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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과 괴담 사이> (가제) 연재 본문

매일의 삶

<무속과 괴담 사이> (가제) 연재

beautician 2021. 1. 8. 12:04

 

내가 인도네시아 무속과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게 2015년 하반기쯤이었던 것 같다.

한참 필을 받아 단숨에 책 한 권 분량 정도를 썼는데 심오한 분석이나 연구라기보다는 한국인에게는 너무 생소한 인도네시아 무속의 세계를 교민들에게 그 대강을 소개해 주는 정도의 내용이었다. 

 

그 목차가 이랬다.

 

저걸 쓴 다음에 2016년 거의 내내 인도네시아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책을 썼다. 그게 2017년 말에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여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사실은 인도네시아 역사보다 저 귀신이야기가 더 관심을 끌지 않을까 했는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하지만 저 <미스틱 인도네시아>원고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재미있어야 할 이야기가 좀 딱딱했다. 한국인들에게 워낙 생경한 내용이다보니 설명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거다. 저래서야 읽힐 것 같지 않아 2018~2019년 사이에 짬을 내서 다시 쓰고 내용을 좀 더 추가해 <이슬람 수면 아래 인도네시아 무속의 세계>라는 긴 이름의 원고를 완성했다.

 

 

대략 이런 목차로 구성했다.

하지만 이것도 다시 읽어보면 처음보다는 좀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신문기사나 논문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는 흥미진진해야 할 귀신과 무속 이야기가 지루하기만 할 터였다.

 

그러다가 2019년 하반기부터 작업해 2020년 8월 경까지 청비스튜디오와 함께 작업해 그라메디아를 통해 곧장 인도네시아어로 현지에서 발간한 것이 Komik Horer Nusantara, 즉 <인도네시아 호러만화>란 제목의 만화 세 권이었다. 원래 100개의 에피소드를 다섯 권에 담을 예정이었지만 2020년 불어닥친 코로나 광풍으로 서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세 권만 우선 내고 나머지 두 권은 당시 함께 계약되었던 위인만화 다섯 권과 함께 출판이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난 거의 100개에 가까운 인도네시아 귀신과 무속에 대한 에피소드 초안들을 만들었다. 이것들을 가지고 각각의 단편소설로 발전시켜 가면 되는데 <백골의 향연>, <떠다니는 얼굴, 굴러다니는 머리통> 등 몇 편은 짧은 단편으로 만들어 자카르타 경제신문이나 인문창작클럽 웹진에 실었다.

 

2020년 3월에 그라메디아 서점에 깔린 첫 두 권의 공포만화.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국 서점들이 3월 하순부터 6월 초까지 문을 닫았고 이후에도 고객들이 오프라인 서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세 번째 만화는 2020년 10월에 전국서점에 깔렸다.

 

언젠가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귀신이야기로 다시 다듬으려 하던 차에 2021년 초부터 데일리인도네시아에 격주로 귀신이야기를 연재하기로 했다. 아직 연재 제목을 정하진 않았는데 '전설의 고향'만은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귀신들을 비교하며 그 차이점을 조명하고 관련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관련해 나온 영화들과 거기서 엿보이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생각, 사고방식, 괴담의 배경 같은 것들을 소개하려 한다. 그렇게 1년 쯤 쓰면 30편 정도의 원고들이 정리될 것이고 그럼 2022년에는 인도네시아 무속에 대한 책을 낼 준비가 될 것이다.

 

귀신과 무속 이야기는 처음엔 흥미 위주로 접근해 원고를 쓰게 되겠지만 <무속과 괴담 사이>(가제)를 쓰고 나면 그 다음 작업은 보다 학술적으로 접근해 논문을 하나 쓰거나 외국인 시선으로 현지 특정 귀신을 조명한 시나리오를 써서 현지 영화사들이랑 일을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하는 중이다.  별 걸 다 하지 싶지만, 난 원래 별 거 다 하는 사람 맞다.

 

그래서 2021년에는 귀신에도 빠지고, 리콴유에게도 빠지고, 시티 누르바야에게도 빠져서 한 해를 보내게 될 모양이다.

 

 

2021.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