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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신들(2): 고대의 귀신들

beautician 2021. 1. 23. 11:43

 

 

 

발리의 신들(2): 고대의 귀신들

 

레약

 

발리가 관광지로서 각광받는 것은 단순히  그 수려한 경관과 자연환경 때문만이 아니라 그곳 문화 속에 녹아들어 있는 독특하고 신비로운 요소들 때문이기도 하다.

 

많이 알려진 문화부분 중 하나가 레약(Leak)일 텐데 조금 잘못 알려진 부분들을 우선 바로잡고 시작하자. 레약이란 귀신이나 신령한 존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도’ 즉 육제적, 정신적으로 특정 단계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하는 ‘지식’ 또는 ‘주술’을 뜻한다. 스스로의 영혼을 단련하게 만드는 이 훈련은 그 성취의 정도에 따라 육신을 바구니 같은 다른 모양으로 변형시킬 수 있고 혼과 정신 역시 다른 형태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레약주술(Pengeleakan)’이라 부르는 이 특정한 도는 누군가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원래 이 도를 쫓는 이의 개인 내면과 영혼을 성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에도 일부 부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방향으로 너무 치우친 이들이 결국 영혼을 잡아 먹혀 해가 떨어지면 머리통이 분리되어 내장들을 매달고 날아다니는 레약 귀신으로 변하는 저주를 뒤집어쓰는 것이다. 그 자세한 과정은 언젠가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 레약은 같은 계통인 빨라식, 꾸양, 뽀뽀와 마찬가지로 귀신이나 영적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실제 발리에서 영적인 존재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1. 메메디(Memedi) 또는 레메디(Lemedi)

 귀신들은 들풀이나 큰 바위, 나무 등에 깃들어 있을 뿐 아니라 인간들이 사는 곳 가까이에도 존재하며 주로 어린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 아이들이 해가 지도록 돌아오지 않고 실종되는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그건 메메디(Memedi)가 아이들을 감추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찾는 의식에는 춤과 각종 악기들이 동원된다. 메메디는 원래 놀기 좋아하는 존재여서 음악소리가 들리면 인간들 춤을 따라 추는 과정에서 숨겨놓았던 아이들이 사람들 눈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아이들은 자기들과 놀아주던 ‘놀이친구’에 대한 흥미진진하면서도 기괴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메메디는 햇빛에 그을린 갈색 피부와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논 메메디(Memedi Sawah)'라고 하면 논에 세운 허수아비를 말하므로 ‘메메디’란 ‘기본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어린 아이와 놀기 좋아하는 어떤 것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복장과 하는 짓을 보면 웨웨곰벨과도 일견 공통점이 발견된다.

 

알려진 바로는 메메디는 무시무시하게 생기고 밝은 빨간색의 긴 머리칼이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는 것으로 묘사되며 대나무 숲이나 아름드리 나무에 깃들어 산다고 한다. 그런데 생긴 게 무시무시하다면 왜 어린아이들이 함께 놀려고 할까?

 

메메디가 이렇게 생겼으면 아이들이 놀아줄까?

 

 

2. 토냐(Tonya) 

토냐는 강이나 호수 또는 절벽에 살며 키와 몸매 그리고 행동양식과 생활양식이 인간과 거의 흡사하다. 그들을 집단을 이루어 살기 때문에 공동체와 마을을 형성하는데 그 마을조차 인간의 마을과 많은 공통점을 보인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그 마을과 주민들이 인간의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관상 차이점은 윗입술 위의 인중이 토냐에겐 없다는 것이다. 보이지도 않는다면서 인중을 어떻게 확인하란 말이냐....고 이 연사.....

 

몇몇 강에 접한 마을엔 토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일부 있는데 그들은 며칠씩 사라졌다가 돌아와 토냐의 마을에서 지내다 왔다고 말하곤 한다. 그들은 마물에 속하지만 나름의 문화와 문명을 가지고 있어 인근 힌두교 사찰에서 붐비는 행사나 축제를 벌이기도 한다.

 

저 인중의 홈이 없으면 토냐이기 쉽다.

 

3. 가망(Gamang)

가망은 개울이나 실개천에 사는 마물이다. 집단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토냐와 달리 가망은 다른 존재들과 거리를 두고 홀로 지낸다. 머리털은 헝클어지고 대체로 더럽고 깔끔하지 못한 행색이다. 가망(Gamang)이란 이름의 의미 자체가 ‘분명하지 못하다’란 뜻과 ‘무섭다, 두렵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무섭지만 원지는 잘 모르는 존재’쯤 되겠다.

 

가망(Gamang)이 살 만한 곳

 

 

4. 그레겍 뚱겍 (Gregek Tunggek) 

그레겍뚱겍은 아름다우면서도 무시무시한 여귀로 긴 머리, 흰 옷 등 대부분의 인상착의가 자바의 꾼띨아낙과 일치한다. 주로 오래된 나무 묘지, 빈 집, 정글 등에 출몰한다. 주로 남자들을 괴롭힌다. 등에 구멍이 뚫려 멀리서도 썪는 냄새가 난다는 부분은 순델볼롱과도 유사하다.

