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무속과 괴담 사이> (가제) 연재 본문
내가 인도네시아 무속과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게 2015년 하반기쯤이었던 것 같다.
한참 필을 받아 단숨에 책 한 권 분량 정도를 썼는데 심오한 분석이나 연구라기보다는 한국인에게는 너무 생소한 인도네시아 무속의 세계를 교민들에게 그 대강을 소개해 주는 정도의 내용이었다.
그 목차가 이랬다.
저걸 쓴 다음에 2016년 거의 내내 인도네시아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책을 썼다. 그게 2017년 말에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여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사실은 인도네시아 역사보다 저 귀신이야기가 더 관심을 끌지 않을까 했는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하지만 저 <미스틱 인도네시아>원고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재미있어야 할 이야기가 좀 딱딱했다. 한국인들에게 워낙 생경한 내용이다보니 설명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거다. 저래서야 읽힐 것 같지 않아 2018~2019년 사이에 짬을 내서 다시 쓰고 내용을 좀 더 추가해 <이슬람 수면 아래 인도네시아 무속의 세계>라는 긴 이름의 원고를 완성했다.
대략 이런 목차로 구성했다.
하지만 이것도 다시 읽어보면 처음보다는 좀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신문기사나 논문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는 흥미진진해야 할 귀신과 무속 이야기가 지루하기만 할 터였다.
그러다가 2019년 하반기부터 작업해 2020년 8월 경까지 청비스튜디오와 함께 작업해 그라메디아를 통해 곧장 인도네시아어로 현지에서 발간한 것이 Komik Horer Nusantara, 즉 <인도네시아 호러만화>란 제목의 만화 세 권이었다. 원래 100개의 에피소드를 다섯 권에 담을 예정이었지만 2020년 불어닥친 코로나 광풍으로 서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세 권만 우선 내고 나머지 두 권은 당시 함께 계약되었던 위인만화 다섯 권과 함께 출판이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난 거의 100개에 가까운 인도네시아 귀신과 무속에 대한 에피소드 초안들을 만들었다. 이것들을 가지고 각각의 단편소설로 발전시켜 가면 되는데 <백골의 향연>, <떠다니는 얼굴, 굴러다니는 머리통> 등 몇 편은 짧은 단편으로 만들어 자카르타 경제신문이나 인문창작클럽 웹진에 실었다.
언젠가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귀신이야기로 다시 다듬으려 하던 차에 2021년 초부터 데일리인도네시아에 격주로 귀신이야기를 연재하기로 했다. 아직 연재 제목을 정하진 않았는데 '전설의 고향'만은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귀신들을 비교하며 그 차이점을 조명하고 관련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관련해 나온 영화들과 거기서 엿보이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생각, 사고방식, 괴담의 배경 같은 것들을 소개하려 한다. 그렇게 1년 쯤 쓰면 30편 정도의 원고들이 정리될 것이고 그럼 2022년에는 인도네시아 무속에 대한 책을 낼 준비가 될 것이다.
귀신과 무속 이야기는 처음엔 흥미 위주로 접근해 원고를 쓰게 되겠지만 <무속과 괴담 사이>(가제)를 쓰고 나면 그 다음 작업은 보다 학술적으로 접근해 논문을 하나 쓰거나 외국인 시선으로 현지 특정 귀신을 조명한 시나리오를 써서 현지 영화사들이랑 일을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하는 중이다. 별 걸 다 하지 싶지만, 난 원래 별 거 다 하는 사람 맞다.
그래서 2021년에는 귀신에도 빠지고, 리콴유에게도 빠지고, 시티 누르바야에게도 빠져서 한 해를 보내게 될 모양이다.
202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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