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저평가된 인도네시아 로컬 귀신들 (2) 본문
저평가된 인도네시아 로컬 귀신들 (2)
11. 한두 까끼 (Hantu Kaki) – 다리귀신
발에서 무릎까지의 한쪽 발만 나타난다.
사실 이런 귀신은 어느 나라나 다 있지 않나?
12. 한뚜 무까라타 (Hantu Muka Rata)
무까라타는 일견 일본어같지만’ 평평한 얼굴’이란 인니어다. 얼굴에 눈 코 입이 없는 귀신으로 살해당하거나 처참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원령이다. 큰 사고가 벌어지면 얼마 후 그 근처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예전 빈따로 열차사고 당시에도 이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주로 밤에 돌아다니는 사떼, 바소, 고렝안(튀김) 상인들에게 나타나 놀래키는 점에서 순델볼롱과 공통점이 일견 보인다.
모 인도네시아 매체에서는 이 귀신을 한국의 달걀귀신과 비교하는데 드디어 K-귀신도 진출한 시기가 된 걸까? 하지만 대체로 일본의 노뻬라보(野箆坊 atau のっぺらぼう)에 더 가깝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13. 자바의 안자안자 (Anja-Anja)
신부를 죽이는 저주. 첫날밤을 지낸 후 다음날 아침 신부가 온몸이 파랗게 변해 죽은 채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 안자안자 귀신에게 피를 모두 빨려 죽었기 때문이라 한다. 안자안자 귀신의 인상착의는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현지의 전통을 지키지 않아 신부가 죽었다는 시각은 경사스러워야 할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이 죽음의 원인을 오히려 죽은 사람에게 돌리려는 비겁함이 느껴진다. 새신부들이 얼마나 자주 죽었으면 안자안자 귀신이란 것이 사람들 머리 속에 떠올랐을까 싶고, 실제로 신부를 죽인 것은 남편이나 시댁이었을 확률이 크다는 점, 온몸이 새파랗다는 건 피를 빨렸다기 보다 맞아서 생긴 심한 멍이나 독살의 흔적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자안자는 신부를 노리는 귀신이라기보다 시댁의 치부를 가려주는 핑계였지 않을까 싶다.
14. 자바의 메메디 반도소 (Memedi Bandhoso)
스스로 돌아다니는 관짝 또는 끄란다(Keranda)라고 부르는 시체 들것. 메메디 반도소가 나타나면 다음날 그 지역에서 죽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발리의 메메디와 전혀 다른 존재로 메메디 (Memedi) 자체는 한뚜(Hantu)와 같이 일반적으로 ‘귀신’이란 뜻으로 해석한다.
15. 한뚜 삐라우 (Hantu Pirau)
키가 무척 큰 귀신으로 아이들을 괴롭히고 누구든 죽일 수 있다. 사실 한뚜 비라우는 귀신이 아니라 고위 흑마술이라고도 한다. 주로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마을 주변을 도는 할아버지로 현신하며 때로는 검은 원숭이로 변신하는데 발에는 긁힌 상처가 가득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버전에서는 삐라우가 해로운 귀신이 아니어서 마을 주변에서 갈대잎 스치는 소리를 내다가 아이와 놀려고 접근한다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같이 놀던 아이를 데려간다는 점인데 한뚜 삐라우의 발자국을 따라 그 뒤를 쫓을 수 있다. 단지 발이 인간과는 반대방향으로 달려있으므로 삐라우를 추적하려면 발자국을 따라 뒷걸음쳐야만 한다. 수마트라의 잠비에서는 꽤 유명한 귀신이다.
16. 를러빠 (Lelepah)
보통 사람의 두 배쯤 크기의 거인으로 현신하는 귀신인데 날 것으로 육식을 즐기며 사람도 산 채로 삼키는 위험한 귀신으로 묘사되지만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낚시터의 신비한 동료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중부 자바의 슬레만(Sleman), 반뚤(Bantul) 지역의 쁘로고(Sungai Progo) 강변에 출몰하는 를러빠는 보통은 바위 위에 앉은 덩치가 큰 낚시꾼처럼 현신하는데 앉아있는 바위에 빛이 난나독 한다. 낚시꾼이 를러빠를 만나면 낚시꾼이 드리운 낚시밥에 고기들이 몰려들어 고기를 많이 잡게 된다. 를러빠는 노란색 대나무를 휘둘러 쫓을 수 있다고 한다.