 

많은 관련 전설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두르가여신(Dewi Durga)이 시와신(Dewa Siwa)에게 패배해 지상으로 쫒겨 났을 때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저주의 염원을 담아 마구 만들어 낸 것들 중 하나가 그레겍뚱겍이라는 것이다. 이 땅에 발이 묶인 두르가여신은 분노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구성요소들, 즉 땅과 돌, 불과 공기는 물론 이미 땅에 묻힌 지 오래된 시체들까지 이용해 온갖 소름끼치는 것들을 마구 만들어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을에개 고통을 주도록 했는데 당시 만들어진 것들 중 그레겍뚱겍이 있었다는 것이다. 무려 신의 피조물이란 거다.

 

또 다른 전설은 그레겍뚱겍이 남성들에게 겁탈당하고 고문당한 끝에 목숨을 잃은 여성의 시신을 재료로 만들어진 귀신으로 행실이 나쁘고 여성을 속상하게 하는 남자들을 그토록 미워한다고 한다.

 

한편 뿐닥 사뜨갈 주문(Ajian Pundhak Satega)은 그레겍뚱객 귀신을 아름답고 매력적인 인간여인으로 만들어주는 주문이다. 마치 꾼띨아낙의 머리 어딘가에 대못을 박아 인간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주술이다.

 

그레겍뚱겍은 발리판 순델볼롱?

 

5. 끄망망(Kemangmang) 

이 마물은 손발도 없이 오직 머리통만 있다. 그래서 마치 다람쥐에게 몇 군데 파 먹힌 야자열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구멍이 난 곳이 끄망망의 입이다. 예전엔 너무 자주 나타나 귀신이나 마물로 분류하지 않고 동물이나 유해조수 정도로 분류했다고 한다.

 

그런데 자바에서도 끄망망이란 같은 이름을 쓰는 마물은 등에 지옥의 업화가 불타오르는 거대한 두꺼비의 모습을 하고 있다.

 

 

 

 

6. 쩔루룩(Celuluk) 

쩔루룩은 레약 군둘(Leak Gundul)이라고도 불린다. 대머리 레약귀신이란 뜻이다. 앞머리가 까졌지만 나머지 부분은 머리칼이 풍성하다. 유방이 크고 큰 눈이 튀어나올 듯 돌출되었고 어금니도 삐죽이 뻗어나왔다. 짤론아랑(calon Arang) 공연에서 쩔루룩은 랑다(Rangda)의 하수인으로 등장한다 배는 불룩 튀어나왔고 웨웨곰벨 같이 축 처진 유방을 가지고 있다.

 

쩔루룩(Celuluk)  

 

7. 랑다(Rangda) 

랑다는 아이르랑가 왕과 싸웠던 짤론아랑의 환생이라고도 하고 파괴의 신인 두르가여신의 현신이라고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모든 레약들의 여왕이라고도 한다.

랑다란 과부를 뜻하는 자바 고어에 기원을 두었고 이는 힌두의 세 개 계급, 즉 바이샤, 크사트리아 그리고 브라만을 의미한다. 또 다른 버젼에서 랑다가 11세기의 역사적 실존인물로서 왕의 후궁에게 흑마술을 사용한 혐의로 다르모다야나(Dharmodayana)왕에 의해 왕궁에서 쫓겨나는 마헨드라다타(Mahendradatta) 여왕이라고도 한다.

 

발리의 바롱댄스에도 바롱과 함께 등장하는 랑다는 바롱이 선을, 랑다가 악을 상징한다.

랑다

 

 

9. 라룽 (Rarung)

짤론아랑 공연에서 라룽도 랑다의 추종자로 등장한다. 과부로 표현되는 랑다에 비해 라룽은 더욱 아름답고 젊은 여인으로 묘사된다. 랑다의 딸이라고도 한다. 짤론아랑 공연에 등장하는 랑다의 딸은 엄청난 미인이지만 어머니가 마녀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청혼하는 남자들이 없었고 그게 랑다가 흑마술로 그 마을을 쓸어버리며 국가와 전쟁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랑다의 딸 라룽(Rarung)

 

10. 브레롱 (Brerong)

브레롱은 간단히 말해 뚜율의 발리 버전이다. 영적인 방법으로 돈과 재산을 훔쳐 빨리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키우는 마물이다. 인간의 생명을 제물로 바쳐야 하며 그 외에도 완전한 공양을 빠뜨리지 않고 한번 맺은 약속은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해가 미쳐 자칫 주인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브레롱은 주인의 뜻에 따라 이웃의 집에 뱀처럼 스며들며 물건을 훔쳐온 후 자기 몸을 흔들면 훔친 물건들이 우수수 바닥에 떨어진다. 

 

뚜율?

 

 

 

 

참고자료: 따만고입블로그포스트, 불레발리 워드프레스 등

http://tamanghoib.blogspot.com/2019/01/10-hantu-dan-makhluk-halus-yang.html

https://buleebali.wordpress.com/2012/08/29/mahluk-gaib-di-bali/

https://masbrooo.com/kenali-lebih-dalam-gregek-tunggek-dan-ajian-pudhak-sategal/

https://blogunik.com/5-jenis-mahluk-halus-jaman-kuno-yang-ada-di-ba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