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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의 불도깨비들 – 끄마망과 바나스빠티 본문

인니 민속과 주술

자바의 불도깨비들 – 끄마망과 바나스빠티

beautician 2021. 2. 1. 11:53

 

 

자바의 불도깨비들 끄마망과 바나스빠티

 

 

 

 

 

요즘 인도네시아 사람들 귀에도 끄마망(Kemamang)이라는 이름은 좀 낯설 것 같다. 불귀신의 한 종류인 끄마망은 예전엔 들이나 논 또는 늪지대에 자주 출몰하곤 했다. 어릴 때 촌에서 끄마망을 만났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당시 사람들은 끄마망의 출현을 자연재해같은 재앙이 닥쳐올 불길한 전조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매도 당하는 끄마망 입장에선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이 끄마망 귀신을 대할 때 주의할 점은 자꾸 쳐다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신경을 쓰며 바라보면 불덩어리는 걷잡을 수 없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마치 한국 어둑시니와 비슷한 속성이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어둑시니는 바라볼수록 점점 더 커지고 올려다보면 더욱 거대해져 마침내 보는 사람을 압도하며 짓누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둑시니가 어두운 구석이나 그림자 속에 희미하게 서 있는 것에 비해 끄마망은 불꽃을 뿜으며 날아다니니 한국 귀신의 중후함과 동남아 귀신의 발랄함 차이라 해야 할까? 그리고 어둑시니는 보는 이가 용기를 내서 내려다보면 오히려 점점 작아져 결국은 없어져버린다고 하지만 끄마망과 조우한 에피소드들은 대개 마주친 사람이 정신없이 달아나는 걸로 끝나기 때문에 과연 작아지게 만들 수도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끄마망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도깨비불로 표현된다. 대개는 멀리 있다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거나 이쪽 나무에서 저쪽 나무로 슬며시 움직이는 식으로 표현된다. 중부자바에서 나름 유명세를 떨치는 바나스빠티(Banaspati)의 일종이라 생각된다. 바나스빠티와 끄마망이 비슷한 점은 둘 다 불을 내뿜으며 나타난다는 것이다. 왜 그런 모습으로 출현하는지 모르겠고 그 불덩어리를 본 사람들은 왜 이를 매우 불길하게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지만 이들 불귀신들로 인해 집에 불이 나거나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은 접한 적이 없다. 바나스빠티에 대해서는 뒤에 조금 더 설명을 붙이겠다.

 


끄마망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동부자바의 보조네고로(Bojonegoro)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데 거기엔 아예 마을이름이 끄마망이라는 곳이 있다. 비옥하고 나무와 푸른 덩굴이 울창한 곳으로 원래 시티 레조 마을(Desa Siti Rejo)라 불리던 곳이다. 그 곳엔 게나 개구리를 잡으러 나온 아이들 같은 귀신이 밤마다 출몰한다고 한다. 그 아이의 머리에서 불길이 솟아나와 마치 횃불처럼 타오르지만 않았다면 그냥 밤에 놀러나온 동네아이들이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 아이들은 해 지고 나면 마을 남쪽에서 종종 모습을 보였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은 쉽사리 믿을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그중 일부는 자기 눈으로 직접 보겠다고 나서기도 했는데 폴섹 경찰들이나 동사무소 공무원들도 호기심은 마찬가지였다. 그들 앞아서 마그립(해 지는 시간, 또는 그 때 하는 이슬람 기도시간)이 지나자 몇몇 아이들이 논으로 놀러 나온 것이 보였는데 이내 그들 머리가 횃불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구경 나온 이들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고 일부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 중 경찰이 호기롭게 권총을 꺼내 아이들 쪽을 향해 발사했는데 총성이 울리면 움찔하며 동작을 멈추거나 달아나는 게 일반적인 반응인데 아이들은 죽거나 도망치지 않고 갑자기 그 숫자가 늘어나 논을 반 이상 채웠다. 놀란 경찰이 한 번 더 총을 발사하자 아이들 숫자는 더욱 많아져 끄마망으로 가득 찬 논은 논 그들의 불타오르는 머리에서 일렁이는 불꽃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이 사건 이후 시티 레조 마을은 끄마망 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끄마망을 보았다는 또 다른 사람의 증언을 들어보자

