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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는 왜 일어날까?

beautician 2019. 6. 27. 10:00

빙의는 왜 일어날까?

 

 

‘빙의’란 논란이 많은 화두입니다.


한 소녀가 실제로 악마에게 빙의되어 기괴하고 처참하게 변해가는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 ‘엑소시스트’가 전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 1973년의 일이었는데 1978년 독일에서 벌어진 카톨릭 퇴마의식이 세간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1976년부터 3년간 행해진 이 퇴마의식은 당시 서구사회에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고 ‘에밀리 로즈의 엑소시즘’(The Exorcism of Emily Rose) 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영화화되어 당시 사건을 대형 스크린에 다시 구현해냈습니다그 영화에서는 아름다웠던 아넬리즈 미셀의 빙의현상과 퇴마의식의 디테일들을 그 후 벌어진 법정공방을 통해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아넬리즈 미셸은 어느날 갑자기 원인 모를 발작과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갖가지 치료법을 시도해 보지만 효과가 없자, 결국 퇴마의식으로 그녀의 병을 치료하고자 했다. 3년간 계속된 퇴마의식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증세는 더욱 악화되었다결국 신부는 퇴마의식의 최고 단계까지 행하지만그 과정에서 이 여대생이 숨을 거두고 말았다당시 이 사건의 법정공방은 독일 TV에서 생중계할 정도로 매우 큰 충격을 던져 주었고 가톨릭 교회에서도 이 사건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1978 8월 미국의 유명시사 저널 <뉴욕 타임스>에서도 이 사건이 엑소시즘 의식의 위험성과 함께 종교적 의무와 의학적 의무 사이에 불분명한 간극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의 이 같은 지적은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아넬리즈 미셸'의 사망원인이 영양부족과 탈수현상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23살의 나이에 32kg까지 몸무게가 떨어졌는데 아넬리즈의 부모는 그녀가 사망할 때까지 방치한 혐의로 퇴마의식을 행한 구마신부들을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다.
(출처 – 니르시수스 티스토리닷컴)

 

물론 의학적으로는 빙의현상을 귀신이 개입된 현상이 아니라 해리성 다중인격장애로 규정합니다기억인지력정체성감수성 등의 기존 인격체계가 붕괴되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행동하는 상태라는 거죠뭔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험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무의식의 세계로 밀어내려 하는데 그 과정이 어떤 이들에게는 내재된 다른 인격을 깨워 발동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합니다. 빙의현상은 이미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에게 주로 발현되는데 예를 들어 유년시절 가정폭력의 슬픈 기억을 끄집어내 막 토로한 여중생에게서 빙의현상이 쉽게 발현되는 것은 그 기억이 촉매가 되어 무의식 속의 다른 인격을 깨워 결과적으로 귀신들린 듯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것이 빙의현상에 대한 정신의학적 설명의 대략입니다.

 

하지만 빙의현상을 의학적으로 분석, 설명한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하고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앞서 언급했던 아넬리즈 미셸의 경우를 포함해 빙의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곧바로 퇴마사들을 찾아간 것은 아니었어요가용한 모든 치료법을 백방으로 사용해도 소용이 없자 최후의 선택으로서 신과 종교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했던 것입니다한국의 경우엔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해 본 끝에 신병을 내린 몸주의 의지에 굴복해 마침내 두 손 들고 신내림 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귀신이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빙의에 잘 걸리는 사람들 유형은 다음 다섯 가지로 요약합니다.

 

1.  때리는 사람

2. 육체적으로 건강치 못한 사람

3. (여자의 경우경건치 못한 상태이거나 멘스 중인 사람 

육체적,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

4. 빙의현상을 이미 경험해  사람
빙의 경험자는  빙의 당시 영적 방어막이 이미 파괴된 셈이므로 초자연적 존재가  다시 침범해 들어올 방어막의 틈새가 존재하기 때문.

