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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방탄복 - 일무끄발(Ilmu Kebal)

beautician 2019. 6. 29. 10:00

금강불괴 신체술  일무끄발(Ilmu Kebal)

 

 

인도네시아 흑마술 중엔 일부끄발(Ilmu Kebal)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금강불괴 도검불침의 신체를 완성하는 주술로 총알도 그 신체를 관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일반 차력과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무끄발은 한 마디로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로는 절대로 나를 해하거나 죽일 수 없도록 하는 기술 또는 주술적 술법입니다여기서는 일단 금강불괴술이라 번역하기로 합니다인도네시아는 물론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심지어 중국 등지에서도 광범위하게 전파되어 있고 깡패나 복서 등 싸움 선봉에 나서야 하는 사람들과, 필연적으로 폭력과 위험상황에 노출되기 쉬운 경찰군대에서도 가르치고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군대에서 무슨 주술을 가르치느냐고 할 사람들을 위해 가스꾸스 포럼의 기사를 하나 끌어와 봅시다.

 

[HOT] 2014 TNI akan diajarkan Ilmu Kebal Peluru dan Santet

2014년부터 인도네시아 군대에서 금강불괴 방탄술과 저주술을 가르친다.

 

지난 금요일(2013 10 11이스틱랄 사원에서 금요일 낮기도를 마친 인도네시아 통합군사령관 물도꼬(Moeldoko) 장군 입에서 나온 말이 놀랍지 않을 없었다그는 2014년부터 군대에서 금강불괴술과 산뗏 저주술을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한 것이다.

 

군대가 이런 술법들에 숙달하면 인도네시아군 전력은 세계 최고가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군에서 가르친 술법들이 오용될 경우에 대한 질문에는 오직 실전상황에서만 그런 저주술을 사용한다는 분명한 지침이 정해질 것이며 이를 위반할 경우 영적인 징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만약 RN-2206 타입의 로켓발사기 정도를 견딜 수 없다면 최소한 4cm크기 이하의 총탄에 저항력을 발휘하는 금강불괴 방탄술이 될 것이다라고 물도꼬 장군은 말했다.

(출처 까스꾸스 포럼)

 

까스꾸스 포럼은 신뢰도가 좀 떨어지는 매체인데 이 보도가 사실일까요인도네시아 전군 개개인을 두꾼들로 만들겠다는 이 야심찬 계획은 지금쯤 얼마나 진행되어 있을까요? 물도꼬 장군은 이후 전역해 2019년 대통령궁 비서실장으로 대선과 총선을 관리한 조코 위도도 정권의 핵심실세 중 한 명입니다.

 

금강불괴술은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차력들을 물론 포함합니다사실 차력 자체도 끊임없는 노력과 맹렬한 연습그리고 철저한 단련 없이는 이를 수 없는 경지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아쩨 등지에서 행해지는 금강불괴술의 시연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경이로운 금강불괴술의 끝장판을 보여주는 대박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있습니다. ‘고론탈로의 남자사격무위술(Pria Gorontalo kebal tembak)이라는 제목으로 지금도 검색가능한 이 동영상은 트랜스뚜주(Trans7)라는 인도네시아 정규 지상파 방송 TV 뉴스의 한 꼭지인데 여기 등장하는 ‘따르이라는 남자는 총알을 107발씩이나 맞고도 끄떡없을 뿐 아니라 피 한방울도 흘리지 않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01dvEflfJ4)

 

아나운서의 나래이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술레웨시 북부 고론탈로 (Gorontalio) 지역에 살던 따르잔은 빌린 돈을 갚으라며 집에 찾아와 독촉하는 이웃과 그를 동행한 경관 한 명을 때려 살해합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남자에게 수차례 경고한 끝에 처음엔 팔과 다리나중엔 몸통을 향해 비교적 근거리에서 107발의 총알을 쏘았지만 그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습니다그러던 중 금강불괴술을 사용하는 것이 분명한 그의 약점이 반지형태의 부적임을 한 이웃으로부터 들어 알게 된 경찰은 반지를 조준사격해 깨뜨렸고 그러자 ‘따르잔’은 고꾸러져 경련을 일으키다가 곧 숨을 거두었다는 것입니다이런 비현실적인 장면이 정규 뉴스방송으로 편성돼 TV 전파를 타는 판인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금강불괴술을 믿지 않을 리 없습니다.

 

금강불괴술을 손에 넣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소림사 승려들처럼 훈련과 수양금욕 등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거나 착용 즉시 금강불괴술을 구사하게 하는 부적이나 끄리스 단검 같은 성물을 지니는 것그렇게 두 가지입니다.

 


 

끄리스 단검과 금강불괴술의 밀접한 관계는 말레이 전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5세기경 자바의 고수인 따밍사리(Taming Sari)와 싸우던 항뚜아(Hang Tuah)가 따밍사리 금강불괴술의 원천인 끄리스 단검을 빼앗고서야 비로소 그를 죽일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또한 18세기 말레이시아의 랑까위(Langkawi) 섬에 살던 마슈리(Mahsuri)라는 여인이 억울한 간통혐의에 엮여 처형당할 당시 가문의 보도 끄리스 단검 외엔 그 어떤 칼로도 그녀를 죽이거나 상처 입히지 못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그런 것들이 일무끄발, 금강불괴술입니다. 하지만 니벨룽겐의 반지의 지그프리트 왕자나 트로이 전쟁의 아킬레우스같이 절대 불패불사일 것만 같은 금강불괴 신체의 소유자들이 고금을 막론하고 오히려 치명적 약점이 드러나 반드시 죽음을 맞게 되는 건 왜일까요?