 

 

 

내가 초등 6학년 때 귀뚜라미를 잡으러 갔을 때였어. 동급생 세 명, 한 학년 위의 형 한 명 그렇게 넷이서 같이 돌아다녔어. 대략 밤 9시경이었던 것 같아. 귀뚜라미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묘지 가까이에 있는 안쓰는 논이었어. 마침 건기였고 아직 파종하지 않아 땅을 놀리고 있었거든. 그래서 거긴 덤불과 잡초들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지.

 

 

 

귀뚜라미를 잡으러 다닌 이유는 나중에 내다 팔려는 거였어. 어떤 종류는 한 마리에 1,500 루피아를 받기도 하고 4,000루피아까지도 받을 수 있었거든. 아무 종류나 팔리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밤에 귀뚜라미를 잡으면 낮에 군것질할 용돈을 벌 수 있었어.

 

 

 

보통 자정이 되면 집에 돌아갔는데 그날은 날이 흐리고 달도 뜨지 않아서 특별히 어두운 밤이었어. 친구 한 명은 호롱불을 들고 나왔고 또 다른 한 명은 랜턴을 들고 있었지. 그런데 그날은 밤 열 시 반이 되도록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 너무 어두워서 랜턴만으론 충분히 밝지 않아 처음엔 켜지 않던 호롱까지 불을 붙였어. 그때였어. 산쪽에서 점처럼 보이는 불들이 켜지기 시작한 거야. 그런데 그 점들이 점점 커지더니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어. 난 친구들에게 소리치며 저걸 보라 했어. 친구들이 저건 끄마망이는 거야. 끄마망은 불을 보면 쫒아와 달려든데. 그래서 우린 호롱불을 급히 껐지만 끄마망들은 계속 우리쪽으로 가까워졌어, 우린 각각 걸음아 날 살려라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 집으로 도망쳐 들어갔지.

 

 

 

온오프라인에 소개된 경험담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결국 귀신을 보고 도망쳤다는 다분히 도식적인 얘기여서 좀 망설였지만 최소한 끄마망이 출현하는 분위기를 느껴본다는 취지에서 위와 같이 소개했다.

 

 

 

 

 

바나스빠티는 불붙은 공이나 소용돌이 모습으로 출현하는 귀신 또는 악령으로 고위 흑마술과 관련이 있다. 띈다. 대개 적당한 형태를 하고서 한 곳에서 다른 장소로 낮게 날아가는데 끄마망과 마찬가지로 이 놈도 주로 자바섬에서 발견된다. 어떤 이는 자신이 만난 바나스빠티가 사람의 머리 모양인데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며 날아다녔고 툭 튀어나온 눈에 긴 혀를 내민 입, 그리고 송곳니들이 삐죽이 나와 있었다고 하는데 그건 마치 발리의 레약(Leak) 귀신(꾸양이나 빨라식처럼 내장을 주렁주렁 매달고 날아다니는 발리의 머리통 귀신)에 불이 붙은 것 같은 모습이다. 어쨌든 멀리서 보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선명한 도깨비불 같은 형태일 것이다. 표피에서 화염이 일렁거려 가까이 있는 마른 나무나 잎파리는 다 타버린다.