5. 간질이나 공포증 등을 가진 특정 환자

 

난 개인적으로 1번에 눈이 갑니다



멍때리기


한국에서 멍 때린다는 것넋을 놓는다는 것은 머릿속이 진공상태가 되어 아무 상념도 없는 백짓장 같은 상태라기보다 오히려 어떤 사념에 깊이 집중해 주변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무아의 경지에 빠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멍때림을 너무 미화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한국인의 멍때림은 그래서 오히려 고도의 집중상태이기 쉽습니다. 다른 생각에 골몰하던 운전자가 갑자가 지금 자신이 어느 도로를 달리고 있는지어디를 가려고 했는지를 깜빡 까먹고 화들짝 놀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의 멍때림은 벙옹(bengong)이라 표현합니다벙옹 상태로 들어가는 첫 단계는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사념에 휩싸이는 거죠그러나 그러다가 어느 한 가지에 꽂혀 집중하면서 몰아의 경지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다 많은 사념의 물결이 밀려들면서 각각의 사념들은 점점 모래알처럼 더욱 작게더욱 잘게 분화해 마침내 새하얀 순결의 세계에 도달하게 됩니다손과 발은 미싱 박음질을 하거나헬스장에서 트레이드밀을 뛰고 있거나턱을 괸 우아한 자세로 강사의 열띤 강의를 듣고 있는 것 같지만 머리 속은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는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는 것이죠가장 부주의하고 가장 무기력하고 가장 무방비한 상태에 돌입하는 것입니다.

 

난 이것이 필시 유아시기 절대 수면부족으로 인한 모종의 두뇌기능장애 때문이라 생각하는 편입니다최면술의 ‘암시’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 벙옹상태가 현지 인력집약적 공장들과 각급학교에서 겪고 있는 집단 빙의현상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집단 빙의를 귀신의 장난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에겐 어떤 논리적과학적 설명도 통하지 않습니다빙의가 진즉 귀신이 사람의 몸에 깃들어 발현되는 현상이라고 전제하는 무슬림들로서는 평소 종교적으로 건강하고 경건한 행동을 하면 진의 간섭이나 빙의를 예방하고 그래도 여의치 않은 경우 열심히 기도에 정진해 알라의 도움을 구하라는 대응책을 내놓습니다뱀파이어를 만나면 심장에 나무말뚝을 박아야 하고 좀비는 머리를 쏴야만 죽는다는 식의 지극히 상투적인 이슬람식 조언은 좀 식상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슬람적 시각에 입각한 집단 빙의에 대한 조치 프로토콜도 있습니다

 

빙의상황에서의 대처 수순

 

1. 기도를 통해 신의 보호를 구한다.

 

2. 빙의된 사람을 빨리 후송한다빙의현상을 보는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그들 역시 빙의되기 쉬우므로 빙의자를 그들로부터 빨리 격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악마는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그렇게 한다 해서 빙의의 전염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최소한 공포의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3. 응급조치로서 우선 누구든 먼저 코란을 읽기 시작하고 그 사이 경험있는 우스탓 (Ustadz-이슬람선생)이나 루퀴아(Ruqyah-이슬람 퇴마사)를 찾아 모신다.

 

4. 빙의자를 격리시킨 후 그 주변사람들을 진정시킨다놀라 넋을 놓고 스스로 추스리지 못하면 악령이 틈타 빙의하기 쉬우므로 가능하면 모두 모여 퇴마 기도문을 함께 읽는 식으로 사람들을 안정시키도록 한다

الَّذِيْنَ أَمَنُوْا وَتَطْمَئِنُّ قُلُوْ بُهُمْ بِذِكْرِ اللهِ أَلاَ بِذِكْرِ اللهِ تَطْمَئِنُّ الْقُلُوْبُ

 

5. 빙의자의 가족친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기본적인 이슬람의식 외에 추가적으로 이슬람 퇴마사나 두꾼의 손을 빌어야 할 경우도 있는데 나중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절차상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가족들의 사전동의가 필수적이다.

 

6. 올바른 의지로서 신앙을 굳건히 해야 한다.

 

7. 올바른 신앙의 열매로서 알라에 대한 내적 신념을 더욱 다지게 되는 것이다.

(이상출처 – 뿌삿할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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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번은 너무 상투적인 얘기지만 아무튼 무슬림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로써 집단 빙의현상의 대부분 측면들을 한번 둘러본 셈입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를 돌아보면 공장에서 발생하는 집단 빙의현상은 직원들 대부분이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체로 멍 때리고 있을 때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같아 작업 중간중간 분위기 환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사태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후송과 응급조치를 취하면서 곧바로 종교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슬람의 수면 밑에 감추어진 거대한 무속의 저변은 반드시 우즈탓이나 루퀴아를 부르는 것으로 빙의사태가 마무리되게 두지 않습니다. 대개의 경우 은밀히 두꾼을 불러와 주술의식을 한 후에야 사태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집단 빙의가 발생한 사업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것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고요.

 

(이상)

 

 

빙의를 겪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