 

앞서 고론탈로 따르잔의 사건도 있지만 몇몇 다른 기사들을 통해 현대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이 금강불괴술이 어떤 식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아내와 이웃을 난자한 금강불괴 범인에게 총격경찰마저도 총탄에 오줌.

 

(전략) 지난 12 5일 수요일 시디깔랑병원에서 슬라맛을 만났다처음 만나는 순간 그는 침대에 수갑이 채워진 채 기자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처음엔 입을 열지 않았지만 마침내 어떻게 마법의 반지를 손에 넣었는지 얘기해 주었다그가 시남블라라는 두꾼으로부터 그 반지부적을 받은 것은 2004년의 일이었다. 그 반지는 금강불괴술로 몸을 지켜줄 뿐 아니라 적과 동료를 막론하고 주변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기능도 있었고 심지어 좋은 여성도 찾아 주었다. (중략)

 

그러나 그 반지는 만만찮은 부작용도 가져왔습니다. 그는 점점 난폭해지고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무참히 아내를 살해한 동기를 묻자 그는 당시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고 시인했다. ‘아내가 끝없이 잔소리를 퍼부었어요그래서 부엌에서 칼을 들고와 그대로 머리를 찍어버린 거죠’ (중략)

 

그의 난행은 계속되었다같이 칼에 찍힌 다른 이웃 룰리나도 시다깔랑병원애 도착하기 전 사망하고 말았다이 난리통을 빠져나가지 못한 이웃 중엔 마르하우 심볼론(68)도 있었지만 다행히 목숨만은 건졌다 (중략)

 

경찰의 발포로 그후 4시간 동안의 분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하지만 슬라맛은 그 총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끄떡없이 서있었다. 8명의 경찰이 10미터 거리에서 사격했으므로 반드시 명중시켰을 터였다. 범인이 총격을 버텨내자 경찰들은 당황했고 몇몇 경관들을 다 쓴 탄창을 갈아 끼웠다범인이 칼을 다시 들고 저항하자 분위기는 더욱 거칠어져 갔다.

 

그때 몇몇 경관들이 총탄에 오줌을 싸고 흙에 문지른 후 다시 장전하여 사격했다주술을 깨뜨리는 신비주의적 행위였지만 어쨌든 이 방법이 먹혀 들어 오줌에 적신 총탄들이 마침내 슬라맛의 다리와 팔을 관통했다. (후략)

(출처 – 까스꾸스포럼 2012127일자)

  

반지에 얽힌 흑마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떠오르게 합니다사실 반지로부터 능력을 얻고 반지에 의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반지의 힘에 지배당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금강불괴술 성물로서의 반지와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절대반지’는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습니다.

 

이번엔 저명한 템포(Tempo)지의 인터넷판 기사입니다.

 

Kisah Dedengkot Begal: Kebal, Bisa Membelokkan Peluru

총알도 피해가게 만드는 금강불괴술 강도 이야기

 

이스마일(Ismail)이란 별명의 미낙 라딘은 지난 17년동안 깡패강도짓을 하면서 단 한 발의 총탄도 맞지 않았다한때 경찰수배를 받았던 왕년의 건달로서 그는 자신이 흑마술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시인했다. (중략)


오히려 그가 손목에 스냅을 한 번 주기만 하면 총탄은 비껴 갔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 술법을 익히기 위해 그는 많은 스승들을 찾아 다녔다당시 건달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흑마술법을 습득하려 했다. (중략)

 

그러나 그런 흑마술을 지녔다고 해서 모든 사고와 공격으로부터 절대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많은 친구들이 경찰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흑마술이라고 해서 영원히 효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라고요” 그는 그렇게 덧붙였다.

(출처 – 뗌뽀닷코 201531일자)

  

금강불괴술은 실제로 인도네시아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특히 폭력과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경찰이나 군인조폭, 깡패소매치기도둑강도들은 물론 범죄자들의 타겟이 되곤 하는 사업가와 정치가들까지 개인적으로 금강불괴술에 심취해 반지나 단검 같은 성물과 부적들을 지니곤 합니다

 

예전 내 회사에서 대대적인 사고를 치고 도주한 영업직원 한 명도 집에 손가락 만한 것부터 팔뚝 만한 크기까지 여러 사이즈의 끄리스 단검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당시에도 흑마술 용도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어쩌면 금강불괴술을 위한 부적이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를 잡으러 다니는 동안 그가 다른 곳에서도 사고를 쳐 전 직장이나 동네사람들에게 여러 번 몰매를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분명 금강불괴술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검불침의 금강불괴술이 반드시 범법자들의 전유물만은 아닙니다인도네시아 역사와 설화에 등장하는 많은 위인들과 영웅들이 이 술법을 지녔다고 전해집니다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식민지시절이나 일본군 강점기에 그 증조부나 고조부 누군가가 이런 금강불괴술을 사용해 침략자들과 대적했다는 얘기를 듣고 자란 인도네시아인들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일본군을 피해 악어가 만들어준 다리로 깊은 강을 건넜다거나 하루 밤에 이쪽 산을 저쪽으로 옮겨 적군의 진로를 막았다는 식의 지나친 과장이 함께 등장해 그 신뢰도가 크게 갉아먹기도 하지만 당시 절대적으로 우세한 화력을 가진 침략자들과 맞서 싸웠던, 용맹스럽지만 일천한 무기로 무장한 현지 영웅들에겐 금강불괴술은 그 진위여부를 떠나 꼭 필요한 능력이었을 것입니다. 금강불괴술은 그들의 목숨을 보호할 최후의 보루, 즉 방탄복, 방검복 같은 것이었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