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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문 뒤에 숨은 천 개의 유령들

beautician 2021. 2. 9. 11:51

라왕세우(Lawang Sewu): 스마랑 소재

 

 

 

어느 나라나 다를 바 없겠지만 인도네시아에도 귀신들이 출몰할 법한 으스스한 곳들이 도처에 있고 나름 거기 얽힌 괴담이나 전설을 품고 있다.

 

스마랑의 라왕세우(Lawang Sewu)도 그런 곳 중 하나다. 귀신이 출몰하는 음산한 곳이라는 소문에 몇몇 미스터리 리얼리티쇼의 촬영장이 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촬영을 하며 담력시범을 선보였던 출연자가 얼마 후 갑자기 기괴한 방식으로 갑자기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도 떠돈다.

 

1930 년대의 라왕세우 건물

 

스마랑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라왕세우는 네덜란드 식민지시대 통치자들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건물 자체는, 건설된 시대를 감안해도 규모가 웅장하고 현대적이기까지 하다. 건물 지하의 복잡한 복도들은 원래 목적은 환기를 위한 것이지만 주지사 관저와 항구를 연결하는 지하통로이기도 했다.

 

라왕세우 건물은 현재 국영 인도네시아 철도공사(PT. Kereta Api Indonesia (Persero)) 소유로 예전에는 네덜란드 총독부 시절의 철도회사인 Nederlandsch-Indische Spoorweg Maatschappij (NISM)의 소유였다. 18,322m2 부지 위에 주건물이 1904년 2월 27일 착공되어 1907년 7월에 완공되었고 부속건물은 1916년부터 1918년 사이에 지어졌다.

 

 

라왕세우 건물은 L자 형태의 주건물과 나머지 부속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Prof. Jakob F. Klinkhamer과 B.J. Ouendag,란 이름의 암스테르담 출신 건축가들이었는데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L자 형태의 건물에 많은 문과 창문들을 설치했다. 이 건물이 라왕세우, 즉 ‘천 개의 문’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현재 라왕세우는 인도네시아 철도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알마르(Alkmaar), 에드몬손 기관(mesin Edmonson), 계산기(Mesin Hitung), 타자기(Mesin Tik), 증기기관 모형(Replika Lokomotif Uap) 그리고 여러 희귀 문서들을 전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건물 수리와 복원과정을 찍은 사진과 비디오, 복원용 자재 등도 전시물에 포함되어 있다. 이곳은 역사적인 관광지일 뿐 아니라 전시, 컨퍼런스, 화보촬영, 결혼식 연회, 바자 및 페스티벌, 예술행사, 워크숍 등을 위해 임대해 주기도 한다. 귀신이 출몰한다며 사람들 입에 흉가처럼 언급되지만 사실은 지금도 깨끗하게 잘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란 뜻이다.

 

라왕세우 역사를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l  1907년 7월부터 NISM의 본사로 사용됨

l  1942~1945년 일제강점기 중 일본군 교통국으로 사용됨.

 

1942 년 일본군 교통국 시절 라왕세우 정문 앞

l  1945년 독립 후 인도네시아 공화국 철도국(DKARI) 중앙운영사무소가 됨.

l  1946년 네덜란드군 사령부로 사용되면서 DKARI는 de Zustermaatschappijen 의 예전 회사건물로 이전함.

l  1949년 인도네시아 주권회복 후 제4지역군 디포네고로 부대 사령부로 사용됨

l  1994년 국영철도국 (Perumka)에 반납. 국영철도국은 이후 국영철도공사(PT Kereta Api Indonesia (Persero))가 됨

l  2009년 건물수리 및 복원공사

l  2011년 7월 5일 Purna Pugar Cagar Budaya Gedung A Lawang Sewu라는 이름으로 재개관됨.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에 저항한 독립투사들이 많이 잡혀와 이곳에 갇혀 고문당하고 죽었는데 그 수가 수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건물의 지하감옥, 정문, 복도 등 많은 부분에서 귀신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줄을 잇는데 비단 꾼띨아낙이나 건드루어 뿐 아니라 네덜란드군 복장을 한 유령들. 일본군 복장의 유령들, 심지어 네덜란드 여인의 유령들까지 이 건물에 출몰한다고 한다.

 

특히 B동 지하공간은 감옥으로도 사용되었고 그곳에서 포로들이 고문당한 후 머리가 잘렸는데 잘린 머리들을 공간 한 구석에 쌓아 놓았다고 한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거기 설치된 몇몇 좁은 계단을 타고 오른 윗층에는 더욱 스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곳은 고문당할 두려움에  절망하며 자살을 택한 한 여인의 원혼이 어른거리는데 복도를 따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여인의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은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고 한다.

 

라왕세우의 괴담에 편승해 2007년 9월 <라왕세우: 꾼띨아낙의 복수(Lawang Sewu: Dendam Kuntilanak)>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MD 픽처스 제작 아리 아지스(Arie Azis) 감독 작품이다.

 

< 라왕세우 :  꾼띨아낙의 복수 (Lawang Sewu: Dendam Kuntilanak)>

 

100년도 넘은 건물들은 어디나 특별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목숨을 빼앗긴 건물이라면 사실 괴담이 없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스마랑의 라왕세우는 지금도 가장 귀신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 중 첫 번째로 꼽힌다.

 

 

2021. 1. 20.

 

 

  

 

참고자료

https://heritage.kai.id/page/lawang-sewu

https://www.pegipegi.com/travel/mengenal-sejarah-dan-cerita-mistis-lawang-sewu-di-sema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