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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어본 집단빙의 사건들 본문

인니 민속과 주술

우리가 겪어본 집단빙의 사건들

beautician 2019. 6. 26. 10:00

집단 빙의  끄수루빤 마쌀(Kesurupan Massal)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문화가 다르다 보니 귀신얘기도 솔직히 피부에 확 와 닿지 않습니다. 문화적정서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니 뽀쫑이나 뚜율이 왜 나타나 뭘 하려는 귀신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무서워하긴 좀 어색합니다. 때로는 저게 정말 귀신일까 싶기도 하죠.

 

하지만 끄수루빤의 경우는 좀 다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옵니다. 혼령이 인간에게 빙의하는 현상, 즉 사람 몸 속에 들어와 그 사람을 지배하거나 일정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인도네시아어로 ‘끄수루빤’ (Kesurupan) 또는 ‘끄라수깐’(Kerasuka)이라 해요

 

물론 그런 것을 절대 믿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하지만 이런 빙의현상, 특히 집단 빙의현상인 끄수루빤 마쌀(Kesurupan Massal)은 한국기업들의 본격적인 인도네시아 진출이 시작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 공장들에서 심심찮게 벌어졌습니다.

 

Puluhan Buruh PT Bosung Kesurupan

보성공장에서 직원 수십명 집단 빙의 


뿌르발링가에서 집단 빙의사건이 또 벌어졌다얼마전엔 까랑잠베촌에 소재한 삼뿌르나 담배공장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번엔 뿌르발링가 시내에 소재한 가발공장 보성에서 지난 수요일 사건이 터졌다.

 



 

첫 빙의 사례자는 가발포장파트의 폐플라스틱 폐기팀 직원이었다. “아침 85분경 일을 시작하기 전 다 함께 기도를 하려는데 그 포장팀 직원이 소리를 지르며 발작을 하더라고요다른 직원들이 모두 깜짝 놀란 건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곳 직원인 리아트모가 그렇게 말했다.

 

이 일이 있은 후 다른 팀의 다른 직원들도 하나 둘씩 몸이 뻣뻣하게 굳고 공포에 질려 뭔가를 응시하면서 비명을 질러대는 빙의증세를 보였다그들은 곧바로 구내 보건실로 옮겨졌고 외부 의료팀도 현장에 불려왔다.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회사측은 직원 전원을 즉시 귀사시켰다그 와중에서도 일부 종업원들은 동료들이 몸을 비비 꼬아가며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공포에 떨었고 결국 그들 자신도 빙의증세를 보였다.

 

생산반의 한 직원에 따르면 공장 측이 완성반 옆으로 새 건물을 착공할 때 적절한 의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 공사는 막 시작되어 아직 지반에 파일을 박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 말로는 무덤 세 기가 거기 있었답니다그런데 무덤을 이장하지도 않은 채 지반을 닦고 건축을 시작했거든요그곳에 살면 영들이 화가 난 거에요”

 

부사장 안디킴은 한국본사나 자카르타의 사업장에서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어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한 두 명 각각 발작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쳐도 이렇게 단체로 발작하는 경우는 처음 봤어요참 혼란스럽네요”

 

이로 인해 그는 오는 목요일 끼아이를 한 분 모셔와 전 직원 기도회를 갖기로 계획을 세웠다한편 안디킴의 곁의 인사과 직원은 완성반 옆 건물터가 원래 논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거기 무덤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 더욱이 그 건축공사의 첫 삽을 뜰 때 물소 한 마리를 잡아 적절한 종교의식도 치렀다고 말했다.

(출처 – 수아라머르데카닷컴 20061130일자)

 

좀 더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karyawati kesurupan, ngoceh pake bahasa Korea

빙의된 여직원이 한국어로 불평토로 2011. 12. 22

 

까라왕 소재 한국계 성원공장의 여직원 수십 명이 지난 목요일 집단 빙의되어 비명을 질렀고 그 중엔 한국어를 중얼거린 여직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집단 빙의사태로 종업원들은 패닉에 빠졌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같은 현상이 전염될까봐 전전긍긍했다.

 



 

직원들은 한 명씩 쓰러지더니 눈이 흰자위로 뒤집어지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한국말로 소리를 질러서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집단 빙의 피해자들은 구내 보건실로 옮겨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빙의된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그 지역 우스탓(이슬람선생)도 공장 측에서 모시고 왔다.

빙의된 직원들이 더 나올까봐 우려한 S사측에서는 공장장과 조율해 아침 10시경 전직원을 퇴근시키고 당분간 조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빙의되었던 직원들도 육체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며칠 근무를 쉬도록 배려했다.

뽀스꼬따지의 기자와 만난 몇몇 직원들은 집단 빙의현상이 13번 라인에서부터 시작되어 다른 라인으로 전염되어 갔다고 증언했다. 그들 중엔 한국어로 말하면서 고함을 쳐대는 직원들도 있었다고 작업반 네넹은 말했다. 또 다른 여직원 말하기를 공장에서 수시로 야근을 해 공장에 사는 귀신들이 화가 나 집단 빙의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도 했다.

