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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디포네고로 왕자와 자바전쟁 (25) 본문
디포네고로 왕자와 자바전쟁 (25)
물론 디포네고로의 체포에 대해 네덜란드 측은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네덜란드의 미술가 니콜라스 피에너만(Nicolaas Pieneman)은 똑같은 장면을 자진해 항복하러 온 디포네고로가 네덜란드에 굴종하는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물론 디포네고로가 항복했다는 말은 네덜란드군이 날조해 퍼뜨렸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네덜란드군이 스텔셀 요새작전으로 디포네고로군을 옥죄어 올 때 그는 휘하 부대에게 보다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적에게 쉽사리 항복하지 않도록 했을 뿐 아니라 자신 스스로 배신당해 체포당하게 되었을 때 항복하기보다 죽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굳건히 견지했다는 기록이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날 방도가 없다면 나는 처형당하는 편을 선택하겠다. 내게 항복이란 선택지는 없다.”
그는 이러한 결기로 자신의 생사를 신의 손에 맡겼던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명령을 따르다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전쟁의 패배가 예감되던 순간에도 자신의 이상을 버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두 말할 나위 없이 큰 성공이지만 비록 뜻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을 꾸준히 헤쳐나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승리였습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네덜란드가 회담을 빌미로 반군의 수장을 불러들였다가 간단히 배신하고 생포한 것은 동인도 저항의 역사 속에서 디포네고로 왕자의 경우만이 아니었습니다. 네덜란드는 그런 파렴치한 짓을 되풀이해서라도 디포네고로 왕자를 꼭 제압해야만 했습니다. 그에 대한 민중의 지지가 여전히 드높았으므로 그가 건재한 이상 그의 군대와 자바의 백성들은 저항을 멈추지 않을 터였습니다.
협상하러 나온 상대편 대장을 사로잡은 파렴치한 행동에 동인도 백성들에게는 물론 군과 정부 등 안팎으로부터 비난을 받게 된 드콕은 자바의 귀족들 여러 명을 보내 디포네고로에게 미리 수차례 경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왕자가 요구사항들을 축소시키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과 함께 말입니다. 물론 그건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꾸며된 핑계일 뿐이었습니다.
디포네고로 왕자는 그 후 다시는 자유를 되찾지 못했습니다.
좀 더 후의 일이지만 드콕 장군은 자바 전쟁을 평정한 공로로 1835년 본국에서 남작(Baron)의 작위를 하사받게 됩니다. 대대로 신분이 세습되는 귀족의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는 1836년부터 1841년가지 네덜란드 왕국의 내무장관을, 1841년부터 1845년까지 국무장관을 역임했고 그가 세상을 떠나던 1845년 4월 12일까지 국회 최고위원회 회원의 지위를 유지하는 등 승승장구했습니다. 디포네고로 왕자를 진압한 것이 그의 평생을 관통하는 명예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가 죽은 후에도 디포네고로 왕자의 고통은 10년 동안이나 더 이어졌는데 말입니다.
체포된 그는 즉시 웅아란(Ungaran)에 유폐되었다가 스마랑의 지방총독 청사를 거쳐 4월 4일 폴룩스호(Kapal Pollux)에 태워져 바타비아로 압송되었습니다.
1830년 4월 11일 바타비아에 도착한 디포네고로 왕자는 스타두이스(Stadhuis – 지금의 자카르타 구시가지 꼬타 지역의 파타힐라 박물관) 지하감옥에 갇힌 채 주지사 반덴보쉬(Van den Bosch)의 판결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지금도 바타비아 구시가지인 꼬따(Kota)의 파티힐라 박물관에 가보면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에 비만 오면 침수되는 지하감옥을 견학할 수 있습니다.
3주가 넘게 지난 4월 30일 반덴보쉬의 판결에 따라 디포네고로 왕자는 아내 라덴 아유 렛나닝시, 뚜먼궁 디포소노와 그의 부인, 그리고 머르또렉소노(Mertoleksono), 반뗑 웨렝(Banteng Wereng), 냐이 소따루노(Nyai Sotaruno) 등 모든 추종자들과 함께 마나도 유배가 결정되었습니다. 1830년 5월 3일 그들을 다시 태운 폴룩스 호가 마나도를 향해 바타비아를 출발했고 마나도의 포트 암스테르담 요새에 갇혀 몇 년을 보낸 후1834년 다시 술라웨시 남부 마카사르의 포트 로테르담 요새로 이감됩니다. (제7장 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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