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 시대에 막을 내린 이슬람 수호전선(FPI) 천하

 

  이슬람수호전선(FPI) 마침내 강제해산

 

FPI 는 1998년 설립된 이후 국가의 정치적 이슈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부의 FPI 활동금지와 해산명령 발표 (2020년 12월 30일)

 

지난 수요일(12월 30일)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정부는 내부장관, 법무장관, 정통부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가반테러국장(BNPT) 등이 서명하여 FPI의 해산과 활동금지를 명령한 부처 합동명령(SKB)을 통해 이슬람수호전선(FPI)의 모든 활동과 FPI 모든 상징들의 사용을 금지했다.

 

정치사법안보문제 조정장관 마흐푸드 MD는 대중질서와 치안을 침해하는 활동을 자주 해온 FPI가 2019년 6월 내무부에 단체등록허가(SKT)를 연장하지 못함에 따라 더 이상 시민단체로서 활동할 법적 근거를 잃었다고 해산명령의 근거를 밝혔다. “FPI는 시민단체로서는 물론 일반 조직으로서도 법적 근거가 더 이상 없으므로 정부는 FPI의 모든 활동을 금지합니다. 오늘 이후 FPI라는 이름의 단체는 더 이상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12월 30일 정치사법치안 조정장관 마흐푸드 MD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발표했다.

 

FPI 측 변호사 수기토 아트모 쁘라위로(Sugito Atmo Prawiro)는 이번 결정에 대해 가능한한 빠른 시일 내에 자카르타 행정법원(PTUN)에 행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FPI 지도자 리직 시합(Rizieq Shihab)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헌법소원 제기에 대한 동의도 얻었다고 주장했다.

 

안달라스 대학의 헌법전문가 페리 암사리(Feri Amsari) 교수는 대규모 단체에 대한 2017년도 기본법 16호(UU 16/2017)에 의거해 FPI 활동금지 명령은 합법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FPI 해산명령은 1945년 헌법(UUD 1945) 28조 위반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단체에 대한 2017년 기본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오직 법원결정을 통해서만 이와 같은 단체를 해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에 이 법령이 통과되면서 퇴보가 발생한 겁니다. 내가 이를 퇴보라고 말하는 이유는 단체 해산권을 정부가 다시 갖게 된 것이 수하르토 시절인 신질서정권 당시의 상황으로 되돌아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리직 시합이 지난 11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귀국한 이후 수주 동안 발생한 대중질서 혼란과 치안불안야기로 인해 FPI와 불화를 빚어왔다. 귀국 당시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반뜬 주 땅그랑 소재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과 그의 집 및 뻐땀부란의 FPI 본부로 모여들었고 이로 인해 야기된 혼란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관련 지역 경찰 수뇌들이 줄줄이 해직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중엔 12월 7일 자카르타-찌깜벡 톨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경찰이 FPI 조직원 여섯 명을 사살한 사건이 컸다. FPI 측은 비무장 상태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FPI 측이 총격전에 사용한 피스톨을 들어보이며 오히려 FPI의 총격을 받아 자기방어차원에서 응사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 직후 리직 시합이 경찰청에 출두하면서 체포되었지만 정작 그는 보건 프로토콜 위반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뻐땀뿌란(Petamburan) 소재 자택과 보고르의 메가먼둥(Megamendung) 지역 소재 이슬람 기숙학교에서 마울리드(Maulid-예언자 무함마드 탄신일)와 11월 15일 리직의 딸 결혼식을 성대히 열어 당시 일정 인원 이상의 집합을 금지하던 보건 프로토콜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FPI의 폭주를 막지 못한 역대 인도네시아 정권은 인도네시아가 과격 이슬람 근본주의로 흘러가는 것을 방치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이번 FPI 금지조치를 국제사면위원회(Amnestry International)에서는 국민 기본권침해소지가 있다고도 보는 시각이 있고 법적,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사회불안을 야기하던 골치덩어리 문제단체 FPI의 해산을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이러한 사건들과 그간의 악행으로 인해 결국 정부로부터 해산명령이 내려진 FPI의 지난 22년간의 행적을 돌이켜 보자.

 

 FPI 는 자체 자경단 성격의 이슬람수호 청년단(LPI)를 조직해 보유했다. (AFP PHOTO / ADEK BERRY)

 

초창기의 FPI

 

FPI는 1998년 8월 17일 결성되어 국가상황에 대한 정치적 성향을 종종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FPI는 발족 후 3개월도 되지 않아 MPR 특별회기에서 신질서 정권에 대한 책임론을 주장했고 FPI 수장인 리직 시합은 포르꼿(Forkot – Forum Kota 또는 Forum Komunitas Mahasiswa Se-Jabotabek: 1998년에 결성된 자보더타벡 지역 대학생들의 협의체)와 팜레드(Famred- Front Aksi Mahasiswa untuk Reformasi dan Demokrasi 번혁과 민주화를 위한 대학생 행동전선)가 좌경화되었다고 비난했다. 이 두 개의 조직은 수하르토의 하야를 이끌어낸 주역이었다. 처음부터 FPI는 이슬람의 기치 아래 수구 우파의 위상을 분명히 한 것이다.