 

공장 경비원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 집단 빙의사태가 벌어진 것은 벌써 세 번째쯤 된다고 한다. 1997년과 2010년 그리고 올해매번 연말연시에 집단 빙의사건이 일어나곤 했다.”라고 경비원 슬라맛은 말했다.

(출처 – 아꾸인도네시아 워드프레스닷컴)

 

이상의 집단 빙의사례들은 일정한 패턴을 보입니다우선 뜬금없이 한 여종업원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그 소문과 함께 공포도 전파되면서 빙의도 전염되는 거죠직원들은 야근이나 구내 신축공사의 진행 등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만한 근무환경또는 특정 의식/의례의 부재를 원인으로 지적합니다한편 사용자측의 반응 역시 한결같습니다빙의자들을 격리하고 직원들을 조기퇴근 시키고 이슬람지도자나 울라마끼아이를 모셔와 기도회를 하면서 직원들을 진정시키는 것이죠빙의도 속전속결이지만 그 대응 역시 속전속결로 이루어집니다자칫 방치하거나 잘못 대응하면 조업중단이 장기화될 수도 있고 공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니까요. 실제로 이런 집단 빙의사태로 인해 공장문을 닫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벌어집니다.

 

집단 빙의사건이 시작되는 시간은 늘 공장이 일을 시작하기 직전 또는 막 가동되기 시작하는 아침 8시에서 9시 사이입니다빙의사태가 벌어지면 작업장엔 일대 혼란이 찾아오지만 종업원들에게는 즉각적으로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급식이나 위생시설 같은 근무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수순으로 상황이 전개됩니다그러니 공장이나 사용자 입장에선 무조건 손해가 나지만 종업원들 입장에서 절대 손해가 아닌 거죠시위나 노사쟁의 등 험난한 투쟁을 벌여 간신히 얻어낼 수 있는 결과를 초자연현상인 듯한 집단 빙의사건를 통해 간단히 얻어낼 수도 있기 때문에 배후에 노조나 불순세력이 그런 상황을 유도또는 조장하거나 심지어 조작하고 열연하여 그들의 요구를 간접적으로 관철시키는 것이라는 의심도 존재합니다그것이 사용자 측에서 집단 빙의현상을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의혹을 품는 이유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귀신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 공장에서 발생한 귀신사건 때문이었다.

 

이 얘기는 작업장 미싱공 한 명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실신하면서 시작된다당시 주변 사람들 증언에 따르면 초졸 학력의 이 미싱공이 실신한 상태에서 화란어를 중얼거리더라는 것이다그런 소문이 종업원들 사이에 퍼지면서 공장은 패닉에 빠졌고 급기야 종업원들이 수십 명씩 동시에 귀신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기절하는 사태가 잇따랐는데 이는 공장이 화란인들과 중국인들의 공동묘지터 위에 지어졌기 때문이며 공장 완공 후 적절한 이슬람식 축복의식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종업원들이 본 귀신들은 대개 공장 벽면에 달린 회전식 선풍기 위에 붙어 납작하게 쪼그리고 앉아 새빨간 눈을 부라리며 사람들을 노려보았다고 하며 때로는 직원들 머리 위로 시커먼 그림자들이 흐늘거리며 지나갔다고도 전한다그 와중에 강제 귀가시겼던 한 창고직원은 흐리멍텅한 눈에 침을 마구 흘리며 창고 한 구석이 자기 집이라면서 자꾸 기어들어가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종업원들이 공포에 질려 공장가동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목사님을 불러와 기도회도 갖고 울라마(Ulama)를 청빙해 이슬람식 의식을 갖기도 하고 결국 두꾼까지 불러 검은 염소의 머리와 다리를 잘라 여자화장실 타일바닥 밑에 묻고 피를 주변에 뿌리는 축신술을 한 후에야 비로소 귀신사건은 어느 정도 잠잠해질 수 있었다하지만 공장이 가까스로 완전 정상화된 것은 귀신을 봤다는 직원들을 순차적으로 전원 퇴직시킨 후였다.

 