 

 

 

바나스빠티는 땅밑 동굴이나 사람이 닿지 않은 늪지, 묘지 등에 살며 오솔길에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바나스빠티는 빠디그니 흑마술(Sihir Pati Geni)을 익혀 불을 견딜 뿐 아니라 불을 다루거나 불에 관련된 다양한 능력을 시전할 수 있다고 한다

 

 

 

바나스빠티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한을 품고 죽은 이의 원귀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죽은 사람의 손톱에서 생성되는 저주라고도 한다. 바나스빠티와 만나 그에게 두려움을 먹히면 희생자는 몸져 누워 심하면 죽기도 한다. 또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을 좋아해 눈이 뒤집힐 정도로 화를 내는 사람에게 붙어 그 기운을 포식하면 포만감에 다른 곳을 들리지 않고 곧장 자기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바나스빠티는 불붙은 원구나 불타오르는 사람 또는 불타오르는 해골의 모습으로 등장해 사람을 공격한다. 때로는 사람을 공격해 불태운다고도 하고 화재를 일으킨다고도 하지만 바나스빠티로 인해 사망이나 화재의 통계치는 없다. (그림이프리트급 마물 바나스빠티)

 

 

 

 

바나스빠티는 먹이를 사냥하는 방식에 따라 그 종류를 몇 가지로 구분한다.

 

 

 

바나스바띠 그니(Banaspati Geni-불꽃 바나스빠티)는 공기 중에 섞여 움직이며 대기가 그 힘의 근원이다. 사람들의 두려움을 먹고 살기 떄문에 대기 중에 흩뿌려진 인간의 두려움을 먹고서 덩치가 더욱 커지고 불꽃도 강해진다. 끄마망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한편 바나스빠티 따나리앗(Banaspati Tanah Liat-진흙 바나스빠티)으로 분류되는 놈들은 주로 숲 속에 숨어 산다. 먹이를 만나면 체내의 피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빨아먹는다. 땅에 발을 딛지 않은 사람들을 먹이로 삼기 때문에 이 바나스빠티를 만나면 급히 양말을 벗고 맨땅 위에 죽은 듯 가만히 서 있어야 한다.

 

 

 

바나스빠티 아이르(Banaspati air-수중 바나스빠티)는 바나스빠티 반유라고도 한다. 인간을 익사시키는 존재인데 익사 전에 온몸의 피를 다 빨린다고 한다. 하지만 깔리만탄과 수마트라의 대표적 물귀신 한뚜 반유(Hantu Banyu)를 자바 귀신 바나스빠티 이름에 연결해 붙인 것이나, 기본적으로 불 속성의 바나스빠티를 물귀신으로 만든 건 아무래도 작의적 느낌이 강하다.

 

 

 

일설에는 바나스빠티는 원래 정글 속에 살던 마물들 중 하나로 때로는 인간과의 계약을 통해 매우 치사율 높은 산뗏저주에 동원된다고 한다. 바나스빠티 산뗏저주를 맞은 사람은 바로 죽는다고 하며 이 산뗏 저주를 막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오직 저주를 시전한 사람만이 그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바나스빠티 산뗏 저주를 유발하는 매체로 암탉이 처음 낳은 달걀을 사용한다. 이 달걀에 대고 목표한 대상에 대한 저주의 주문을 외운 다음 불꽃 위에서 그 달걀을 터뜨리면 그 속에서 불덩어리 모습을 한 바나스빠티가 튀어나와 곧장 저주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 날아간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몰려드는 바나스빠티 군단에 대항해 자기 수호령들을 불러내 싸움을 벌인 한 두꾼의 얘기를 넣을까 했지만 매우 흥미진진한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작의적으로 과장한 허풍임이 분명해 결국 제외시켰다.

 

 

 

끄마망과 바나스빠티는 여러 면에서 서로 유사성이 있어 사실은 한 종류의 귀신을 지역에 따라 달리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날아다니는 머리통 귀신을 지역에 따라 꾸양, 빨라식, 레약, 뻐낭깔 등으로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불길한 불덩어리 중 뿔룽간뚱(Pulung Gantung)이란 놈도 있는데 이 귀신은 주로 그 집안에 누군가가 목을 매달아 죽을 사람이 있다는 전조 역할을 하므로 전혀 종류가 틀린 바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설마 끄마망이나 바나스빠티가 알바를 뛰는 건 아니겠지.)

