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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민속과 주술

강력한 부적, 근드루어의 털

beautician 2019. 6. 16. 10:00


근드루어의 털을 매개로 한 재물주술

 




 

이 주술을 행했던 사람들 말을 빌자면 그들이 굳이 이 주술을 선택한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은 위험부담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누군가의 생명을 제물로 바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근드루어를 주제로 다룬 다른 챕터에서 이미 설명한 것처럼 필요한 것은 오직 까마귀고기 뿐입니다.

 

이 주술을 행하려면 일단 까마귀고기로 음식을 준비해 가얌나무 밑에 가져다 놓고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해가 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물론 자카르타 같은 대도시에서는 가얌나무를 발견하기도 힘들고 비록 발견한다 한들 그 밑에서 대놓고 발가벗은 채 서 있는 건 사회적 물의를 빚는 일이니 이 주술을 정말 시전하려면 우선 자바 산간벽지 인적 드문 촌구석을 찾아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그렇게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후 모든 준비를 마치면 머지않아 그림에서처럼 무시무시한 얼굴에 온몸이 털로 뒤덮인 근드루어가 나타납니다. 시전자가 미리 준비해 냄새를 피워 놓은 까마귀고기를 먹기 위해서입니다.

 

옷을 벗고 기다리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인간의 맨눈으로도 근드루어 같은 마물들과 귀신들이 보이게 되지만 반대로 귀신들은 시전자를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근드루어는 시전자가 준비한 음식을 단번에 삼켜버릴 것이므로 이 시점에서 시전자의 민첩한 동작이 요구됩니다근드루어가 음식을 먹는 동안 최소한 털 한 올은 뽑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운이 좋아 시전자가 마침내 근드루어 털을 얻게 되면 이제 그의 인생은 만사형통하기 시작하고, 평생 재물이 차고 넘치게 될 것입니다근드루어의 털을 얻은 사람은 쉽게 큰 부자가 된다고 하니 말입니다. 이래뵈도 근드루어는 인도네시아 전국구 대표귀신으로 중량감 넘치는 존재인 만큼 근드루어를 통한 재물주술 역시 그 정도의 확실한 효과를 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오히려 근드루어의 밥이 될 지도 모릅니다하지만 근드루어가 아이들을 납치해 갔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그 거대한 송곳니와 날카로운 손톱으로 누굴 해쳤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이 친구는 기본적으로 색귀(色鬼)거든요그러나 한번 실패한 시전자는 두려움에 질려 다시는 이 방법을 시도하려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