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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뉴노멀 시대의 시작

beautician 2020. 6. 11. 11:33

인도네시아 뉴노멀 시대의 시작

 

 

코로나 사태로 인해 두 달 넘게 정지되어 있던 인도네시아의 경제가 68()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게 딱히 코로나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자카르타가 준봉쇄에 가까운 대규모 사회적 규제조치(PSBB)를 처음 시행하던 410일 당시 전체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3,512, 당일 신규 확진자는 219명이았는데 두 달이 지난 68일 누적 확진자는 그 열 배에 가까운 32,033명이 되었고 847명의 신규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66일엔 역대 최대치인 993명의 신규확진자가 나왔다. 누가 봐도 인도네시아의 코로나는 분명한 폭발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자카르타 주정부는 그간의 PSBB 조치의 결과로 역내 감염확산세가 어느 정도 통제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자카르타의 신규 확진자들이 줄어드는 반면 5월 중순 이후 동부자바, 6월엔 발리에서 신규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원래 예정되었던 봉쇄조치 마지막 날인 64일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는 예상과 달리 PSBB 규제조치 무기한 연장을 발표제목으로 뽑았지만 6월 한 달 간을 ‘PSBB 과도기로 삼는다며 사실상 규제완화 수순을 공식화했다. 사실 정부도 개인도 경제활동을 막아 놓은 상태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다다라 있다. 그래서 당장 65()부터 집단종교행사가 허용되어 금요일 정오에 열리는 숄랏줌앗(Sholat Jum’at) 이슬람 기도행사로 자카르타 소재 모든 모스크들이 열성적인 무슬림들로 다시금 가득 찼다. 물론 방역 프로토콜에 따라 예전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을 수는 없었다. 이어 68일부터는 재택근무하던 기업들이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도심 교통정체가 재현되었고 독립건물의 가게, 식당들이 문을 열었다. 15일부터는 몰과 입점 업체들이 영업을 재개한다. 인도네시아는 바야흐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말한 바이러스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뉴노멀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뉴노멀이란 우리나라의 생활방역 개념과 유사하다.

 

하지만 각급 학교들의 등교수업만은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모든 학교들의 학사일정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7월에 새 학년을 맞고서도 여전히 원격수업이 계속되며 일각에서는 교육문화부가 12월 등교를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65일 발표된 관련 주지사령에는 공공시설이나 교통수단 사용자를 최대 수용인원의 50%로 제한하고 방문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근로활동 시 개인거리 1미터 이격, 근무지 진입 전 체온검사, 자가격리 중인 직원 해고금지 등 12쪽에 걸쳐 세세한 프로토콜을 담았다.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재개된 활동을 모두 취소하고 기존의 PSBB 규제로 돌아간다는 전제를 달고 시작되는 인도네시아의 뉴노멀 시대는 다분히 최근 미국과 일본, 유럽의 코로나 규제완화조치에 고무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마도 영원히 바뀌어 버린 예전의 일상으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듯하다. 남부 자카르타 소재 한인교회인 늘푸른교회는 지난 2월 아직도 집회예배가 진행되던 2월 당시 이미 악수 같은 접촉은 금지되었지만 주일예배 참석자 250여 명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4~5명에 불과했다. 그 시기에 인도네시아인들 중엔 마스크 쓴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206월 아파트 로비나 식료품점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개인 거리를 지키려 노력한다. 때로는 가까이 오지 말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북부 자카르타 아르타가딩 몰(Mall Artha Gading)의 디아몬 수퍼(Diamond Supermarket) 계산대. 슈퍼마켓 직원들은 투명 얼굴 가리개까지 쓰고 있다. (직픽)

 

 

 

아르타가딩 몰 4층 경찰청 차량등록증 및 운전면허증 갱신 출장사무소. 이날 두 달 만에 문을 연 이곳에 민원인들이 좌석을 한 자리씩 띄워 앉아 있다. (직픽)

 

 

물론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거래선들이 발주를 끊은 한국계 봉제공장들은 좀 더 오랜 기간을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오직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들, 온라인 판매망을 갖춘 곳들, 특정 필요에 맞춰 신속한 생산품 전환이 가능한 곳들은 이 시기를 유려하게 살아남는다.

 

인도네시아 미용산업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마르타 틸라르(Martha Tilaar)그룹의 마르티나 베르토(PT. Martina Berto)는 화장품 생산라인을 손세정제, 핸드젤, 소독제 등으로 전환하는 생존전략으로 올해 1분기 손실을 232억 루피아(207천만원 상당)로 줄일 수 있었다. 물론 작년 동기엔 8,594억 루피아(7358천만 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상장업체인 중견 섬유업체 팬브로더스(PT. Pan Brothers, Tbk)는 정부와 소매점들의 오더를 받아 지난 4월 마스크 2천만 장과 방호복 10만 장을 생산했고 국영 항공기제작사인 디르간따라 인도네시아(PT. Dirgantara Indonesia)는 음압병실 등 특별 의료기체에 사용되는 통풍기 프로토타입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64일자 자카르타포스트는 46일부터 24일 사이 국제노동기구(ILO)가 인도네시아 전국 571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5%가 영업을 중단했고 이중 3%는 완전히 폐업했음을 보도했다. 그 이후 한달이 더 넘도록 수입원이 막힌 상태로 라마단과 이둘피트리 명절까지 보낸 중소기업들 중엔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이 분명 3% 이상일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뉴노멀 시대란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와 위태롭게 공존하면서 경제침체의 나락에서 최선을 다해 탈출하려 노력하는 시대를 말한다. 사실 평화공존과 위기탈출은 우리 민족이 외세와 싸워 온 오랜 역사를 통해 체화한 운명적 특기라 할 수 있지만 그것도 MOU나 휴전협정에 서명해줄 지성적 상대를 대할 때의 이야기이지 태생적으로 인류를 소비할 뿐인 바이러스를 상대로 한다면 전혀 애기가 틀리다.

 

코로나에 걸려도 검사와 진료를 책임져 주는 한국정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사는 인도네시아 동포사회는 PSBB 전환기, 뉴노멀을 맞아 인도네시아 인민들과 함께 더욱 철저한 개인방역과 좀 더 두꺼운 마스크가 필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