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초심으로 돌아가는 길 본문
초심으로 돌아가는 길
가끔 내가 초심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 새삼 점검하고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가려 노력하곤 합니다.
잘 성찰해 보면 초심에서 멀어지는 대표적인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 첫째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토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 재단하려 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겐 너무나도 너그러울 뿐 아니라 적지않은 경우 자신만은 어떤 규칙에도 구애받지 않는 초월적 존재로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불편해하고 그의 행동에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자신만은 절대 그런 불편과 불만을 끼치지 않는 인간이란 확신을 갖는 것이죠. 물론 그런 성향은 누구나 다소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 쉽게 사소한 일로 우월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때문이라 해도 열등감은 많은 문제를 만듭니다. 열등감을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여우와 신 포도'의 비유처럼 가용한 모든 핑계와 논리, 필요하다면 점괘와 억지주장까지 동원해 자기방어논리를 만들어 냅니다. 어차피 안될 사업이니 아예 아무렇게나 조언한 것이라고, 제안해 봐야 말을 들어먹을 인간이 아니어서 아예 말도 꺼내지 않은 거라고, 저 인간이 우리 일에 계속 저주를 퍼붓고 있어 일이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노력해 봐야 노력 안한 것과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말입니다. 그 결과 최소한 정신승리와 심리적 우월감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우월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는 교만을 불러 옵니다. 그 멸망의 앞잡이란 놈 말입니다.
때로는 초심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떠나온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2020년에 그 초심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내 초심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중 하나는 글쓰는 사람이 되기를 열망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글을 쓰며 마감에 쫒기고 대체로 박한 글값과 문인에 대한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사회적 인식과 경제적 대가로 인해 마음 한 편에 실망감이 차오른다 해도 애당초 글쓰려 마음먹던 당시 그걸 몰랐던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초심으로 돌아가 좀 더 노력하며 글쓰기를 통해 그 다음의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것이 2020년에 하려는 일입니다.
누군들 인생이 쉬울까요.
또 하나는 내가 책을 썼던 이유입니다.
인도네시아 근-현대사와 현지 무속문화에 대해 글을 쓴 것은 내가 아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간신히 알게 된 얕은 지식 정도는 동료들과 교민들에게 나누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 모든 글들을 인도웹과 내 블로그에 게재해 공유했던 것이죠. 이제 현대사는 책이 되어 나왔고 무속은 우선 만화책이 되어 나오겠지만 어느덧 그 지식을 나누기보다는 돈주고 책 사서 읽으라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스스로 성찰하게 됩니다.
특히 얼마전 코트라에서 '도로명을 통해 본 인도네시아 근현대사' 강연료로 300불을 받으면서 더욱 그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충분한 지불능력을 갖춘 기업이나 관공서 등에서 강연요청을 받으면 절대 공짜로 하고 싶은 생각 없지만 만약 누군가 개인적으로 그런 강연을 듣고 싶은 사람들이나 민간단체가 있다면 굳이 강연료를 전제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대상이 처음 인도네시아 온 지사원 개인 한 명이든, 부부나 단위가족이든, 동호회나 친목단체든, 만약 인도네시아 역사와 무속문화에 대한 강연을 요구한다면 이미 준비되어 있는 컨텐츠 정도는 한 두 시간 정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궁금하면 책 사보란 소리는 절대 하지 않겠어요.
2020년엔 그런 강연들을 한 달에 한번쯤은 다니고 싶습니다.
고등학생들에게, 지사원 부부들에게, 소규모 동호회에서 무상강연을 하면서 역사와 무속을 공부했던 원래의 초심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2019. 12. 25.
'일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뺏고 뺏기는 동물의 세계 (0) | 2020.01.14 |
---|---|
오십견은 무죄 (0) | 2020.01.13 |
성찬식의 참 뜻 (0) | 2019.12.25 |
그 상태에서 어서 이탈하세요 (0) | 2019.12.23 |
예술의 가치, 기술의 등급 (0) | 2019.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