에서 돼지국밥을 먹고 오는 바람에 경부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는데 그건 톨비를 내고 고속도로를 달린 돼지국밥집 고객들의 책임인가? 아니면 너무 맛있는 음식을 만든 돼지국밥집이 책임져야 할 문제인가? 아니면 그 정도도 감당못할 고속도로를 만들어놓는 도로공사의 책임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돼지국밥집에만 묻는 게 공평하고 윤리적인 일인가?

 

디지털산업이라는 것이 원래 국경을 무너뜨리는 사업이다.

국경을 지키려면 중국처럼 국경을 높이 세우고 자체적으로 넷플릭스, 트위터, 페이스북을 대신할 자신들만의 애플리케이션들을 사용하면 되는 거다. 물론 그러면 넷플릭스, 트위터 페이스북을 쓸 수 없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디지털세 부과는 여러 딜레마를 안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디지털세를 부과하려 한다면 법인소득세 형식으로 부과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며 이를 위해 어떤 입법보완과 협의를 통해 해당 국경 안에서 벌어진 거래에 대해 어떻게 법인세를 부과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것이 관련 논의의 핵심이다.

 

인도네시아 세무당국이 디지털세를 걷는다며 부가세를 붙여 자국민 주머니에 부담을 주면서 생색을 내는 건 웃기는 일이다. 부가세를 붙이는 건 나쁜 짓이 아니지만 그걸로 국민들을 호도하는 건 바람직하다 하기 힘들다.

 

 

2020. 1. 5.

 


참고자료: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65622.html#csidxeb2f7e30dc5b8d1933ceb232766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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