 

FPI는 2008년 모나스 광장에서 벌어진 폭동에도 연루되었다. 빤짜실라 기념일이었던 2008년 6월 1일 모나스 광장에 마치 용역깡패들처럼 몰려든 FPI 조직원들은 종교과 신념의 자유를 위한 민족연대(Aliansi Kebangsaan untuk Kebebasan Beragama dan Berkeyakinan - AKKBB)의 모임과 대규모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FPI는 산하에 여러 개의 행동대 조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라스카르 뻠벨라 이슬람(Laskar Pembela Islam) 즉 이슬람수호 청년단이란 의미의 LPI로 조직 내의 치안, 보안문제를 담당했지만 실제로는 이슬람식 군복 뉘앙스의 제복을 차려 입은 조직폭력배에 가까웠다.

 

최소한 14명이 부상당한 이 사태에서 경찰은 FPI의 진입을 일부러 허용했다는 비난을 부인했다. 하지만 최소한 이때까지만 해도 FPI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정부와 모종의 연계점을 가졌음을 의심해 볼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리직 시합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2008년 10월 31일 폭력행위 교사범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1년 반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FPI 하부 조직 중엔 ‘붉은 초승달’이란 의미의 힐랄 메라(Hilal Merah)라는 단체도 있었는데 이들은 각 지역의 자연재해피해를 입은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순기능을 담당하기도 했다.

 

 

모나스 광장에서 벌어진 FPI의 이슬람수호행동과 212 행동 장면 (CNN Indonesia/Andry Novelino)  

 

 

정치와 선거에 관여

 

FPI는 지방선거의 일환으로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가 한창이던 2016년, 모나스광장에서 열린 이슬람수호행동이란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그들은 이 행사에서 당시 ‘아혹(Ahok)’이란 중국식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자카르타 주지자 바수키 짜하야 뿌르나마를 저격했다.

 

그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당시 솔로 시장을 마치고 처음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 나섰을 때 부지사로 조코위의 러닝 메이트가 되었다가 조코위가 대통령이 되자 주지사직을 승계한 인물이었다. 그는 당초 조코위와 대선에서 맞섰던 쁘라보워 수비안토의 그린드라당 소속이었지만 조코위를 지지하면서 당에서 축출당했고 2016년 대선에서는 그의 중국인 혈통과 함께 이슬람에 대한 모종의 발언이 신성모독이라며 이슬람계 전반의 공격을 받았다. 그건 예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에 버금갈 만한 ‘아무 말이나 걸고 넘어지기’ 신공이었는데 급기야 아혹을 낙선시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FPI는 그를 신성모독죄로 감옥까지 보내면서 저열한 깡패들도 종교의 가면을 쓰면 어떤 가공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서 아혹의 낙마에 기여한 이슬람수호행동은 이후에도 여러 정치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면서 스스로를 ‘212 참전동료’(Alumni 212)라고 불렀는데 이는 2016년 모나스 광장에서의 집회가 12월 2일 열렸기 때문이다.

 

FPI는 최근까지도 종종 현안에 대한 시위를 벌이곤 했다. 예를 들면 반서르(Banser-Barisan Ansor serbaguna 다목적협력전선: NU 계열인 안소르 청년행동 GP Ansor의 민병대 성격 하부구조) 소속원들이 타후히드(Tauhid: “Lā ilāha illallāh” 오직 알라만을 숭배하라는 문장)가 적힌 깃발을 태우자 FPI는 이에 대한 격렬한 항의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국회인 DPR에서 빤짜실라 이념법안의 초안을 협의하자 FPI는 이를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다. 빤짜실라(Pancasilla)는 모든 국민의 자유로운 신앙생활, 인도주의, 인도네시아의 통일성, 합의정치, 법질서에 기반한 정의사회 등을 추구하는 인도네시아의 다섯가지 건국이념을 뜻하는 것인데 FPI가 반대하는 부분은 그 첫 번째 원칙인 자유로운 신앙생활이란 부분이다. FPI는 인도네시아가 이슬람을 국교로 정하고 철두철미한 샤리아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FPI가 스스로 이슬람 적통임을 주장하며 정치적 주도권을 잡으려는 방편으로 읽힌다.

