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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부조리한 마감엔 저항이 답이지!

beautician 2021. 3. 5. 10:43

마감의 심리학

 

 

원고 마감에 쫓겨 거의 막판에 이르면 어느 순간 논리적으로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그 마감시간에 대한 전후 인과관계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면서 마감을 맞추지 못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분명해지고 이 모든 건 다 마감시간을 이렇게 정한 저 놈들의 음모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궁극적으로 정신승리에 이르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내가 이 원고 하나만 쓰는 게 아니라 이번 주말에 마감이 네 개씩이나 몰린 건 저 쪽에서도 꼭 이해해 줘야 하는 일이야.

 

이런 와중에 금요일 밤 식사약속도 아니고 미팅을 잡은 놈은 아마 내가 이런 상황이란 걸 알고 엿먹으라고 그랬을 게 틀림없어.

 

아니, 가만 있어 봐. 기본적으로 아무 관계도 없는 두 기관이 하나는 20, 다른 하나는 21일을 마감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잖아? 짰을까?

 

그래, 잘 생각해 보면 한 다리 건너 다 알게 되는 게 우리 사는 세상이지. 분명 시간이 충분할 때 시작했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몰린 건 분명 누군가 친 장난에 말린 거야. 어느 놈일까?

 

마감날만 되면 잠이 쏟아지는 것도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누가 나 마감 못맞추게 산뗏 주술이라도 보낸 걸까? 가만, 뭔가 뾰족한 걸 찾아야 해. ? 바늘?

 

, 몰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마감을 맞춰? 뭐 하루 이틀 마감 좀 넘겨도 지들이 날 죽이기야 하겠어?

 

그래, 이런 상황에선 마감을 맞추지 않아야 하는 게 맞아.

진정한 작가라면 부조리한 상황엔 저항을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한참 하고 나면 잠시 멍 때리게 되는데 그런 다음 자동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개뿔….

마감아, 기다려라. 이제 다시 시작.

 

그러니까 프로가 말입니다…… ㅠㅠ

 

 

 

2021.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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