 

 

 

 

 

글을 마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끄망망(Kemangmang)이란 놈이다. 끄마망과 이름이 비슷할 뿐 아니라 자바 귀신이라는 점(서부자바 북부 해안지역), 불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하지만 등장하는 모습은 전혀 다르다. 대체로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다른 마물들과 달리 뒷덜미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 거대한 두꺼비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염소 정도 크기다. 인간의 뇌를 양식으로 삼는다고 전해지지만 인간 주거지와 멀리 떨어져 사는 속성을 보면 매일의 양식 부분은 그냥 겁을 주려고 갖다 붙인 것인 듯싶다.

 

 

 

 

 

초대형 두꺼비 모습을 한 끄망망의 목 뒷덜미 쪽에 불꽃이 일렁이는데 이 불꽃은 무엇이든 태워 재로 만들어 버리는 강력한 지옥의 업화(業火)와 같은 종류다. 목덜미의 불은 물 속에서도 꺼지지 않아 끄망망이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와도 여전히 불꽃이 일렁거린다.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백린이나 네이팜의 속성이 그렇다. 그러니 얘는 훗날 인간들과 일전을 준비하는 마물들의 비밀병기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마물들과 마찬가지로 낮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논이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습지에 나타나곤 한다. 주로 물가에서 놀지만 때로는 가까이 다가오는 인간들에게 재앙을 가져다주기도 하며 1997년 이후 자주 일어난 서부 자바 북부해안의 맹그로브 숲 화재가 끄망망의 소행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물귀신이 있으니 불귀신도 있는 건 놀랄 일 아니지만 대체로 음습한 자바의 토착무속의 세계에 불 속성을 가진 마물들이 왜 공포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을지 잠시 생각해 보면 지금이야 빛은 문명의 친구이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수백 년 전 당연히 칠흑같은 암흑이어야 할 저 멀리 산등성에서 불현듯 어른거리는 불빛을 보았다면 그게 당시 사람들에겐 오히려 더욱 큰 공포심을 자아내지 않았을까 싶다. 불덩어리가 되어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끄마망과 바나스빠티, 그리고 멀리 늪지의 끄망망들은 당시 자바인들의 두려움을 기반으로 아직도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끝)

 

 

 

 

 

 

 

 

 

 

 

2019. 3. 29

 

 

 

 

 

참고자료

 

http://hantukampung.blogspot.com/2010/08/hantu-versi-indonesia.html

 

https://www.duniaku.net/2018/12/29/duniaku-legends-kisah-banaspati-polemik-antara-hantu-atau-ilmu-hitam/

 

https://id.wikipedia.org/wiki/Banaspati

 

https://sandekala.com/asal-usul-hantu-banaspati/

 

https://www.kaskus.co.id/thread/596fae5c98e31b751d8b4567/cermis-real-story-hantu-api-kemamang/

 

https://www.tanahnusantara.com/hantu-banaspati-yang-mengerikan-di-pemalang/

 

https://juragancipir.com/pengalaman-berhadapan-dengan-pasukan-hantu-banaspati/

 

https://www.facebook.com/ceritamisteri126/posts/pengalaman-ketemu-hantu-banaspatiselamat-malam-bro-n-sis-yg-masih-setia-membaca-/1279520772108664/

 

http://jejakmerangkak.blogspot.com/2017/09/misteri-hantu-kemamang-berbentuk-bola.html

 

https://juragancipir.com/pengalaman-melihat-kemamang/

 

http://www.akarasa.com/2016/12/kisah-misteri-teror-hantu-kemangmang.html

 

https://kumparan.com/dukun-millennial/kemamang-bola-bola-api-yang-usil

 

https://mataketiga.com/2017/02/21/sketsa-mahluk-api-banaspa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