귀신이라는 존재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공장가동 같은 경제활동을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현실적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사무실의 어두컴컴한 복도와 그 뒤의 새카만 사무실 공간이 그 당시처럼 으스스했던 적이 없다화장실을 가게 되면 세면대 앞에 붙어있는 거울에 존재할 리 없는 뭔가가 비칠 듯했고 집에 돌아가서도 화장실의 조그만 창문 뒤로 그 높이엔 절대 있을 수 없는 산발한 사람 머리 하나가 불쑥 떠오를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출처 – 블로그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이상은 내가 근무했던 북부 자카르타 짜꿍(Cakung) 보세공단 소재 봉제공장에서 1994년도에 발생했던 단체 빙의사건에 대해 그로부터 몇 년 후 쓴 글의 일부입니다당시 이 사건도 앞서 신문기사들에서 보았던 것과 거의 같은 패턴으로 진행됩니다단지 이 사건이 며칠 간의 조기퇴근이나 조업중단으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빙의 사례자들 전원의 퇴출로 이어졌으므로 아무도 해피엔딩을 맞지 못했을 뿐입니다그런 후 이 공장에서는 두 번 다시 단체 빙의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공장들과 작업장에서 이런 집단 빙의현상이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기업 이미지의 실추를 우려하는 사측에서는 최선을 다해 사건을 은폐하고 직원들 입을 단속하므로 우리들 귀엔 이런 사건들이 대체로 들려오지 않습니다그래서 이상 소개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셈입니다집단 빙의는 비단 인력집약적 공장에서뿐 아니라 콩나물 시루 같은 각급 학교들과 많은 인원들이 동원되는 특정 종교행사 같은 곳에서도 곧잘 발생합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들에서 대충 눈치챈 것과 같이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지는 집단 빙의현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빙의귀신에 홀리거나 귀신에 씌이는 현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영화나 실례에서 보듯 빙의는 개인이 생명의 기로에 설 때가지 반복되고 집요하게 지속되며 때로는 악화되어 심지어 누군가의 죽음 같은 파국에 이르기도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집단 빙의현상은 다분히 일과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악령에게 빙의되면 영화 엑소시스트의 어린 리건(Regan)처럼 누구나 다 360도 목이 돌아가거나 몸을 브릿지상태로 뒤집어 거미처럼 냅다 달리거나 악취 풍기는 녹색슬라임을 물대포 쏘듯 뿜어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한편 빙의된 상태에서 내뱉는 말들이 정확한 발음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그래서 실신한 사람이 화란어로 말했다거나 중국어를 구사했다는 부분은 좀처럼 신뢰하기 힘듭니다그렇게 보고하는 사람 자체가 중국어나 화란어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거니와 끄수루빤 되었다는 현지인들은 대개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며 뭔가를 중얼거리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게 보통이거든요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서 성령을 받은 사도들이 각양각색의 외국어와 방언으로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는 사도행전의 기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현지귀신들의 찰진 외국어 구사능력과 국제화수준은 아직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그러니 빙의된 현지 종업원이 한국말을 중얼거렸다는 대목에서는 센세이션을 일으켜 보려는 기자의 패기가 일견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빙의된 현지인이 분명한 한국어를 구사했다는 다른 에피소드를 좀 더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적도 있습니다.

 

2008년의 일입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난 후배로부터 그의 찌까랑 공장에서 벌어진 빙의사건 얘기를 들었습니다작업 중 졸도해 쓰러진 종업원이 꿈속에서 누구랑 대판 싸우기라도 하듯 높은 톤의 중얼거림엔 영어가 섞여 있었고 곧이어 유창한 만다린 중국어가 튀어나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중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20대 초반 빈민층 여종업원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언어능력이었죠.

 

이 후배가 겪은 사건은 내가 짜꿍 KBN 공단에서 겪었던 사건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어요첫 실신자를 곧바로 귀가시켰고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다른 종업원들을 재빨리 정리하면서 확산을 막았으니까요.

 

그러나 처음 실신했던 그 여직원이 보인 행동은 조금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강제귀가 직전제 한 몸 가누지 못해 휘청거리면서도 경비원들을 다 뿌리치고 막무가내로 법인장실에 들어선 그녀가 뭔가 씌인 게 분명한 산란한 눈초리로 내 후배를 노려보며 하는 첫 마디가 이랬답니다.

 

“야00, 내가 너랑 할 말 있는데…”

 

분명한 한국말로 말이죠.허걱!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출처 – 블로그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집단 빙의 현상이란 어쩌면 대개의 경우 귀신의 조화라기보다 자기 암시를 통해 필연적으로 증폭되어 버린 공포심거기에 부화뇌동하는 군중심리까지 겹쳐진 뭔가 복잡미묘한그러나 대체로 과학적으로 설명가능한 어떤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찌까랑 후배의 경우와 같이 귀신이라고 믿어질 만한 어떤 존재가 자기 코앞까지 정면으로 달려든다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수도 있겠죠물론그 얘기가 뻥이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한국인들이 인도네시아에서 겪은 집단 빙의사건은 한 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인 스스로가 빙의를 겪었다는 말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역시 귀신들도 외국인은 좀 불편한 걸까요? 아무튼 그래서 집단빙의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들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취재해 본 바 법인장급은 대체로 반신반의, 하지만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직접 사건을 겪은 이들은 뭔가 초월적 존재의 개입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나도 공장에서 벌어지는 집단 빙의사건을 보았습니다.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졸도해 버리는 작업장을 2층 관리실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종업원들을 쓸어버리는 것 같은 장면이었습니다. 그게 만약 직원들이 꾸민 일이라면 마치 오래 훈련한 마스게임을 하듯 그렇게 일사분란하게 패턴을 이루며 나가떨어질 수 있었을까요? 

 

난 그게 쇼가 아니라고 믿는 쪽입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