17. 수마트라의 우항 빤닥 (Uhang Pandak)
우항 빤닥은 수마트라 끄린치 산(Gunung Krinci)에 사는 작은 체구의 유사인간으로 키 작은 인간이란 듯의 오랑뻰덱(Orang Pendek)의 현지 방언이다. 산속에 사는 작은 인간의 전설은 비단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아시아 전반에 걸쳐 찾을 수 있다. 예전엔 덫을 놓아 이들을 잡기도 했단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85~130cm 정도의 키에 온 몸이 털로 덮여 있다고 한다. 이들은 끄린치 산 인근 수꾸 아낙달락(Suku Anak Dalam) 부족의 문화 속에 녹아들어 있는데 이들은 오랜 세월 해당 지역에서 우항 빤닥과 경계를 지키며 공존해 왔다고 한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였던 1770년대부터 이들에 대한 보고가 있었고 1923년 판 헤이르바르덴(Van Heerwarden)이란 동물학자가 끄린치 지역을 조사한 후 몸이 털로 덮인 괴생명체에 대한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그들은 3~4세 아이 정도의 키를 했지만 훨씬 나이든 얼굴에 머리칼은 어깨를 덮을 정도로 드리워져 있었다. 창 같은 무기를 들고 직립보행을 하던 이들은 우연히 조우한 판 헤이르바르덴은 눈 앞에서 급히 사라져버렸고 다시는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과연 실존하는 또 다른 인류였을까? 아니면 또 다른 숲 속의 마물이었을까?
18. 웰웍 (Welwok)
웰웍은 익사하거나 독살되거나 살해되는 등 세상의 섭리에 맞지 않는 원인으로 죽음을 맞이한 산모의 원혼이다. 더러운 옷을 몸에 반쯤만 걸친 모습으로 나타나 복수를 하려 한다. 꾼딸아낙의 일종인 셈이다.
19. 움벨 몰로르 (Umbel Molor)
코흘리개 또는 흘러내리는 콧물 정도의 뜻으로 가장 이상한 귀신이라 생각되는데 움벨 멜레르(Umbel Meler)라고도 부른다. 밤에 어린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귀신이라고도 하지만 대개는 재물주술의 사역마로 사용된다. 대개 누군가의 목숨을 제물로 요구하는 다른 재물수술과 달리 움벨 몰로르 재물주술을 시전하는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흘러내리는 콧물을 달고 살아야 한다.
움벨 몰로르는 생명을 제물로 요구하지 않는 선한 귀신들을 통한 아홉가지 재물주술 중 하나로 분류되는데 그 아홉 가지 재물주술의 관련 귀신과 요괴들 면면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① 자란뻐노레(Jaran Penoreh): 고개를 뒤로 돌아간 말
② 스렝알라 냐랍(Srengala Nyarap): 잘 무는 미친 개
③ 불루스 짐붕 (Bulus Jimbung): 큰 거북이
④ 깐당 부브라 (Kandhang Bubrah): 부서진 우리
⑤ 움벨 몰로르 (Umbel Molor):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콧물
⑥ 꾸뚝 라무르 (Kutuk Lamur): 시력나쁜 물고기
⑦ 그막 멀룽(Gemak Melung): 속삭이는 보석
⑧ 쪼돗 잉이싱(Codot Ngising): 박쥐
⑨ 바줄 뿌띠 (Bajul Putih): 흰 악어
20. 찟노농(Citnonong)
찟노농은 뚜율과 유사한 귀신으로 사람들 집적거리길 좋아하는 성격을 가졌다.
21. 통통솟 (Thongthongsot)
통통솟은 인간의 몸에 동물의 머리가 붙은 형태의 마물이다. 깨끗하지 않은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부패 인사나 관료가 앉은 의자를 흔들어 대고 의자에 가시가 생겨 앉은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묘사가 충분치 않아 잘 상상이 안되지만 부패관료의 회전의자에 저 버팔로 뿔이 솟아나는 건 아닐까? 못된 송아지 엉덩이가 아니라 못된 놈 의자에.
참고자료
https://www.viva.co.id/vstory/lainnya-vstory/1331675-misteri-asal-usul-hantu-muka-rata
https://pepnews.com/2018/03/11/asal-usul-istilah-jin-tomang-yang-legendaris-itu
https://kumparan.com/selidik/lelepah/full
https://kumparan.com/dukun-millennial/mitos-lelepah-jawa-si-pemakan-manusia-1uDSBsrk4eB/full
https://www.kompasiana.com/ahmad.toxok/54f6a8daa33311e15b8b4581/tongtongshot-si-makhluk-misterius
https://kumparan.com/selidik/9-makhluk-sumber-pesugihan/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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