 

12월 7일 자카르타-찌깜벡 톨에서 벌어진 총격전에서 FPI 조직원들이 사용한 무기들을 보여주는 경찰청 대변인 

 

더욱 뻔뻔스럽게

 

2017년 FPI 대변인 슬라멧 마이리프(Slamet Maarif)는 CNN 인도네시아와의 인터뷰에서 FPI는 정치상황을 도외시할 생각이 없으며 그래서 인도네시아 정치적 변화에 대한 입장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비록 우린 정당이 아니지만 정치적 경로를 통해 우리 의지를 관철해야만 합니다. 이는 이슬람 샤리아법에 입각한 지방조례 지정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슬라멧은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FPI가 정치 면을 포함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지도부에게 조언을 하는 전선전문가위원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회는 성직자, 지식인, 전문관료, 민간인, 군인, 퇴직장성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FPI가 처음 설립된 목적은 세상의 부조리와 싸우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설립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FPI는 온갖 오만관 편견에 사로잡힌 조직이 되어 정부과 각을 세우고 경찰과 총격전까지 벌였다. 스스로 부조리한 조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도네시아 법률 중 많은 부분이 이슬람 신도들의 신앙을 위협하고 이슬람의 샤리아법에 위배됩니다.” 하지만 슬라멧을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의 시각에서 불법적인 국가란 뜻이다.

 

리직 시합이 받고 있는 혐의들

 

 

다시 한번 몽니 시전

 

212 참전동료회 사무차장 노벨 바묵민(Novel Bamukmin)은 FPI가 정부에 의해 금지된 마당에 국가와 종교를 지키기 위해 더욱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우린 자본가들 앞에 무릎을 꿇고 만 모든 종들의 위선으로부터 국가와 종교를 지킬 것입니다.” 노벨이 CNN인도네시아 기자에게 12월 30일 FPI 금지발표가 나오자 성나 외친 소리다.

 

당일 아흐맛 샤브리 루비스(Ahmad Shabri Lubis) FPI 의장과 18명의 FPI 조직원들 역시 FPI 활동금지 결정이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후 성명서를 통해 똑같이 FPI라는 이니셜로 불릴 조직 Front Persatuan Islam, 즉 이슬람연합전선의 결성을 천명했다.

 

성명서는 “전국은 물론 해외에 소재한 이슬람수호전선 집행위원화와 회원 및 지지자들을 위해 우린 이 포악한 정권과 갈등을 빚는 것 같은 불필요한 일들을 피할 방편으로 이슬람연합전선의 설립을 천명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흐맛 의장은 FPI 해산결정이 비헌법적, 비합법적이며 여섯 명의 FPI 조직원들을 사살한 총격전 이슈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방편이라고 주장했고 FPI의 사무차장 아지즈 야누아르(Azis Yanuar)는 이 새 그룹을 정부에 등록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새 조식은 분명한 합법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판례번호 No. 82/PUU-XI/2013로서 이 조직의 법적 근거가 분명하다는 꼼빠스지가 그의 말을 전했다. 2014년에 나온 이 헌번재판소 판례에서 대규모 단체들은 내무부에 등록하지 않는 것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단체들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다.

 

물론 FPI의 이런 짓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14년 아혹이 자카르타 주지사를 조코위 대통령 당선자로부터 승계하자 FPI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우스탓 파룰로지 이스학(Ustaz Fahrurrozi Ishaq)라는 이슬람 선생을 그들만의 자카르타 주지사로 옹립한 일도 있다. 기본적으로 FPI는 세상을 제멋대로 돌리려 하던 집단임을 새삼 보여준 사건이었다

2020년 12월 30일 FPI 해산결정을 발표하는 조코위 정권 실세 마흐푸드 MD 정치사법치안 조정장관

 

물론 정부의 해산명령에도 불구하고 FPI가 순순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이름은 없어지더라도 그 조직을 구성하던 사람들은 그대로 남을 것이고 전성기 당시 마음대로 폭력을 휘둘러도 누구 하나 뭐라 못하던 그 위세가 그리운 이들은 그 시절을 되돌리고 싶을 테니 말이다.

 

이번 기회에 리직 시합을 강력히 처벌하지 않는다면 FPI가 부활하거나 그와 비슷한 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이슬람의 기치를 내걸고 온갖 양아치짓을 벌이는 일이 또 다시 반복될 것이다.

 

 

 

참고자료: 자카르타포스트, CNN인도네시아,  

https://www.cnnindonesia.com/nasional/20201230132625-20-587839/sepak-terjang-fpi-dari-1998-berakhir-terlarang-di-era-jokowi

Sepak Terjang FPI dari 1998 Berakhir Terlarang di Era Jokowi

https://www.cnnindonesia.com/nasional/20201230142815-20-587872/pa-212-soal-fpi-kami-yang-jadi-korban-justru-dibubarkan

PA 212 soal FPI: Kami yang Jadi Korban, Justru Dibubarkan

https://www.thejakartapost.com/news/2021/01/01/fpi-officials-form-new-organization-after-govt-bans-group.html

FPI officials form new organization after govt bans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